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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발 1천 개를 먹은 사나이

  • 2015.03.20(금) 08:31

▲ 삽화: 김용민 기자/kym5380@
닭발은 사람에 따라 싫고 좋음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음식이다. 좋아하는 사람은 끝없는 닭발 예찬론을 펼친다. 오돌토돌 씹는 맛에 쫀득쫀득 입에 감기는데 콜라겐까지 풍부해 피부에도 좋다며 닭발 맛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생김새 때문에 징그럽다며 외면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래도 곳곳에서 불 닭발 집이 보이는 것을 보면 좋아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싫고 좋고를 떠나서 아무리 봐도 닭발이 우아하고 품위 있는 고급 음식은 아닌 것 같다. 언제 어떻게 먹기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닭고기 중에서 잘 먹지 않는 부위를 모아 시장에서 음식으로 만들어 판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런 일반적인 추측과는 달리 닭발은 역사적으로 뿌리가 깊은 족보 있는 음식이다. 닭발 따위에 무슨 역사가 있을까 싶지만 약 3,000년 전인 중국 춘추전국시대에도 나오는 식품이다. 그것도 일반 백성들이 시장에서 술 한 잔 기울이며 얄팍한 주머니 털어 먹는 안주가 아니라 왕이 즐겨 먹었던 요리다. 심지어 조선 후기의 실학자, 이덕무는 닭발을 보고 예전부터 전해져 내려온 산해진미 중의 하나라고까지 했다.


그렇지 않아도 닭발이 보통을 넘는 식품이었다는 사실도 놀라운데 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닭발 천 개를 먹어치운 사람도 있었다. 닭은 한 마리에 다리가 두 개뿐이니까 무려 500마리 분량을 한 번에 먹어치웠다는 것인데 누가, 왜 그런 터무니없는 식탐을 부렸을까?


주인공은 춘추전국시대의 제나라 왕이다. 진시황 때 여불위가 편찬했다는 역사책 ‘여씨춘추’에 관련 이야기가 실려 있다.

 

“배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제나라 왕이 닭을 먹는 것과 같아서 반드시 한 번에 닭발 수 천개를 먹은 후에야 만족을 한다”

 

배우는 것과 닭발이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다고 공부를 핑계 삼아 그렇게 엄청난 양의 닭발을 먹어치웠을까 싶지만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닭발에는 고기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적기 때문에 배부르게 먹고 만족감을 느끼려면 사람 따라 다르겠지만 한 번에 적지 않은 양을 먹어야 한다. 그런데 옛날 사람들은 닭의 정기는 모두 발바닥에 모여 있다고 생각했다. 가녀린 두 발로 육중한 몸무게를 지탱해야 했으니 닭발에 좋은 기운이 가득 차 있다고 믿었던 모양이다. 그러니 닭발 천 개를 먹었다는 것은 정기가 집중돼 있는 핵심 부위를 마음껏 만족할 만큼 섭취했다는 뜻이다.

 

제나라 왕은 춘추시대에 다른 나라의 장점을 배우고 자신의 단점은 보완해서 천하의 패권을 장악했던 군주다. 이런 제왕이 실제로 닭발을 엄청 좋아했는지 닭을 먹으면 그 발을 무려 천 개를 먹고 난 후에야 만족했다고 한다. 그렇다보니 제왕이 먹었다는 닭발 천 개는 남의 장점을 철저하게 배워 자신의 경륜을 살찌운다는 비유로 쓰였다.

 

그러고 보니 닭발은 보통 음식이 아니다. 중국에서는 지금도 닭발요리를 놓고 전설의 새인 봉황의 발(鳳凰爪)라고 부르지만 예전에는 닭발을 한음지척(翰音之跖)이라고 했다.

 

‘한음’은 주역에서 닭이 하늘을 날아오를 때 내는 소리다. 그리고 ‘척’은 발바닥이라는 뜻이니 한음지척은 곧 닭발이라는 의미다. 얼마나 좋았으면 닭발 하나를 설명하면서 주역까지 동원해 가며 어마어마한 작명을 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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