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가 이해진 창업자의 사내이사 복귀를 앞두고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잇따라 단행하고 있다. 회사의 '살림꾼'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교체하고 전략사업부문을 신설했고, 커머스·검색·광고 등 네이버의 핵심사업에서 신규 임원을 발탁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 1일자로 신규 임원 6명을 선임했다. 대부분 1980년대생이고, 커머스·검색·광고 등 네이버의 핵심사업을 이끄는 인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우선 커머스 분야 신규 임원은 2명이다. 신규 임원에 이름을 올린 윤소영(1981년생) 쇼핑사업 제휴담당 리더는 네이버쇼핑의 브랜드스토어 등을 맡았고, 서명원(1981년생) 커머스 설계 담당 리더도 커머스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네이버의 지난해 커머스 사업 실적은 모든 사업부문 가운데 두번째로 우수했다. 이 분야의 연간 매출액은 전년대비 14.8% 성장한 2조9230억원에 달했다.
검색·광고 사업 리더도 신규 임원으로 중용됐다. 고영실(1974년생) 리더는 광고사업 분야를 맡고 있고, 전용우(1981년생) 리더의 경우 검색 분야다. 네이버의 검색·광고 사업을 담당하는 서치플랫폼 부문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9.9% 증가한 3조9462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과 직접 연결되지 않아도, '없으면 안 되는' 사업을 맡은 리더들도 중용됐다. 네이버TV, 치지직, 클립 등 동영상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한 주건범(1983년생) 스포츠&엔터테인먼트 리더가 그 주인공이다.
동영상 서비스 사업은 직접 매출에 기여하기보다는, 네이버 방문자 수와 이들의 체류시간을 늘려 검색·광고 경쟁력을 높이고 커머스와 같은 다른 서비스에 대한 연결고리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또 인터넷 플랫폼의 '파수꾼' 보안 분야를 맡는 허규(1983년생) 리더도 이번에 신규 임원이 됐다.
네이버는 내달 1일부터 최고 레벨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도 본격 단행할 방침이다. 우선 네이버는 신임 CFO로 김희철 CV센터장을 내정했다. 김 CFO 내정자는 2003년부터 2012년까지 네이버 재무기획실에서 일한 뒤 5년가량 외부 기업으로 떠났는데 2017년 네이버에 재입사한 케이스다.
기존 김남선 CFO는 전략투자대표를 맡는다. 전략투자대표는 글로벌 시장에 대한 전략적 투자와 미래 성장을 위한 벤처기업 투자 등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역할을 분담하는 셈이다. 김남선 대표는 북미 커머스 기업 '포시마크' 이사회의 집행 의장도 겸임하기로 했다.
네이버는 이와 함께 전략사업부문을 신설할 계획이다. 전략사업부문 초대 대표는 채선주 대외·ESG 정책 대표가 맡기로 했다. 대외·ESG 정책 대표의 후임 또는 겸직 여부 등은 현재까지 정해지지 않았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네이버 초기 멤버로 유명한 채 대표는 주로 네이버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홍보 영역에서 활약해왔다. 그는 네이버가 중동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신설하는 네이버 아라비아 법인장도 맡는다.
핵심 경영진에 해당하는 영역엔 장기간 검증된 인물이 중용된 모양새다.
또한 이같은 조직개편과 임원 인사는 7년 만에 네이버 사내이사로 복귀할 예정인 이해진 GIO가 제시할 새로운 방향성의 가늠자로도 해석된다. 그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은 이달말 열리는 이 회사 주주총회에서 결정된다.
네이버 측은 "새로운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네이버만의 경쟁력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일부 경영 리더들에게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는 등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