KT의 기업가치가 다시 10조원을 돌파했다. 국민연금의 대량 매도에 지난 3월 시가총액이 2조원 넘게 증발하는 등 풍파를 겪었지만, 최근 석달 새 주가가 15%나 뛰었다. 저수익 사업에 대한 과감한 군살빼기와 자회사 호조에 대한 기대가 주효했다는 평가다.
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KT는 주당 3만87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오전 한때에는 4만원까지 치솟았다. 국민연금이 연초 KT 지분을 대량 판 사실이 시장에 알려지기 이전인 지난 2월 22일 장중 고가(4만200원) 이후 최고가다. 전일 종가(3만9850원) 역시 최근 1년 중 4번째로 높았다.
덕분에 전일 기준 시총 '10조 클럽'에도 이름을 올렸다. 약 4개월 만이다. 주식을 소각한 효과도 있지만 그보다 주가가 더 뛰었다. KT는 지난 5월 당시 발행주식총수의 2%를 소각했다. 발행주식이 2억5716만4985주에서 2억5202만1685주로 514만3300주 줄면서 이전에는 3만8900원이던 10조원 문턱이 3만9700원으로 올라갔다.
시장은 KT가 통신 본업이 정체기를 맞은 가운데 적극적으로 비용효율화에 나선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KT는 올해 상반기 NFT(대체불가능토큰), 헬스케어, 디지털 물류, 로봇 등 저수익 사업을 모두 접었다. 신은정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로봇 등 소위 돈 못 버는 사업을 정리하면서 이익률을 개선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룹 자회사들의 견조함도 기업가치를 높여주는 부분이다. KT는 다른 통신사들과 달리 케이뱅크·BC카드(금융), KT에스테이트(부동산) 등 다양한 자회사를 두고 있다. 특히 KT클라우드는 IDC(인터넷데이터센터) 임대 수요 증가와 DBO(설계·구축·운영) 사업 확대 등에 지난 2분기에만 2000억원 안팎의 매출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방어주로 배당에 적극적인 점도 눈에 띈다. KT는 작년 10월 앞으로 3년 동안 최소 연간 배당금 1960원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2분기에는 주당 500원의 현금배당에 나섰다. 이어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로부터 지난달 배당주 매수 권고 종목으로 꼽히기도 했다.
KT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과 배당금 지급 등 주주와 기업 가치 제고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