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사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일본과 중국 등 외국 자본으로 경영권이 넘어가면서 우려와 기대가 공존한다. 경영권이 바뀐 게임사의 미래와 사업 확장에 나선 게임사의 생존 가능성, 최근 게임사 인수합병 시장의 특징을 살펴본다. [편집자]

국내 게임업계에 굵직한 인수합병(M&A) 바람이 불면서 산업의 지형도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카카오는 수익성이 악화된 카카오게임즈 경영권을 라인야후에 넘겼고, 박관호 위메이드 의장 역시 보유 지분 전량을 중국 알리바바 계열의 투자사에 매각하기로 했다.
주목할 부분은 경영권 인수의 주체가 외국 자본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그동안 외국 자본은 국내 주요 게임사의 주요 주주에 머물렀으나 이제는 경영권 자체를 확보하기 시작했다.
국내 게임업계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국내 게임사가 매력적인 투자처로 인정받았다는 방증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핵심 자산인 지식재산권(IP)을 고스란히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주요주주 넘어 경영권 확보
카카오게임즈의 최대주주는 '엘트리플에이(LAAA) 인베스트먼트'로 변경됐다. 이 회사는 라인야후가 카카오게임즈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설립한 투자목적법인(SPC)이다.
라인야후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0%씩 지분을 보유한 합작법인이다. 일본 도쿄증권거래소 프라임시장에 상장된 일본 법인으로 실질적 경영은 소프트뱅크가 주도하고 있다. 사실상 카카오게임즈의 경영권이 일본 기업으로 넘어갔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위메이드도 경영권이 중국 자본으로 넘어갔다. 최대주주이자 회사를 이끌었던 박관호 의장은 보유 지분 전량을 '네오펄스'에 매각하기로 했다. 네오펄스는 중국 알리바바 계열로 분류되는 회사다. 홍콩 소재 투자운용사가 지분 전량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주요 게임사들과도 긴밀한 네트워크를 보유한 투자 창구로 알려졌다.
과거에도 외국 자본은 국내 게임사 지분 확보에 적극적이었다. 특히 텐센트의 경우 홍콩과 싱가포르에 등록된 투자전문회사를 통해 넷마블·크래프톤·시프트업의 2대 주주 지위를 점하고 있다.

IP 경쟁력에 '눈독'
외국 자본이 경영권까지 탐내는 핵심 이유는 국내 게임사들이 보유한 IP 경쟁력 때문이다. 네오펄스가 위메이드를 인수한 배경에는 중국 현지에서 여전한 파괴력을 가진 '미르의 전설2' IP가 있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오딘: 발할라 라이징' 등 흥행 IP와 퍼블리싱 인프라, 동남아시아 유통망을 탄탄하게 구축하고 있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했다.
이를 보는 게임업계의 속내는 복잡하다. 특히 버팀목 역할을 하던 핵심 IP가 중국 등 외국 자본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IP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IP를 빼앗길 수 있다는 게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IP를 제3의 회사에 재판매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승훈 안양대 게임콘텐츠학과 교수는 "우리 IP가 사라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더 큰 게 사실"이라며 "외국 자본으로 경영권이 넘어간 이후 IP 소유권을 비롯해 향후 경영 방향성 등 불투명한 부분이 많다는 점도 안심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자칫하다가는…' 긴장하는 게임산업
중견 게임사인 카카오게임즈와 위메이드에 이어 추가적인 M&A 가능성도 점쳐진다. 텐센트 등 중국 자본이 2대 주주로 있는 대형 게임사들조차 최대주주와 지분율 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주가흐름이 지지부진한 틈을 타 외국 자본이 추가 지분매입에 나설 경우 경영권이 위태로워질 수 있는 구조다.
크래프톤은 최대주주인 장병규 의장과 2대 주주 지분율 차이가 1.13%포인트(p)에 불과하다. 시프트업 김형태 대표와 2대 주주와는 3.95%p, 넷마블 방준혁 의장은 2대 주주와 지분율이 6.6%p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특히 개발비 부담으로 재무구조가 취약한 중소형 게임사들은 더욱 손쉬운 M&A 타깃이 될 수 있다.
또 다른 게임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중국 시장 진출 등을 위해 중국 자본 투자를 유치해 주요 주주로 확보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라며 "IP뿐 아니라 기술력과 운영 노하우 등이 넘어가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국내 인력 대신 외국 인력이 들어와 해외 게임사로 바뀔 수도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이유로 게임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거나 외국 자본으로부터 국내 게임사들의 경영권을 보호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시에 국내 게임 산업 자체의 기초체력을 키워야한다는 조언도 잇따른다.
이승훈 교수는 "인건비 세액 공제 등 게임산업 관련된 규제 완화로 개발 생태계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며 "게임사들도 체질 개선을 통해 자체 경쟁력을 높여야 외국 자본으로부터 경영권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