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타, 오픈AI 등 글로벌 빅테크들의 인공지능(AI) 에이전트 진화가 더욱 격화하고 있다. 단순 비서로서의 대화 상대를 넘어 인간의 전문적인 업무를 완전히 대체할 정도의 고성능 AI 출시가 잇달아 예고되고 있어서다.
23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메타는 이달 초 △라마 스카우트 △라마 매버릭 등 라마4 시리즈를 공개했다. 라마4는 텍스트와 이미지, 비디오, 오디오 등 다양한 데이터 유형을 동시에 처리하고 통합하는 멀티모달 AI 모델이다. 스카우트가 코드나 사용자 패턴 분석에 특화돼 있다면 매버릭은 코딩, 추론, 다국어 처리 등에서 GPT-4o, 제미나이 2.0의 성능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라마4는 앞으로 메타의 AI 에이전트와 연동한다. 단순 응답을 넘어 마케팅 자동화나 고객 프로모션 같은 다양한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대행한다는 설명이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연초 실적 발표에서 "올해 지능적이고 개인화된 AI 에이전트가 10억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도달하게 될 것"이라며 "메타 AI가 그 선두주자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오픈AI는 차세대 AI 에이전트인 '에이전틱 소프트웨어 엔지니어(A-SWE)'를 연내 출시한다. 이 에이전트의 핵심은 보조수단이 아닌 '대체자'다. 예를 들어 인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하는 개발, 품질보증, 버그 수정 등 모든 업무를 A-SWE는 자동으로 처리한다.
사라 프리어 오픈AI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골드만삭스 콘퍼런스에서 A-SWE에 대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싫어하는 모든 일을 수행한다"며 "이를 통해 효율성을 높여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라고 언급했다.
구글은 웹 기반 작업 자동화에 특화한 AI 에이전트 '자비스'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의 최신 AI 모델인 제미나이 2.0을 기반으로 한다. 자비스는 앞서 지난해 11월 시제품 단계로 크롬 웹스토어에 일시 공개되었다가 삭제됐는데 이 역시 단순한 대화형 비서가 아니라, 사용자의 명령을 정확히 이해해 반복 작업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AI 에이전트다.
이처럼 유수 빅테크들이 연이어 AI 에이전트 고도화에 나서는 건 무엇보다 시장 전망이 밝아서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AI 에이전트 시장 규모는 2023년 58억2000만달러(약 8조2800억원)에서 연평균 성장률 42.8%를 기록하며 2030년 705억3000만달러(약 100조343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에서는 SK텔레콤을 필두로 통신사들이 AI 에이전트 기술 개발을 주도하는 모양새다. 먼저 SK텔레콤은 에이닷(A.)과 에이닷 비즈(A. Biz)로 각각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와 B2B(기업 간 거래)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에이닷 비즈의 경우 회의록 작성, 일정 관리, IT 헬프데스크 등 일상 업무 자동화와 세무·법무·HR 등 전문 업무 지원을 모두 제공한다.
KT가 올해 상반기 선보이는 에이전트 AI의 컨셉은 '한국적 AI'다. 한국인의 사고방식과 정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글로벌 빅테크의 AI 에이전트보다 한국의 법률과 제도, 금융 상품 로직, 문화적 정서 등을 더 정확하게 판단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미 탄탄한 기술력과 압도적인 자본력으로 AI 생태계를 장악한 글로벌 빅테크의 공세 속에서 국내 기업들이 앞으로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후발주자임을 인정하고 글로벌 협력과 투자를 확대하되, 국내 상황에 맞게 자체 AI 서비스 고도화하고 산업별 특화 솔루션을 제공해 돌파구를 찾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