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질환 치료제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 출시를 준비 중인 삼천당제약이 오리지널 제약사로부터 국내에서 특허침해로 두 차례 피소 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해외 파트너사도 관련 소송에 휘말리면서 회사의 특허회피 전략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리제네론과 바이엘은 지난 1월 삼천당제약과 옵투스제약이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어 지난 5월 두 회사가 또 다른 특허 2건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과 해당 제품의 제조와 사용, 판매를 금지해달라는 명령을 같은 법원에 청구했다.
삼천당제약은 소송가액을 밝히지 않았으나 리제네론은 지난해 1월과 올해 5월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를 국내에 출시하려던 삼성바이오에피스에 각각 10억원, 3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만약 법원이 금지명령을 인용하면 제품출시가 어려워져 금전적인 손해보다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리제네론은 비슷한 시기 셀트리온을 상대로도 국내에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셀트리온은 지난 2021년부터 리제네론과 아일리아 특허침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 패소해 현재 항소심을 이어가고 있다.
삼천당제약은 현재 리제네론과 바이엘이 공동 개발한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 'SCD411'을 개발하고 있으며 옵투스제약과 이 제품의 국내 공동판매 계약을 맺었다. 지난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해 현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 피소 소식이 중요한 이유는 삼천당제약이 현재 이 제품의 출시를 추진 중인 유럽, 미국 등에서도 비슷한 유형의 특허소송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천당제약은 그간 독자적인 충전형주사기(프리필드시린지) 제형기술을 확보해 오리지널 제약사의 특허방어 전략을 회피할 수 있다고 자신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리제네론이 삼천당제약을 상대로 국내에서 제기한 소송에는 프리필드시린지를 포함한 제형특허도 포함돼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경우 리제네론의 특허를 깨기 위해 2022년부터 특허분쟁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감안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현재 바이알(유리병) 제형의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만 국내에 출시한 상태다.
삼천당제약은 해외 파트너사도 특허침해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지난 3월 리제네론과 바이엘은 삼천당제약의 캐나다 파트너사인 아포텍스가 제형을 비롯해 아일리아와 관련한 특허 6개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캐나다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아포텍스가 리제네론과 특허합의를 맺으면서 기각됐지만 다른 지역의 특허침해 이슈가 함께 해소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비슷한 예로 리제네론은 셀트리온과 캐나다에서 바이오시밀러 출시와 관련한 특허 합의를 맺었지만 미국에서는 소송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지역도 안심하기는 이르다.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출시를 막기 위해 총력을 쏟고 있는 리제네론은 현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상대로 독일, 네덜란드, 영국 법원에서 특허침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암젠, 포미콘 등 다른 제약사와도 관련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삼천당제약이 자체 제형특허를 토대로 특허소송 위험을 해소할 수 있을지 여부는 제품이 출시되기 이전까지 알 수 없다"며 "국내에서 소송이 제기됐다면 다른 국가에서도 피소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한 질문에 삼천당제약 측은 "담당자의 부재로 답변이 어렵다"고 밝혔다.
아일리아는 2011년 미국 식품의약국의 허가를 받아 출시 첫해 연매출 1억달러를 넘기고 2014년 블록버스터 의약품(연 매출 10억달러 이상)에 등극한 제품이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매출액은 93억8000만달러(12조5000억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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