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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 익숙한 것들과 이별할 때다

  • 2013.11.12(화) 16:55

현대차 노조가 변화를 택했다. 차기 위원장으로 소위 '중도 실리파'가 선출됐다. 결선투표까지 갈 만큼 치열했다. 현대차 노조의 고민이 엿보인다. 업계의 기대도 크다. 투쟁 일변도였던 현대차 노조의 노선에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돼서다.

차기 현대차 노조위원장에 이경훈 전 노조위원장이 당선됐다. 이 위원장은 지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무파업 노조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27년의 현대차 노조 역사에서 무파업은 단 4번. 그 중 3번을 이 위원장이 주도했다.

◇ 상처 뿐인 파업

업계가 이 위원장의 '복귀'를 반기는 이유다. 올해 현대차 노조의 임단협은 시작부터 리스크를 안고 있었다. 추석 연휴와 차기 집행부 선거가 노조의 발목을 잡았다. 파업을 진행할 시간이 부족했다. 무엇보다도 노조원들의 반응이 시큰둥했다. 하지만 노조 집행부는 파업을 강행했다.


우려했던 바는 현실로 다가왔다. 부족한 시간에 여론 마저 등을 돌리자 노조는 파업 동력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예년과 달리 노조는 전면 파업이 아닌 부분 파업으로 임단협을 진행할 수 밖에 없었다. 투쟁동력은 자연스럽게 떨어졌다.

사측은 '해외 공장 증설' 카드로 노조를 압박했다. 여론도 동조했다. 노조가 발목 잡는 국내보다 생산성 높은 해외로 나가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많았다. 결국 노조는 파업의 상처만 남긴 채 임단협을 타결했다.

업계는 이번 현대차 임단협은 사측의 승리라고 분석했다. 전략적으로 잘 대응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노조는 참담했다. 대내외적으로 명분도 실리도 챙기지 못했다.

 
◇ 변화를 선택하다

이경훈 위원장의 복귀는 현대차 노조원들이 파업이 아닌 실리를 원한다는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다. 무파업 임단협 타결을 이뤄냈던 지난 2009년~2011년의 3년간 현대차 노조원들은 그들을 옭아맸던 강성 이미지에서 벗어났다. 실리도 챙겼다.

올해는 그 때와는 정반대의 상황이었다. 과거로 회귀했다. 노조원들은 동의할 수 없었다. 이미 지난 3년간의 경험으로 파업은 무리수라는 것을 노조원들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집행부는 이를 무시했다.

이경훈 당선자는 "27년간 현대차 노사의 낡은 악습을 과감히 파기해 글로벌 기업에 맞는 단체교섭의 원칙과 기준을 확립하겠다"고 했다. '낡은 악습'은 파업을 의미한다. 과거와 분명하게 선을 긋겠다는 선언이다. 실리를 추구하는 그의 의중이 엿보인다.

현대차 노조의 한 관계자는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현대차 노조 내부에서는 변화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올해 임단협과 이번 위원장 선거는 과도기에 있는 현대차 노조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 준 예"라고 말했다.

◇ 인습과 이별할 때

그의 말처럼 현대차 노조는 현재 과도기에 있다. 파업에 익숙해져 있는 어제와 변화를 바라는 오늘의 중간에 있다.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향후 현대차 노조의 방향이 달라진다.

이번 위원장 선거에서는 1차 투표에 당선자가 나오지 못했다. 그만큼 현대차 노조 내부적으로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는 결선 투표 끝에 변화를 택했다. 더 이상 과거에 얽매여서는 나아질 것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셈이다.

이경훈 당선자를 비롯한 새 집행부에게는 큰 숙제가 남았다. 과거의 인습에 젖어 있는 노조원들을 변화의 물결 속으로 이끌어 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진통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다.

노사 관계에 있어 가장 이상적인 것은 합리적이며 상생하는 관계를 만드는 일이다. 모든 기업의 노사가 원하는 일이지만 쉽지는 않다. 낯선 것과의 만남은 늘 불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화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순간, 노사 관계는 진일보할 수 있다. 국내 최대 단일 노조인 현대차 노조가 해야 할 일이다. 그들의 움직임을 많은 노조들이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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