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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감사절에 왜 칠면조를 먹을까?

  • 2014.11.28(금) 08:11


미국은 11월 마지막 목요일인 어제가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이었다. 전통적으로 미국에서는 추수감사절과 성탄절에 칠면조 구이를 먹는다. 왜 하필 낯선 칠면조 고기를 먹을까?

추수감사절에 먹는 칠면조는 1621년 미국에 정착한 청교도가 최초의 추수감사 만찬에서 먹은 음식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기록을 보면 최초의 추수감사절에서는 칠면조 대신 사슴고기와 야생 오리를 먹었다. 그러니 최초의 추수감사절과는 별 관련이 없다.

또 다른 이유로는 야생 칠면조가 많았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한다. 칠면조가 많았으니 자연스럽게 추수감사절, 그리고 성탄절 음식이 된 것이라는데 칠면조가 흔했다는 사실이 미국의 전통 명절음식이 된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전통적으로 고대 유럽에서는 추수를 감사하는 축제 때 네 발 달린 동물이 아닌 조류, 그것도 철새를 잡아서 제물로 바치고 요리하는 전통이 있었다. 왜 하필 추수감사 축제에 철새를 요리했을까?

나름의 이유가 있다. 추수가 끝날 무렵은 가을이 끝나고 겨울이 시작될 때다.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로 이 무렵이 유럽에서는 철새가 이동하는 시기였다. 철새들이 추운 북중부 유럽에서 따뜻한 곳을 찾아서 남부 유럽과 북아프리카의 이집트로 날아가는 때였다. 때문에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철새를 잡아서 추수 감사의 기도를 올리며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

철새는 봄이 되면 다시 돌아오기 때문에 겨울이 지나고 봄이 돌아오는 것처럼, 겨울에 사라진 태양이 봄에 다시 부활하는 것처럼, 그래서 다시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되는 것처럼 계절의 변화를 상징하는 철새를 잡아서 농사의 신에게 바치는 제물로 썼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중세 유럽에서는 사회적 계급에 따라 추수감사절 때 바치는 철새의 종류가 달랐다는 것이다. 새가 크면 클수록 좋다고 생각해 16-17세기 귀족과 부자들은 주로 백조, 왜가리 같은 대형 철새를 사냥해 추수 감사 제물로 바치고 그 고기로 만찬을 즐겼다. 반면 서민 계층은 주로 거위를 요리했고 그마저도 구하지 못하면 닭고기를 먹었다.

서민들은 왜 철새도 아닌 거위를 먹었을까? 지금은 거위가 집에서 기르는 가축이지만 원래 거위는 계절에 따라 남북을 오가는 철새였던 야생 기러기를 길들인 가축이다. 때문에 고대 유럽에서는 계절의 변화와 관련된 축제나 농업의 신에게 바치는 제물로 거위를 요리했는데 거위의 조상이 철새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철새도 아니면서 더군다나 유럽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신대륙, 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칠면조가 유럽인들의 추수감사 축제 음식으로 등장하게 된 것은 순전히 착각 때문이었다고 한다.

칠면조가 유럽에 처음 전해진 것은 콜럼부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 후 일 년 후인 1520년 스페인을 통해서였다. 칠면조는 유럽에 빠른 속도로 퍼지면서 사람들이 즐겨 먹는 요리가 됐는데 당시 유럽 사람들은 칠면조를 평소 먹었던 아프리카 뿔닭과 같은 종류의 새라고 여겨 전혀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에 정착한 청교도들이 추수감사절과 성탄절에 거위 대신 칠면조를 요리하게 된 것은 칠면조가 더 흔했기 때문이다. 꿩 대신 닭이라고 했는데 서민들이 먹는 거위 대신 부자들이 먹었던 칠면조가 더 많았으니 당연히 축제 음식으로 거위 대신 칠면조 요리를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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