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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코인투자]①숙원 이룬 거래소…판도 뒤바뀌나

  • 2025.02.24(월) 06:30

글로벌 거래소는 기관투자 80%…거래량 역전도 가능
KB 손잡은 빗썸, 실명계좌 발급 경험한 코빗 기대감

'개미'만 있던 시장에 드디어 '고래'가 들어온다. 금융당국이 단계적으로 법인의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를 발급하기로 하면서 국내 가상자산 업계에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법인·기관을 대상으로 한 B2B(기업간거래) 기업, 법인 자금으로 유동성이 늘어날 거래소도 시장의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편집자 주]

금융당국이 법인 가상자산 투자를 허용하기로 하면서 가상자산거래소 경쟁구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존에 리테일(개인)고객으로는 인터넷전문은행과의 협업이 유리할지 몰라도, 법인고객의 경우 기업금융에 강점을 가진 시중은행과의 제휴가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금융회사를 제외한 주권 상장법인 약 2500개사, 전문투자자로 등록된 법인 약 1000개사를 포함해 약 3500개사가 투자·재무 목적으로 시범적으로 거래하는 것이 허용된다. 자본시장법상 전문투자자는 금융투자상품 잔고가 100억원 이상(외감법인은 50억원 이상)의 법인을 의미한다. 미국 마이크로스트래티지,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사들였듯 삼성전자, 현대차 등 상장법인도 가상자산을 사들일 수 있다는 의미다.

상장법인과 전문투자자 등록 법인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시가총액이 큰 가상자산 중심으로 거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법인이 매매할 수 있는 가상자산 종목을 제한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시장을 지나치게 과열시키거나, 금융시장에 리스크를 전이시킬 수 있다보니 모든 가상자산을 대상으로는 거래를 허용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명계좌 허용, 거래소 '반색'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 허용은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의 숙원이었다. '개미'로만 이뤄진 국내와 달리 타국에서는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가 활발하며, 전체 거래량 상승을 이끌고 있다.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경우 지난 2023년 개인투자자의 거래량은 750억달러(한화 약 108조원)로 전체의 16%에 불과하며, 기관투자자의 거래량은 3930억달러(566조원)로 약 84%에 달한다. 

지난해 초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가 도입된 후 비트코인을 전략자산으로 채택하는 곳이 늘면서, 기업의 비트코인 투자는 더 큰 폭으로 늘었다. 비트코인트레저리에 따르면 비트코인 현물 ETF가 도입되기 전인 지난해 1월 1일 상장기업의 비트코인 보유량은 27만2777BTC였으나, 현재는 63만2312BTC로 2배 이상 뛰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비트코인 보유량은 지난해 초 18만9000BTC에서 현재 44만42620BTC로 급격히 늘었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의 경우 법인 명의로 된 계정이 있어도 실명계좌가 발급되지 않아 투자하기가 어려웠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업비트의 일반기업 계정은 356개이나 실명계좌와 연결된 계정은 0개다. 코인원(161개), 빗썸(77개), 고팍스(61개) 역시 마찬가지다.

그나마 코빗이 유일하게 실명계좌와 연결된 일반 법인계정을 가지고 있다. 지난 2022년 신한은행이 한시적으로 법인 실명계좌를 발급한 데 따른 것으로, 일반기업 계정 272개 중 6개가 실명계좌와 연결되어 있다.

시중은행이 유리? 케이뱅크도 만만찮다

법인 영업이 허용되면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의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개인투자자 시장에서는 업비트가 케이뱅크와 제휴한 후 점유율 80%를 넘기면서 오랫동안 1위를 수성해왔는데, 타 거래소가 기관투자자 거래량을 점유할 수 있다면 점유율 역전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빗썸은 법인 시장을 대비해 일찌감치 준비를 마쳤다. 빗썸은 지난해 말 법인영업 담당 인력을 채용해 법인영업팀을 꾸렸다. 가상자산업계는 빗썸이 최근 제휴은행을 KB국민은행으로 변경한 것 또한 법인 영업을 위한 마중물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KB국민은행의 지난해 말 기업대출 규모는 186조8000억원으로 시중은행 중 최고 수준이었다.

코빗에게도 법인 시장은 점유율 반등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개인투자자 시장에서 코빗의 점유율은 1% 미만을 맴돌고 있지만, 제휴은행이 기업금융 노하우를 가진 신한은행이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특정금융정보법 시행 후 한시적으로나마 실명계좌를 발급한경험이 있다. 신한은행 또한 법인영업 확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전문은행과 손잡은 가상자산거래소라고 손 놓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업비트와 손잡은 케이뱅크는 일찌감치 법인 계좌개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반기업은 아니지만, 케이뱅크는 최근 검찰이나 국세청 등 법집행기관 위주로 지난해 말 약 6000좌에 달하는 계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가상자산시장은 개인만 참여 가능하며, 상위 1~2%가 거래량의 98%를 점유하는 독과점 구조가 고착됐다"면서 "각 거래소들과 실명계정을 제공하는 은행의 방침과 전략에 따라 많은 변수가 발생하겠지만, 법인계좌 허용은 현재 독과점 구조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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