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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다이소 영양제 '저가의 유혹'

  • 2025.03.06(목) 08:20

약국 등 유통채널 제품 대비 가격차 최대 10배
성분·함량 외 체내 흡수율·원료 품질 등도 달라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싼 게 비지떡

저렴한 물건의 품질이 그에 걸맞게 썩 훌륭하지 않을 때 쓰는 속담이다. 최근 불거진 '다이소 영양제 사태'를 바라보는 일부 약사들의 착잡함을 드러내는 표현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다이소는 지난달 말부터 3000~5000원대의 저렴한 금액대의 영양제를 판매하고 있다. 대웅제약과 일양약품, 종근당건강 3개 제약사가 약국을 비롯한 대형마트 등에서 판매하는 영양제와 성분이 유사하다.

이들 3개 제약사가 일반 약국 등에서 판매하는 영양제 가격이 2만~3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다이소에선 유사한 영양제가 거의 10분의 1 가격에 판매되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다이소 영양제에 환호하는 이유다. 이는 곧 약국의 폭리 의혹으로 확산했다. 이러자 일부 약사들은 해당 제약사에 대해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다. 

약사들 반발에 못이겨 일양약품은 영양제 출시 닷새만에 다이소에서 물건을 빼기로 했다. 나머지 두곳의 제약사들도 철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소비자의 선택권은 좁아지게 되는 것이다. 

단순 함량 비교 아닌 성분 조합·체내 흡수율 등 따져봐야

약국을 비롯한 대형마트 등에서 판매하는 제품과 다이소 제품의 가격 차이가 과도하게 많이 나는 이유가 뭘까. 가장 큰 이유는 성분, 함량, 품질 차이다. 

대표적으로 대웅제약의 닥터베어 브랜드 제품 중 뼈 건강에 도움을 주는 영양제 성분을 살펴보자. 다이소에서 파는 '칼슘·마그네슘·비타민D' 제품은 칼슘 함량이 210mg(밀리그램)이다.

약국 등에서 판매하는 유사한 제품인 '칼슘마그네슘디'는 칼슘 함량이 이보다 높은 300mg이다. 마그네슘과 비타민D, 비타민K2 등 다른 함량도 차이가 난다. 그런데 제품 가격은 다이소에선 30정에 5000원, 약국 등에선 60정에 3만4900원으로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다이소 영영제의 함량이 약국 영양제보다 적다고 해도 가격 차이가 너무 많이 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약사들 생각은 다르다. 단순 함량 차이보다 약효를 잘 발휘하게 하고 체내 흡수율을 높이게 하는 요소가 들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비타민K2'의 유무에 따라 다이소 제품과 약국 제품으로 나뉠 수 있다. 비타민K2는 칼슘의 체내 흡수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칼슘을 뼈로 이동시키고 뼈와 치아에 더 잘 붙도록 도우며 혈관이나 장기에 쌓인 석회화된 칼슘을 빼내는 임무도 맡는다. 

원료 원산지에 따라 품질·가격에 차이

원료의 원산지에 따라 가격이 다른 경우도 있다. 간 건강에 도움을 주는 밀크씨슬 제품의 경우 밀크씨슬추출물 함량은 130µg으로 동일하지만 원료의 원산지와 부가 성분 함량에 차이가 있다. 국화과 식물인 밀크씨슬은 주 원산지인 지중해와 북아프리카 원료가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다이소 밀크씨슬은 영국산, 다른 유통채널 제품인 에너씨슬은 이탈리아산, 에너씨슬 퍼펙트샷은 프랑스산 원료를 사용했다.

다이소와 그 외 유통채널 영양제 성분 비교. /그래픽=비즈워치

또 비타민D 제품의 경우 일양약품 2000IU(International Unit), 대웅제약 4000IU인데 함량이 2배 차이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3000원으로 동일하다. 일양약품은 세계 최고 비타민 생산업체로 꼽히는 스위스의 DSM사 원료를 사용했다고 기재돼있지만 대웅제약 제품은 어느 국가의 어느 회사 원료인지 기재돼 있지 않다.

이밖에 남성건강용 블랙마카, 맥주효모 비오틴, 글루타치오 등은 일반식품으로 분류돼 원료 품질이 보장되지 않는다. 건강기능식품과 달리 일반식품은 국내 보건당국으로부터 기능성 원료로 인정받지 못한 원료를 사용하거나 원료 함량이 건기식 보다 적을 수 있다.

가격 외 품질·유효성 등 고려한 합리적 소비 필요

결국 고품질의 순도 높은 원료를 사용하고 함량이 높은 만큼 가격은 비싸질 수밖에 없다. 약사들이 다이소 영양제에 반발하는 이유도 단순한 가격비교로 약국 제품이 터무니 없이 비싸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약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적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6조440억원으로, 이 중 온라인 비중이 69.8%로 압도적으로 높았고 대형할인점이 5.2%, 약국은 4.2%에 불과했다. 

'싼 게 비지떡'이라고 해서 무조건 나쁘다는 게 아니다. 누군가는 저렴하고 고소한 비지떡을, 또 누군가는 조금 비싸더라도 다양한 해물과 파를 넣은 해물파전을 선호할 수 있다.

비지떡이나 해물파전은 원재료가 무엇인지 쉽게 보이지만 건강기능식품은 일반인들이 그 차이를 알기가 어려운 만큼 단순히 가격만으로 제품을 비교해서는 안 된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속담이 주는 교훈처럼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선 원료 품질과 체내흡수율, 성분간 상호기전, 유효성까지 따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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