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의 생존 경쟁이 더욱 격화하는 모습이다. 꿋꿋이 독자 노선을 타던 선두 업체가 생활형 플랫폼과 손을 잡는가 하면 국내 OTT 최초로 광고 기반 무료 모델을 도입한 사례도 나왔다. 시청자의 24시간 선점 싸움이 본격화했다는 평가다.
가성비로 타 플랫폼 이용자 유인
국내 점유율 1위 넷플릭스는 이달 광고형 스탠다드 요금제를 월 5500원에서 7000원으로 27% 올렸다. 이 상품은 중간 광고를 노출하는 대신 월 구독료가 저렴해 구독자들이 애용하는 요금제다. 넷플릭스는 올해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썼다. 이에 일각에서는 기습 인상에 대한 볼멘소리도 이어졌다.
그러나 조금만 찾아보면 기존 구독료를 그대로 유지하며 콘텐츠를 시청하는 이들을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넷플릭스가 제휴 멤버십 요금제는 인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앞서 지난해 11월 생활형 멤버십 서비스인 네이버플러스와 제휴를 맺고 이들 회원을 대상으로 추가 비용 없이 광고형 스탠다드 요금제와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기본 월 4900원, 연간 회원 월 3500원의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에 가입하면 넷플릭스 콘텐츠를 공짜로 볼 수 있다. 국내에서 시청 가능한 OTT 가운데 사실상 가장 저렴한 금액이다.
효과도 가시화했다. 넷플릭스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지난 3월 1409만명으로 드라마 '더 글로리' 이후 2년여 만에 1400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4월에도 1406만명을 기록하며 업계 '절대 강자'를 입증했다.
한편 토종 OTT 티빙은 배달 애플리케이션 시장 1위인 배달의민족(배민)과 손잡았다. 다음달부터 배민 무료 배달 멤버십인 '배민클럽' 구독료에 일정 금액을 추가해 티빙 콘텐츠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배민 MAU는 최근 3년간 2100~2200만명대를 꾸준히 유지 중이다. 600만명대 수준인 티빙 입장에서는 MAU의 수직 상승을 기대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주희 티빙 대표 역시 지난 8일 CJ ENM 콘퍼런스 콜에서 가입자수를 20~30% 늘리기 위한 전략 중 하나로 배민과 제휴를 언급한 바 있다.
'무료 OTT' 파격 행보…점유율·수익성↑
이런 상황에서 업계 2위 쿠팡플레이의 추격은 더욱 매서워졌다. 계속 독자 노선을 타면서도 구독료를 없애 '광고만 보면 무료'로 맞불을 놓은 것이다.
기존에는 월 7890원짜리 쿠팡 '와우 멤버십' 가입자만 쿠팡플레이 시청이 가능했다. 다음달부터는 구독료를 따로 내지 않는 일반 회원에게도 쿠팡플레이의 모든 콘텐츠를 개방한다. 국내 OTT 가운데서는 최초 광고 기반 무료 모델이다.
쿠팡플레이는 '공짜 OTT'라는 강력한 무기로 점유율 기반을 확대하면서도 프리미엄 서비스는 오히려 강화해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와우 회원에게는 4K 고화질 스트리밍과 멀티채널 오디오 지원을 확대해 제공한다. 현장 방청, 무료 최신 영화, 리워드 프로그램 등 혜택도 강화한다.
유료 구독 기반 OTT 시장에서 광고 기반 무료 모델이 새로운 표준이 될지도 관심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협업이냐, 파격이냐의 싸움"이라며 "쿠팡플레이의 실험이 성공한다면 OTT 시장의 룰 자체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