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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아베노믹스와 한국 경제

  • 2014.01.06(월) 11:38

2014년 새해를 맞으며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는 것 하나는 아베노믹스가 연말까지 지속되리란 점이다. 이번에는 아베노믹스를 축으로 글로벌 경제 매트릭스의 지도를 펼쳐 보도록 하겠다. 아베노믹스는 일본 디플레 탈출을 모색하는 신호탄이자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정책의 핵심 축이다. 정치적 연합인 셈이다. 아베노믹스 발단은 일본이 애달파하는 `잃어버린 20년`이다. `잃어버린 20년`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디플레이션`으로 귀결된다. 디플레이션은 화폐의 역사에 있어서 이단아와 다름없는 독특한 현상이다.

 

현실적으로 경제성장은 인플레이션을 담보로 한다. 상업규모가 확대될수록 교환의 매개체가 더욱 필요할 것이니 인플레이션은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다. 은화를 사용했던 로마 당시에도 경제규모가 확대되면서 은화의 은 함유량이 줄어들자 화폐가치가 폭락해 제국의 멸망을 앞당긴 바 있다. 특히 시민들이 은 함유량을 높은 통화를 보관하고 은 함유량이 낮은 통화를 주로 유통시키게 되면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라는 절대명제가 역사에서 구현되기 시작했다.

 

근대에 들어서는 영국 출신으로 프랑스 왕정시대 화폐경제와 중앙은행의 기틀을 마련한 (혹은 희대의 사기꾼으로 일컬어지는) 존 로(John Law)에 의해서도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발생한 바 있다. 여기서도 금이나 화폐 어느 것이나 교환의 매개체로 사용될 경우 그 매개체가 대량 유통될수록 그 가치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입증된다. 이로써 경제성장에 따르는 필연적인 부작용이 인플레이션이라는 것이고, 이는 경제성장의 속도가 높을수록 인플레이션이 심할 수밖에 없다는 인과율을 성립시킨다.

 

일본의 경우 지속적으로 경제가 침체되고, 특히 내수경제의 디플레이션이 심했으니 경기위축이라는 고질병으로 고생해 온 점이 특징이다. 즉, 화폐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유지되었기에 굳이 지금 실물을 구입할 필요가 없는 것이고, 기업은 투자할 유인이 줄어든다. 가급적 현금을 장기간 보유할수록 부(副)를 유지할 수 있었기에 장롱 속에 현금만이 쌓여 갔고, 정부불패(政府不敗)의 신화 속에 일본 국민들의 일본 국채 매입과 우정국 예금을 통해 자신들의 자산을 보호해 왔다.

 

따라서 일본이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은 바로 인플레이션임을 알 수 있다. 지긋지긋한 디플레이션을 날려 버리고 싶은 것이 아베정권의 속내다. 거기에 찰떡궁합으로 미국의 양적완화 노선이 튀어 나았으니 상호간의 양적완화는 `보기 좋은 케이크 위에 진한 크림`인 셈이다. 기본적으로 일본 엔화를 대량 발권해 통화량을 늘리고, 그 돈으로 미국과 일본의 국채를 매입한다. 우리 입맛에는 맞질 않지만, 기축통화 보유국인 일본의 전략인만큼 그 무게감을 가늠할 필요가 있다. 

 

일본 내 인플레이션은 대내외적으로 두 가지 개선효과를 가져 온다. 대내적으로는 실물자산의 가치가 증가함으로서 가계와 민간의 투자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 대외적으로는 일본판 양적완화를 통해 엔화약세 기조가 형성되니 기업부문의 실적 호전을 위한 필요조건이 성립한다. 그 충분조건으로 세 번째 화살로 불리는 투자, 고용률,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는 구조적 개혁이 이어진다. 이를 통해 일본 정부의 적자를 감소시키겠다는 두 번째 화살이 자구책으로 놓여 있는 것이 아베노믹스의 구조다. 

 

아베노믹스가 약속한 기간의 절반이 지났다. 일본에서 점차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고, 엔화약세가 강화되어 100엔당 1000원 이하로 환율이 급락했다. 애초부터 원화의 환율 강세를 겨냥하고 시도된 아베노믹스이기에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우리가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은 `미국이 진정으로 희생자 국가를 필요로 하는 가`라는 부분이다. 아베노믹스 뒤에 감추어진 `베일 위의 실력자`는 어디까지나 미국이다.

 

아베노믹스를 일본만의 정책으로 간주하는 것은 경적필패(輕敵必敗. 적을 얕보면 반드시 패함)의 우(愚)에 해당한다. `도쿄 올림픽` 개최 결정을 거쳐 집단 자위권 행사에 대한 미국의 지지 발언이 이어졌고, 한국에 대한 경제제제의 목소리와 더불어 일본의 TPP 참여로 2013년은 흘러갔다. 이제는 2014년 한 해 동안 지속될 아베노믹스의 속도와 무게감을 걱정해 볼 시점이다. 걱정은 궁리를 낳고 궁리는 수단을 낳으면 수단은 방책을 토해낸다.

 

2014년은 아베노믹스가 지속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글로벌 경제 매트릭스의 동향을 추적함에 있어 미국과의 전략적 연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더불어 중국과 러시아의 서부 패권과 미국과 일본의 동부 패권의 충돌 속에서 갈라지는 틈이 생기기 쉽다. 그 틈은 천길 낭떠러지일 수 있으니 `돌다리도 두들겨 보는` 보수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다만 유럽은 별도의 존재로 인식해도 좋고, 중국계 자금과 연대할 개연성도 매우 높다. 중국은 미국이 충격을 가할 때마다 쌓아 둔 현금을 뱉어낼 것이다.

 

따라서 2014년은 미국의 날카로운 `잽`에 중국의 부드러운 `위빙`이 어우러지는 군무(群舞)의 유희적 양상이 전개될 개연성이 크다. 탄탄한 맷집을 지닌 중국이라는 존재가 우리에게는 단기적으로 큰 힘이 될 것이다. 유로존의 제로금리는 ECB가 지향하는 정책적 방점이나 그 동안의 긴축정책의 피로도가 쌓여 있는 만큼 성급한 기대만으로 유로존을 장밋빛으로 도포해서는 곤란하다. 유로존의 부채수준은 결코 쉽게 축소될 성질의 것이 아니고, 이는 곧 정쟁(政爭)으로 옮겨 붙을 개연성이 높다는 점에 무게감을 둬야만 한다.

 

미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을 축으로 그려보는 전략지도를 통해 향후 세부 가지들에 대한 추론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고, 그 기조에 아베노믹스에 의한 환율문제가 탄탄히 놓여 있다. 우리나라가 희생자 국가가 될 개연성이 크다. 2014년 상반기에는 가급적 수출의 시차효과(lag effect)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임형록(hryim@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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