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인다고 해서 모두 볼 수 있을까?
반대로 눈으로 볼 수 없다고 해서
모든 세계가 온통 검은색으로만 보일까?
최근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사진전이 열렸다.
충북 청주맹학교 고교부 18살 동갑내기인
이민주 이현주 최형락 황채현 등 네 학생이 찍은
사진 40점이 관람객들과 만났다.
이 친구들은 앞을 볼 수 없지만
마음의 눈으로 사물을 그리고 사진을 담았다.
이민주 양에게 보이는 것은 무엇이고
보이지 않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사진을 찍은 지 벌써 3년이 다 되어 가요.
시각 장애를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사진을 찍을까 생각할 수 있을 텐데요.
'넌 왜 사진을 찍어?'라는 질문을 받기도 해요.
처음에는 그냥 재미 삼아라고 답했지만
요즘엔 대답이 달라졌어요.
'시간이 지난 뒤에 추억을 떠올리고 싶을 때
보려고 찍어요' 이렇게 답해요.
사진을 직접 볼 수는 없지만
다른 사람들이 사진 속 장면을 설명해주면
조금이나마 추억에 잠길 수 있어요.
그래서 추억에 남기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거의 빠짐없이 카메라에 남기려고 노력해요."
▲ 이민주 양 작품 |
보이지 않는 사물을 어떻게 찍을까.
"사람들 시선 탓에 아직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가진 못해요.
여행도 가고 예쁜 꽃도 만져보고
그렇게 사진을 찍고 싶은데
왜 자꾸 만지느냐고 묻기도 하고
시각 장애 학생이 카메라를 만진다면서
카메라를 잘 챙기라는 말을 듣기도 했어요.
그 후론 카메라를 들고 선뜻
나가지 못하는 습관이 생겼어요.
저를 바라보는 고정관념의 굴레에서
벗어나려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어요.
시각 장애인도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걸
알리고 보여주고 싶어요."
이현주 양이 사진을 찍게 된 계기는 뭘까.
"3년 전 중학교 2학년 가을이었는데
카메라를 배울 기회가 생겼어요.
그때 첫 수업이 아직 생생해요.
카메라 수업 후에 사진을 찍었고
그렇게 한 달에 한 번씩 사진과 친해졌죠."
▲ 이현주 양 작품 |
사진을 배운 후 달라진 게 있을까.
"자신감이 생겼어요.
처음엔 제가 찍은 사진을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못했어요.
첫 전시회 후에야 두려움이 사라지고
아! 나도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자신감이 생겼고 마음도 부쩍 자랐어요.
그러면서 비장애인 분들과 더 소통하고
마음의 문을 열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처음 카메라 셔터를 눌렀을 때 들렸던
소리를 기억하며 초심을 잃지 않고 싶어요."
최형락 군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사진을 이렇게 봐주길 원한다.
"사진을 찍는 목적에 대해 고민했어요.
왜 사진을 찍을까? 자랑하며 보여주려고?
그게 아니었어요. 제 만족을 위해서죠.
물론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제가 좋아하는 사진을 찍고
즐겁게 찍을 수 있다는 거죠. (웃음)"
▲ 최형락 군 작품 |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떨림도 기대도 많았을 것 같다.
"사진 고르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웃음)
소리에, 바람에, 냄새에
또 왠지 모를 느낌에 이끌려
여기저기서 셔터를 많이 눌렀어요.
전시를 준비했던 그 시간이
너무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어요.
전시는 끝났지만 가족에게, 사람들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추억을 나누기도 합니다.
황채현 군은 어떤 사진을 담고 싶을까.
"뜻깊고 특별한 사진 전시회를 열어준
선생님들께 먼저 감사드립니다.
사진 수업을 계기로 주변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더 효과적이고 체계적으로 관찰할 수 있어
보이지 않는 세계가 보이는 느낌이에요.
그런 저의 세계를 사진으로 보여드리고 싶어요.
▲ 황채연 군 작품 |
제 사진이 편견을 깼으면 해요.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고
보이지 않는 것도 인정해 주면 좋겠어요.
너희들이 할 수 있겠어라는 의구심 대신
너희들도 할 수 있어라는 용기를 주셨으면 해요."
▲ 사진제공: 청주맹학교 |
네 명의 학생 사진작가들은 말한다.
"우리가 찍은 사진을 볼 수 없지만
우리의 사진이 여러분의 눈에
따사로운 한 줄기로 빛으로
'눈꽃'을 피웠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