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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코인투자]③갈 길 먼 현물 ETF…정치권도 '잠잠'

  • 2025.03.04(화) 06:30

블랙록 비트코인 현물 ETF, 기관비중 28.6%
미국은 연기금도 투자…한국은 '산 넘어 산'

국내 금융당국이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를 단계적으로 허용하기로 했지만, 가상자산 현물 ETF(상장지수펀드)는 뒤로 밀릴 예정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된 지 1년이 넘었고, 기관투자자의 자금 유입경로가 되었는데 한국은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연기금도 투자…기관 '하드캐리'

비트코인 추적 사이트 비트코인트레저리스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ETF·기타 펀드를 위한 비트코인은 133만6090개로 1년 전(92만2561개)과 비교해 약 44.8% 증가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된 지난해 1월10일(77만1013개)과 견주면 73.2% 늘었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비트코인의 가격을 추종하는 펀드로, 가상자산에 직접 투자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기관투자자의 호응을 얻었다. 대표적인 비트코인 현물 ETF로 꼽히는 블랙록의 '아이쉐어스 비트코인 트러스트'(IBIT)를 보유한 기관 수는 지난해 4분기 기준 1080개다. IBIT 기관 보유비율은 28.6%에 달했다.

기관별로 살펴보면 IBIT에서 헤지펀드가 12.1%, 투자자문(RIA)이 9.9% 순으로 많았다. 투자성향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연기금·국부펀드의 비중은 아직 0.59%에 불과하지만, 점차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위스콘신주 투자위원회가 1억7550만달러, 아부다비 국부펀드 '무바달라'도 4억5570만달러 규모로 IBIT를 매집했다.

지난해 7월 승인된 이더리움 현물 ETF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기관투자자들의 이더리움 현물 ETF 보유 비율은 14.5%로 전분기(4.8%)대비 9.7%포인트 증가했다. 블랙록의 '아이셰어즈 이더리움 트러스트'(ETHA) 보유 기관수는 175개, 기관 보유 비율은 22.8%를 기록했다.

법 개정 대신 유권해석 무게

미국에서는 이미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된 지 1년이 넘었지만, 한국은 선결 과제인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를 이제야 겨우 허용하는 단계다. 그마저도 전문투자법인 3500곳에는 매매를 허용하기로 했지만, 금융회사의 시장 참여는 아무런 기약 없이 미뤄졌다. 금융사가 가상자산을 보유하지 못하면 상품을 출시하기 어렵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 전에 논의할 과정이 있다"면서 "2단계(가상자산기본법) 법안이 어느 정도 마련된 이후에 논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비트코인 현물 ETF가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발행은 물론 미국에서 발행된 상품의 중개조차도 금지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에서는 ETF의 기초자산을 금융투자상품, 국내외 통화, 농·축수산물과 광산물, 에너지 등 일반 상품으로 정의한다.

앞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지난 22대 총선 공약으로 가상자산 현물 ETF 승인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을 내걸었다. 그러나 현재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입법 움직임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021년 자산운용사의 투자대상자산에 가상자산을 포함시키는 법안을 대표발의했으나 폐기된 바 있다. 

현재 탄핵정국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하반기에도 자본시장법 개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자본시장법 개정 없이 가상자산 현물 ETF를 승인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가상자산이 금융투자상품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놓는다면 입법 없이도 가능하다. 정치권에서도 유권해석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투자'는 있고 '산업'은 없는 로드맵

전문투자자가 아닌 일반 법인의 가상자산 매매는 뒤로 밀렸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금융당국은 일반법인의 법인계좌 허용 선결과제로 2단계 가상자산법 입법, 외국환거래법 정비, 다자간 가상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을 내세웠다. CARF 체계는 오는 2027년 시행되므로, 일반법인 거래 허용은 그 뒤에나 논의될 전망이다.

일부 거대 거래소를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가상자산 산업을 하는 기업은 스타트업이나 소기업으로 '일반법인'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가상자산 투자가 아닌 산업을 위한 법인계좌 허용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적어도 금융당국에 신고한 가상자산사업자(VASP)만이라도 시범적으로 법인계좌를 열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부분 상장기업의 경우 가상자산 사업보다는 매매에 관심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가상자산 스타트업·법인계좌 허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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