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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미 눈깔은 사랑의 상징

  • 2014.05.09(금) 08:31

우리는 별명이 많은 나라다. 고대로부터 아침 해가 선명하게 떠오르는 곳에 있는 나라여서 조선(朝鮮)이라고 했고 고조선과 조선 왕조에서는 아예 국호로 삼았다. 숲속에서 닭이 울어 왕의 탄생을 알렸기에 신라는 계림(鷄林)이고, 신선이 모여 사는 동방의 나라이기에 청구(靑邱), 무궁화가 많이 피는 땅이어서 근역(槿域)이라고 했다.

접역(鰈域)이라는 별명도 있다. 가자미 접(鰈)에 지역 역(域)이니 바로 가자미가 많은 곳이라는 뜻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알게 모르게 가자미 종류의 생선을 많이 먹는다.

 

봄철 보양식이라는 남해안의 도다리 쑥국을 비롯해 강원도와 함경도의 대표음식으로 꼽는 가자미식해, 경상도의 가자미 미역국은 별미로 널리 알려져 있다. 수산물 시장에 가면 가장 흔한 물고기도 바로 가자미 종류로 구워도 먹고 조리거나 찜으로도 먹고 국에도 넣어 끓인다.

게다가 요즘 한국인이 가장 많이 먹는 생선회 역시 광어회로 광어 또한 가자미의 친척이다. 예전에는 넙치, 광어, 가자미, 도다리를 따로따로 구분하지 않고 모두 가자미과 생선인 접어(鰈魚)라고 했으니 우리나라를 과연 가자미의 나라라고도 부를 만 했다.

날렵하고 예쁜 생선도 많고, 고급 어종도 수두룩한데 하필 많은 물고기 중에서 하필 흔해 빠진 가자미로 우리나라를 비유했으니 혹시 옛사람들은 이런 별명에 불쾌해 했던 것은 아닐까?

오히려 조상님들은 가자미의  땅이라는 접역이라는 별명에 자부심을 가졌다. 조선 초, 세조는 명나라와 주고받았던 외교문서에 우리 땅을 스스로 접역이라고 표현했다. 후기의 정조 역시 "우리나라는 접역으로 예의를 아는 나라"라고 했으니 접역이라는 별명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런데 가자미 땅이라는 별명이 무엇이 그렇게 자랑스러웠을까?

비밀은 바로 가자미 눈깔에 있었다. 보통은 화가 나서 옆으로 흘려보는 눈을 비하할 때 쓰는 말이지만 가자미의 특징은 바로 눈에 있다. 좌광우도, 가자미와 도다리는 눈이 오른쪽에, 그리고 광어와 넙치는 왼쪽에 눈이 몰려 있는데 옛날 사람들은 눈이 하나 밖에 없는 것으로 착각했다.

그러니 한쪽 방향밖에 볼 수 없어 혼자서는 절대 헤엄을 칠 수 없다고 여겼다. 두 마리가 반드시 짝을 이뤄야 헤엄을 치고 앞으로 나갈 수 있다고 믿었기에 눈이 짝을 이뤄야 한다는 뜻에서 가자미를 비목어(比目魚)라고 불렀다. 때문에 가자미를 헤어져서는 절대로 살 수 없는 연인, 죽음이 서로를 갈라놓을 때까지 운명을 함께 하는 사랑 지극한 부부에 비유했고 화합과 협동, 신뢰와 믿음을 상징하는 물고기로 삼았다. 정조가 우리나라를 가자미의 땅이라며 예의를 아는 곳이라고 말했던 이유다.

참고로 동방인 우리나라에 비목어가 있는 것처럼 남쪽과 서쪽에도 비슷한 동물이 있다. 남쪽에는 비익조(比翼鳥)가 사는데 암수의 날개가 각각 하나씩이어서 짝을 짓지 못하면 날지를 못하고 서쪽에는 비견수(比肩獸)가 있으니 한쪽 다리가 짧아 서로 어깨를 맞대고 의지하지 않으면 걷지를 못한다. 하지만 사랑이 지극해 맛있는 풀을 발견하면 반드시 짝에게 먼저 먹이고 나서야 자신이 먹고 어디를 가든지 반드시 함께 했으니 비목어와 함께 남녀와 부부 사랑의 상징으로 삼았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니 비목어인 짝을 챙기는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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