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건강상 이유로 CA협의체 공동 의장에서 물러나는 등 카카오그룹 리더십이 휘청이고 있다. 경쟁사 네이버를 창업한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조만간 사내이사로 복귀하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13일 카카오에 따르면 카카오그룹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CA협의체가 정신아 대표 단독 의장 체제로 전환된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CA협의체 공동 의장에서 물러나며, 그가 위원장을 맡았던 경영쇄신위원회도 활동 자체를 중단한다.
경영쇄신위원회는 2023년 11월부터 준법과신뢰위원회 신설, 인적 쇄신, 거버넌스 개편 등 그룹 쇄신의 기본 틀을 만들었다.
김 창업자는 카카오그룹의 비전 수립과 미래 전략을 맡는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직책은 계속 수행하지만 최근 발견된 방광암 진료에 집중하기로 했다.
카카오 측에 따르면 김 창업자의 방광암은 초기 단계이긴 하나 수술과 회복 기간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창업자의 건강 악화는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사법 리스크의 영향이 없진 않았다는 평가다.
카카오는 2023년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려는 목적에서 시세조종에 나섰다는 혐의를 받아 김 창업자뿐 아니라 주요 경영진, 회사 자체가 수사를 받았다.
위기는 끝나지 않았고, 국내외 경영 환경도 급변하면서 더욱 빠른 의사 결정과 실행이 필요한 상황인 까닭에 그의 부재가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다.
구글, 메타, 오픈AI 등 바다 건너 글로벌 빅테크들은 AI 신기술 고도화와 서비스 출시를 연일 이어가고 있고,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네이버는 이해진 창업자가 경영 일선 복귀를 앞두고 있다.
실제 네이버는 지난해 연매출 10조 시대를 열고 이해진 창업자의 사내이자 복귀를 공식화했다. 이 GIO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은 이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결정된다.
이 GIO는 글로벌 빅테크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인공지능(AI) 시장에서 가속페달을 밟을 전망이다.
물론 이 GIO 역시 외풍을 피해 모습을 감추고 숨죽였던 날이 있었다.
그는 2004년부터 2017년까지 네이버 이사회 의장을 맡은 뒤 '은둔의 경영자'를 자처했다. 2017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를 자산 5조원이 넘는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분류하고 동일인으로 지정해 이른바 '대기업 총수'가 되면서다.
그러나 미국 오픈AI의 챗GPT의 등장에 이어 중국 딥시크가 전세계를 강타하는 위기의 상황에 직면하자 다시 등판에 나서야 한다는 결심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카카오는 이런 네이버의 변화에 맞서 정 대표 체제에서 일사불란하게 대응해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