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주요 대선 후보들의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관련 공약은 레거시(기존) 미디어와 규제 형평성을 강화하는 것에 초점이 있다. 기존 미디어 관련 규제는 완화하고,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OTT에 대해선 새로운 법적 규제를 찾겠다는 움직임이다. 대선 후보들은 더 나아가 미디어 관련 정부부처 개편도 예고하고 나섰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민주노동당, 개혁신당 모두 OTT와 같은 뉴미디어의 영향력을 어느때보다 중요하게 검토한 모양새다.
김문수 "기존 방송 규제 완화"
2일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공약집을 보면 "OTT와 방송을 아울러 고려하는 방송·미디어 법제 개선에 나서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여론 형성 등 공적 영역을 담당하는 방송, 시장 영역에서 국내외 경쟁을 하는 OTT의 특성을 고려해 법제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존 방송의 규제는 완화하면서,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OTT 관련 규제는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 공약집도 "전체적으로 규제를 완화하되 매체의 성격에 따라 진입·편성·채널 운용·내용심의·광고·소유규제 등을 차등 적용하고, 유사 매체는 유사 규제를 추진하겠다"며 "편성 규제와 광고 규제는 대폭 완화하고, 내용 심의는 자율 규제를 원칙으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내용 심의는 △인간의 존엄 △왜곡 및 조작 △연령·직업·종교 등에 대한 차별과 혐오 관련한 최소 심의는 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OTT의 경우 시장 경쟁 및 이용자 보호 규제, 내용 심의 위주로 진행한다는 공약이다.
이와 함께 김문수 후보는 미디어 거버넌스 구조도 정비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허가 등 규제 심의·진흥 등에 대한 소관 기관을 명확하게 할 계획이다. OTT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으나 콘텐츠 산업 전반을 지원하는 내용의 공약도 내놨다.
이재명, 방심위·방통위 바꾼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방송·미디어 규제의 형평성과 규제체계를 선진화하겠다"며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 하의 동일 유사 서비스간 규제 형평성을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정책의 목적도 '전통적 미디어와 신유형의 미디어간 규제 역차별 해소'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유형의 미디어 플랫폼·콘텐츠에 대한 진흥·규제의 법적 근거를 마련할 것"이라며 "방송광고 활성화를 위해 방송 광고 제도를 혁신하고 방송 광고의 프로그램 총량제에서 일일 총량제로 전환 또는 양자 병행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를 강화한다는 방침도 공개했다. 이를 위해 "불합리한 위원회 위원 구성 및 제도를 전면 개편하고, 법률상 제한 이외 회의록 공개를 의무화할 것"이라며 "정치적 악용을 차단하기 위해 방송심의규정 중 공정성 부분을 전면 개정할 것"이라고 했다.
또 "분산된 방송영상미디어 관련 거버넌스 및 법제도 통합 개선할 것"이라며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법제와 거버넌스를 논의하기 위한 미디어 혁신 범국민 협의체(가칭)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방송통신위원회의 정상화와 전문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방송통신위원회설치법을 전면 개정할 것"이라고도 공약했다.
이와 함께 이재명 후보는 국내 미디어 콘텐츠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한 통상·외교적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스마트TV 제조사와 미디어 사업자가 협력해 'FAST(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TV)'를 앞세워 해외 진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더 나아가 K-OTT 콘텐츠 및 플랫폼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에도 힘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망 이용 대가와 관련한 정책은 엇갈렸다. 김문수 후보는 "망 이용대가는 사적계약의 자율성을 우선하되 불공정행위는 사후규제할 것"이라고 밝힌 반면 이재명 후보는 "일정 기준 이상 플랫폼 기업의 국내 발생 매출 신고 의무를 개선하고, 공정한 망 이용 계약을 제도화할 것"이라고 했다.
권영국 "콘텐츠 쿼터제"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에 콘텐츠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일종의 '국내 콘텐츠 보호 방안'을 제시한 후보도 나왔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OTT 콘텐츠 쿼터제'라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권영국 후보는 "OTT 콘텐츠 쿼터제를 도입하고 콘텐츠 발전기금을 징수하겠다"며 "모든 OTT에 국내 콘텐츠 30% 이상 구성을 의무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국내 OTT의 국내 경쟁력 제고와 해외 OTT의 국내 콘텐츠 투자 확대를 유도할 것"이라며 "OTT 사업자 매출의 일정 비율을 콘텐츠 발전기금으로 징수해 국내 콘텐츠 산업에 투자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규제 거버넌스의 개선도 공약했다. 권영국 후보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자율규제 지원기구로 전환하겠다"며 "방송통신에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정치적 목적이나 자의적 해석에 의한 콘텐츠 검열을 막겠다"고 했다. 또 "방송통신위원회의 삭제 명령권을 폐지해 행정기관의 과도한 개입과 정치적 심의의 위험을 막겠다"며 "심의제도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높이고 시민사회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자율규제 기구로의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경우 OTT를 직접 겨냥하진 않았으나 기존방송 광고규제의 형평성 강화를 공약했다. 이준석 후보는 "유튜브, SNS에선 허용되는데 방송만 막는 광고 규제를 폐지하겠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디어 전반의 낡은 규제를 풀어 다양한 사업자의 투자를 이끌어내고, 거버넌스 이슈도 잘 정리해 OTT를 지원하는 컨트롤타워가 생겨야 할 것"이라며 "매번 비슷한 공약이 나오고 있는데,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