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대 대통령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가상자산 관련 선심성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가상자산업계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내부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않은 얘기들이 표면화되면서 시장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어서다.
가상자산업계가 현실성 없는 정책으로 보는 사례 중 하나로 '한국디지털자산거래소(가칭) 설립'을 꼽을 수 있다. 29일 국회와 업계에 따르면 해당 건은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한 분과에서 얘기가 나온 사안이다. 당의 공식 입장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골자는 지방자치단체와 가상자산거래소 등 민관이 합작해 스테이블코인이나 실물연계자산(RWA) 등 디지털자산 거래를 지원하는 것이다.
업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2단계 가상자산 법안에 스테이블코인 등 관련 내용이 포함될 예정인 만큼 산업 발전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것은 환영하지만 지방에 민관 합작 거래소를 설립하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봤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방 민관합작거래소는 반길 이유도 실현가능성도 없다고 본다"며 "비슷한 성격의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도 사업 진행이 더디고 이제 논의가 막 시작된 원화 스테이블코인, 토큰증권(ST) 거래를 지원한다는 게 현실감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고 업계와 시장 활성화를 위해 애쓴다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나온 얘기 같은데 헛발 짚었다"고 했다.
국민의힘도 금융사가 출자한 '한국코인거래소' 설립 공약을 내놓았지만 관련 법제도 미비 등으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민연금 등 정부기관의 직접 투자 허용도 현실을 너무 앞서가는 선심성 공약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여야를 막론하고 표심을 잡기 위해 그럴듯한 얘기들이 검증없이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앞서 민주당이 공약으로 내놓은 '가상자산 거래 수수료 인하'에 대해서도 업계의 반발이 심하다. 1000만명에 달하는 이용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꺼내든 공약이지만 특정 거래소의 쏠림을 심화시키고 중소업체들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어서다.
국내 코인거래소 한 관계자는 "1·2위 거래소만 수익을 내는데 전체적으로 수수료를 낮추면 지금도 적자를 내는 중하위권 거래소는 문 닫으라는 얘기”라며 "증권사처럼 다른 사업도 못하고 수수료에만 의존하는 거래소들 사정은 관심도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업계는 거래소의 상장·상장폐지 권한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민주당의 '디지털자산기본법'의 방향에 대해서는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올해 초 만해도 여야는 거래소의 상장 권한을 손봐야 한다며 관련 개정안을 잇달아 발의했지만, 최근 민주당 선대위 산하 디지털자산위원회는 거래소의 상장 권한을 그대로 나두기로 방향을 틀었다.
조만간 관련 법안이 발의 예정인 가운데 추후 금융당국과 조율을 거쳐 최종 법안이 나오겠지만 정치권과 업계는 상장 권한 관련해서는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상장 권한은 거래소가 갖고, 거래소 금융당국 산하 위원회에 상장에 대한 문의를 하면 의견을 주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금융당국도 상장에 직접 개입하고 권한을 갖게 되면 그에 따른 리스크와 책임 문제가 있어 감시만 하는 방향을 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