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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의 전화위복]협심증약 되려다 팔자 바뀐 발기부전 치료제

  • 2025.01.12(일) 08:50

임상시험서 음경 발기 부작용에 개발방향 전환
비아그라·시알리스, 수조원 연매출 기록 '대성공'

신약 개발에서 중요한 것은 안전성이다.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면 개발을 중단해야 한다. 의약품 부작용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이유다. 부작용이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다. 생각하지 못한 효능이 발견되기도 한다. 개발 과정에서 부작용이 나타나 운명이 뒤바뀌거나 또 다른 효능이 발견된 약들의 뒷이야기를 다뤄본다.[편집자주]

미국 제약사 화이자는 1990년대 협십증 치료 신약을 개발 중이었다. 협심증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인 관상동맥이 동맥경화증, 혈전 등으로 좁아져 심근(심장벽의 중층을 이루고 있는 근육)에 허혈이 생기는 질환이다. 이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으로 화이자가 주목한 약물은 '실데나필'이라는 성분이었다. 

화이자는 실데나필 성분이 동맥을 확장시켜 혈액이 빠르게 순환한다는 점에 착안해 심장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실패했다. 기존에 개발된 협심증 치료제 보다 심장질환 치료 효과가 미미했다. 

발기부전 개발로 방향튼 화이자, 결과는 대성공
 
임상시험에서 흥미로운 부작용이 발견됐다. 8시간마다 실데나필 50mg을 10일간 복용한 남성들에게 음경이 발기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남성의 성기는 동맥과 정맥이 붙어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 가운데 동맥이 확장되면서 혈액을 심장으로 이동시키는 통로인 정맥을 짓눌렀고 그 결과 성기에 몰린 혈액이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발기가 유지된 것이다.

이에 화이자는 발기부전에 대한 효과를 확인하는 방향으로 연구를 다시 시작했다. 당시 임상결과에 따르면 발기부전을 앓고 있는 환자 12명을 대상으로 하루에 1회 실데나필을 투여하니 10명에게 효과가 나타났다. 협심증 치료제로는 실패했지만 발기부전 치료제로는 성공적인 결과였다. 

화이자는 이 약물을 '비아그라'라는 이름으로 1998년 출시했다. 비아그라의 어원은 필리핀계 미국인 직원이 필리핀 언어인 타갈로그어로 고환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viag'의 복수형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정력'이라는 뜻의 라틴어 'Vigar'와 나이아가라(Niagara) 폭포의 합성어라는 해석도 있다. 

화이자는 비아그라로 대성공을 거뒀다. 특허가 만료되기 직전인 2012년 매출액은 20억5100만 달러(현재 한화 기준 약 3조 10억원)를 기록했다.

후발주자 시알리스, 시작은 협심증 치료제

비아그라와 함께 발기부전 치료제 쌍두마차인 '시알리스(성분명 타다라필)'도 비슷한 시기에 개발이 진행 중이었다. 시알리스 원개발사는 미국 바이오텍인 아이코스(ICOS)로 타다라필 성분을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하려고 했다.

타다라필 성분은 실데나필 성분과 화학구조가 전혀 달랐지만 개발 과정에서 비아그라와 같은 부작용이 나타났다. 이에 일라이릴리와 손을 잡고 발기부전 치료제로 방향을 바꿔 연구를 진행했고 2003년 출시했다.

발기부전 치료제 후발주자인 시알리스가 관심을 모았던 이유는 따로 있다. 비아그라의 체내 반감기(약물의 양이 반으로 감소하는 데 걸리는 시간)가 4시간인데 비해 시알리스의 체내 반감기는 17.5시간으로 4배 이상 길기 때문이었다. 시알리스는 출시 2년여 만에 전세계 매출 10억달러(1조5000억원)을 기록했으며 다수 국가에서 비아그라 매출을 앞질렀다. 

비아그라와 시알리스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특허만료 후 다수 제네릭(복제의약품)이 쏟아졌고 현재는 두 제품 모두 제네릭에 밀려났다. 국내의 경우 지난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 규모는 1369억원으로, 한미약품의 비아그라 제네릭인 '팔팔정'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위는 종근당의 시알리스 제네릭 '센돔'이다.

두 성분 모두 발기부전에 효과가 있지만 부작용 역시 뒤따른다. 가벼운 부작용으로는 안면부종, 오한, 무력감, 알레르기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심하면 혈압을 극단적으로 낮춰 심장마비나 뇌졸증 등으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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