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크 시대 의상을 입고
그 시대 걸작인 '비발디의 사계'를
연주하는 사람들이 있다.
'알테 무지크 서울'은 고(古)음악을
사랑하는 연주자들의 모임이다.
'알테 무지크'란 이름 자체가
옛 음악이란 뜻의 독일어다.
'알테 무지크 서울'은
강효정 음악감독이 2009년 창단했다.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고음악 연주자가 드물었던 10년 전
독일서 돌아와 아름아름 연주자를 모았다.
"우리 모임은 바로크 시대 음악을
당시 음악 언어로 되살림과 동시에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해
이 시대에 어우러질 수 있는
연주법과 작품을 연구하고 발굴합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고음악 연주자를
찾는 것조차 너무 힘들었어요.
그런데 어느덧 8월 말에
16회 정기연주회를 준비하고 있어요.
고음악을 처음 듣는 분도 많을 텐데
전혀 어렵진 않습니다.
바로크 시대 걸작 '비발디의 사계'는
많은 분이 좋아하고
또 편하게 공감할 수 있잖아요.
여름에서 가을로 바뀌는 계절에
함께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고음악과 고전파음악의 차이는 뭘까.
가을공연을 앞두고 연습 중인
김호정 소프라노는 이렇게 말한다.
"고전파음악은 서양의 클래식 시대인
1750~1800년대 초 유행하던 음악을
다 통틀어서 지칭합니다.
고음악은 중세와 르네상스, 바로크 시대
옛 음악을 요즘 악기가 아닌 그 시대
그 악기와 연주법으로 연주합니다.
그 악기와 연주법으로 연주합니다.
'Authentic Music(시대악기 음악)'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공연할 때 입는 의상도 독특하다.
"고음악은 바로크 시대에
사용했던 악기나 복원한 악기를 사용하고
연주도 최대한 당시 방식대로 합니다.
연주도 최대한 당시 방식대로 합니다.
모던 현악기의 현과는 달리
거트현(동물 창자로 만들어진 현)을 사용해
이색적인 음색과 함께 독특한
고음악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바흐와 헨델, 비발디 모두
이 시대의 작곡가들입니다.
오페라가 시작된 시기이기도 하죠."
"고음악의 또 다른 매력은
재즈와 아주 잘 어울린다는 겁니다.
고음악 연주는 즉흥적인 요소가 많아요.
바로크 시대엔 가수나 연주자들에게
즉흥적인 창작 요소가 무척 중요했어요.
그래서 재즈는 물론 다른 문화 분야와
아름답게 교감하는 우리 시대의
새로운 음악으로써 고음악을 추구하고자
지난해 '앙상블 러브레터'를 창단했습니다."
김호정 소프라노에게
고음악은 어떤 의미인가.
"익숙한 것에 딴지를 거는 겁니다.
주어진 악보에 따라 연주하지만
기계가 아니기에 매번 다를 수밖에 없어요.
같은 곡을 연주할 때도 어떻게 하면
더 새롭게 할 수 있을까 늘 생각합니다.
음악 안에서 배운 대로 매 순간
집중하고 또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익숙한 것을 새롭게 하는 것
그 힘을 음악에서 배웠습니다."
김재연 쳄발로 연주자는
독일에서 쳄발로와 사랑에 빠졌다.
"전공은 작곡이었어요.
독일 드레스덴에서 유학하던 시절
지금은 작고한 루드거 래미 선생님이
혼자 쳄발로를 연습하고 계셨는데
우연히 복도를 걷다 그 소리를 들었죠.
14년간 작곡을 전공했는데
전공을 바꿔도 좋을 만큼
그 소리를 사랑하게 되었어요.
당연히 집에선 난리가 났었죠.
경제적 지원이 모두 끊겼지만
포기하지 않고 쳄발로를 공부했어요.
독일인 남편은 쳄발로를 만들어요.
쳄발로로 또 다른 사랑을 만난 셈이죠."
9월 열리는 춘천국제고음악제에선
예술감독으로 관객들과 만난다.
"올해 춘천국제고음악제는
'Les Nations(여러 나라 사람들)'이란
제목 아래 7일간 독일과 프랑스는 물론
네덜란드와 스페인, 영국, 이탈리아로
바로크 여행을 떠납니다.
바로크 타악기와 현악기가 들려주는
리드미컬하고 역동적인 이탈리아 바로크와
바로크 시대와 같은 시간을 살았던
조선시대 궁중무용이 함께 하는
특별한 공연도 열리니까
그 매력을 느껴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고음악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그 시대 작곡자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음악을 복원하는 것이라고 한다.
메탈줄로는 표현이 안 된다.
양의 창자로 만들어진 거트현으로
만든 소리로 들어야 한다.
왠지 가을과 잘 어울릴 것 같은 고음악
폭염을 견딘 후 만나는 올해 가을은
고음악과 함께 맞아도 좋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