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멩이 하나도 거기까지 굴러 온 데는 그럴만한 사연과 이유가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단팥빵에는 두 가지 눈에 띄는 특징이 있는데 여기에도 길거리 돌멩이만큼이나 그럴듯한 사연이 있다.
단팥빵은 가운데가 배꼽처럼 움푹 들어가 있다. 또 하나는 단팥빵 위에 참깨가 뿌려져 있다는 점이다. 둘 다 빵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가운데가 움푹 들어간 이유는 일본 왕 때문이다. 단팥빵은 서양에서 전해진 빵이 아니라 일본에서 처음 만들었다. 예전 일본을 보고 모방의 천재라고 했는데, 서양 빵을 모방해 동양 빵으로 재창조해 낸 것으로 빵이 주식인 서양과 달리 과자처럼 간식으로 개발한 빵이다. 기무라 야스베에라는 사람이 1874년에 만들어 창업했다. 올해가 단팥빵이 세상에 나온 지 140년이 되는 해다.
1년 후, 단팥빵이 인기를 끌면서 맛있다는 소문이 궁중에까지 전해졌다. 마침 일왕의 벚꽃구경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이때 먹을 간식으로 단팥빵을 납품해 달라는 주문이 들어왔다.
제과점 주인 입장에서는 영광이었을 것이니 왕에게 어울리는 특별한 빵을 만들기 위해 고심했다. 그래서 단팥빵이 서양 빵이 아니라 일본에서 만든 독자적인 음식이라는 빵을 강조하고, 또 특별히 왕실에 납품하는 빵이라는 뜻에서 왕실용 단팥빵에는 가운데에 소금에 절인 벚꽃열매를 박았다. 단팥빵의 가운데가 움푹 들어간 것은 이때 생긴 흔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일왕이 단팥빵을 먹었다는 소문이 나면서 전국적으로 유명해졌고, 그 결과 단팥빵 하나 사먹으려고 3시간이 넘도록 줄을 서서 기다렸다고 한다. 이후 일본에 단팥빵이 널리 퍼졌고 우리나라에까지 전해졌다.
단팥빵에 참깨가 뿌려진 데도 이유가 있다. 밀가루에 고소한 참깨 맛을 더하라고 뿌렸다는 설도 있지만 또 다른 말도 있다. 단팥빵에 들어있는 단팥은 크게 구분하면 보통 두 종류다. 체에 거른 고운 단팥을 넣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통 단팥을 넣기도 한다. 그런데 먹는 사람 입장에서는 단팥빵의 겉모습만 보고는 어느 빵에 어떤 종류의 단팥이 들어있는지 구분할 방법이 없다.
때문에 체로 거른 단팥에는 참깨를 뿌렸고, 통 단팥에는 아무 것도 뿌리지 않거나 겨자씨를 뿌렸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은 그런 구분 없이 그저 습관적으로 참깨를 뿌리지만 처음에는 기호에 맞도록 골라 먹을 수 있도록 표시를 한 것이라고 한다. 소비자의 기호를 위한 작은 배려의 흔적이다.
단팥빵에 이어 나온 빵이 소보로 빵인데 이 빵은 언제 만들어졌는지 확실한 기록이 없다. 다만 주식인 서양의 빵과 달리 전형적인 간식으로 빵과 과자를 동시에 먹을 수 있도록 빵 위에 쿠키 가루를 얹은 형태로 만든 것이다.
그 다음에 크림 빵이 만들어졌는데 올해가 크림 빵이 나온 지 110년이 되는 해다. 단팥빵이 인기를 끌었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자 새로운 맛에 대한 요구가 생겼다. 그리하여 1904년 새로운 빵을 만들었는데 동양적인 단팥 대신에 서구적인 커스터드 크림을 넣은 것이 속된 말로 대박으로 이어졌다. 당시 사람들은 촉촉한 크림을 맛보고 천상의 맛이라며 감탄했다고 한다.
다꾸앙이 단무지로 발전하고 짜장면이 한국음식화한 것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단팥빵, 소보로 빵, 크림빵이지만 모두 일본에서 비롯된 빵이라는 사실도 새삼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