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그 오브 레전드(롤·LoL)'가 독주 중인 진지점령(MOBA·Multiplayer Online Battle Arena) 게임에 크래프톤이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흔히 MOBA는 신규 진입 장벽이 가장 높은 장르로 꼽힙니다. 롤의 아성을 무너뜨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크래프톤은 어떤 전략으로 승부수를 던졌을까요?
골리앗 '롤'이 세운 거대한 장벽
MOBA는 이용자가 팀을 이뤄 상대 진영의 핵심기지를 파괴하는 방식의 게임 장르입니다. 전략적인 플레이와 팀 협력이 핵심 요소입니다. 2009년 출시된 롤이 시장을 선점한 이후 이 장르는 신작이 뿌리내리기 어려운 환경이 됐습니다.
이용자 수에 따라 게임 환경이 크게 좌우되기 때문인데요. 유저가 많아야 실력이 비슷한 상대와 빠르게 매칭되는 시스템이 원활하게 돌아갑니다. 유저가 줄어들면 매칭 품질이 떨어지고, 이는 만족도 하락과 유저 이탈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습니다. 또한 숙련도에 따라 승패가 좌우되는 장르 특성상 신규 이용자의 적응이 쉽지 않은 것도 진입장벽으로 꼽힙니다.
수익 구조도 까다롭습니다. 공정한 대결이 핵심이라 캐릭터 능력치에 영향을 주는 과금 모델(P2W)을 도입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캐릭터 스킨 등 꾸미기 아이템 중심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입니다. 반면 신규 캐릭터를 추가하고 밸런스를 조정하는 등 게임사의 업데이트 비용은 지속적으로 발생합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MOBA 게임은 대전 요소가 핵심이라 유저 수에 따라 매칭 속도와 플레이 환경이 크게 달라진다"며 "초기 선점 효과가 강한 장르라 신규 게임이 자리 잡기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다윗 '너바나나' 손잡고 롤 본진 공략
이미 시장에는 넥슨의 '슈퍼바이브'나 넷마블의 '파라곤: 디 오버프라임'처럼 흥행의 쓴맛을 본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크래프톤은 신생 개발사 너바나나 스튜디오에 지분투자를 하고 이 회사가 개발 중인 MOBA 게임인 '프로젝트 제타'의 글로벌 퍼블리싱을 맡았습니다.
장르 다변화와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대한 의지가 깔려 있기 때문 아닐까 싶습니다. 프로젝트 제타가 성공하면 흔히 '롤드컵'이라 불리는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같은 대규모 글로벌 e스포츠가 또하나 탄생할지도 모릅니다.
크래프톤과 너바나나의 전략은 '기존 문법의 파괴'입니다.
프로젝트 제타는 3명이 한 팀을 이뤄 총 5개팀(15명)이 하나의 전장에서 싸우는 구조(3:3:3:3:3)로, 글로벌 히트작 '이터널 리턴'을 제작한 김남석 대표가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습니다. 5명이 한 팀을 이뤄 2개팀(5:5)이 싸우는 롤과 비교해 더 빠르고 변칙적인 전투를 즐길 수 있을 걸로 보입니다. 지루한 대치 상황을 줄이고 전투 빈도를 높였다고 합니다.
롤이 체스판을 보듯 전장을 내려다보는 방식(탑뷰)이라면, 프로젝트 제타는 캐릭터의 등 뒤에서 바라보는 3인칭 시점(백뷰)을 사용합니다. PC 기반인 롤과 달리 콘솔 시장도 겨냥했기 때문입니다.
비밀 대신 개방…이용자 속으로 '한발 더'
또한 개발 과정부터 이용자와 소통하는 '오픈 디벨롭먼트' 방식을 택했습니다. 비밀 유지 서약 없이 게이머들이 자유롭게 게임을 테스트하고 게임 플레이 영상을 공유하거나 방송할 수 있습니다.
최근 테스트를 통해 공격 조작감을 개선하고 시각과 음향효과를 보강한 것도 유저 피드백의 결과입니다.
올해 하반기 '미리 해보기(얼리 액세스)' 출시를 앞둔 크래프톤은 한국과 중국을 넘어 북미, 유럽으로 테스트 범위를 점차 확대할 계획입니다. 높은 진입 장벽이 존재하는 시장에서 이번 도전이 어떤 결과를 낼지 주목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