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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요…잊지 않을게요'

  • 2019.04.19(금) 10:09

[페북사람들] 방보영 프리랜서 다큐감독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메트로미술관 1관에서는

세월호 참사 5주년을 맞아

지하철 노동자 김정용 작가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별이 된 아이들에게 바칩니다.

진실을 밝혀 안전한 나라가

이뤄질 때까지 잊지 않겠습니다."

김 작가가 전시를 준비하면서

마음속에 새겨 넣은 글이다.

김정용 작가는 지난 5년 동안

세월호 역사를 담아 전시하고 있다.

그에게 세월호 전시는 어떤 의미일까.

"각자 갖고 있는 아픔의 표현인데

누군가에겐 잊히기도 했겠지만

유가족들은 5년이라는 그 시간 동안

하나도 변한 게 없어요.

이 전시를 준비하면서

무엇보다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또 다른 아픔으로 다가가지 않을까

무척 고민했습니다.  

시간적인 의미는 중요하지 않아요.

아무런 진실도 밝혀지지 않았다는

그 사실이 더 중요합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그 사실들을

알리고자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8~9월쯤으로 기억하는데

세월호 가족들과 집회가 끝난 후

한 분의 친정집을 들렀어요.

참사 후 5개월 정도 지났지요.

그런데 아직 손자의 사고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슬픔의 감정을 넘어 아픈 마음들이

제 마음에도 그대로 담겨

지금까지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요."

"동거차도에 움막을 짓고

유가족들이 몇 명씩 조를 짜서

인양선을 감시한다는 소식을 듣고

10월 9일 연휴를 이용해

14시간을 달려 그곳을 찾아갔어요.

다리조차 제대로 뻗지 못하는 곳에서

유가족들은 오직 진실을 밝히기 위해

눈물을 흘리고 또 흘리고 있었죠.

자식들이 희생된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는 아빠들의 그 뒷모습은

고요한 침묵 속 외침으로 다가왔죠.

많이 아팠습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잖아요.

그때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이렇게 해도 되는 세상인가 하는."

"저는 전문 사진작가가 아닙니다.

서울시 교통공사 직원으로

지하철 전동차를 정비하는데

꾸준히 다큐사진들을 찍어왔어요.

세월호 참사 이후엔 안전 쪽에

프레임을 맞춰 사진을 담고 있죠.

우리 사회를 보면 사고 당시엔

떠들썩하다가도 쉽게 잊히는

그런 경향이 강하잖아요."

"이건 대구지하철 사고 사진인데

2003년 2월 18일 사고 이후

무려 16년이 흘렀어요.

지난 2월 추모행사를 다녀왔는데

지금 이 사건을 기억하는 분들은

많지 않으실 거예요.

세월호를 포함해 많은 사고들이

금방 잊힌다는 게 안타까웠죠.

반복되어서는 안 되잖아요."

"제가 지하철 전동차를 정비하는데

세월호 참사의 원인 중 하나가

운행연한이 지난 선박이라는 사실에

너무 큰 충격을 받았어요.

일본에서 18년 넘게 사용하고

2012년 10월 1일 폐기한 선박을

그해 청해진해운이 매입 후 개조해

2013년 3월부터 운행한 겁니다.

운행연한은 30년으로 늘렸어요.

일본은 선박 내구연한이

20년에 불과한데 말이죠."

제가 정비하는 전동차에도

내구연한이라는 게 있습니다.

처음엔 15년에서 25년으로

그다음엔 40년으로 늘리더니

지금은 정밀진단으로 이상이 없으면

영구히 쓸 수 있도록 법을 바꿨어요.

그래서 제가 바라보는

세월호의 무게는 조금 다릅니다.

만약 우리나라가 일본처럼

내구연한을 더 강화했더라면

사고가 났을까라는 안타까움이죠.

세월호 사고를 당한 이후에도

선박 운행연한에 대한 문제 제기는

여전히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같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같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어요."

세월호를 바라보는

시선들은 다양하다.

"부모님이 전시를 보고 난 후

제게 조용히 말씀하시는 거예요.

왜 이런 전시회를 하느냐고.

왜 그러시냐고 여쭤보았더니

너무 가슴 아픈 일인데

언제까지 세월호 가족들을

아프게 할 거냐는 말씀이셨죠.

저도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가장 조심스럽고 걱정스러웠죠.

아픔만 헤집는다면 안 하는 게 맞죠.

그래서 가족들을 만났지요.

그런데 이 말씀들을 해주시더고요.

아픔을 이겨내고 다시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많이 알려달라고 당부해주셨어요.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저도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스페인 출신 베아트리스(Beatriz) 씨는

비즈니스 차 한국을 방문했다가

세월호 전시 소식을 접하고

일부러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참 슬프고 당혹스러워요.

진실이 감춰져 있는 것 같아

더 많이 화가 납니다.

처음 미디어로 접했을 때는

희생자가 별로 없다고 했는데

현실은 정반대였다는 사실에

너무 놀라고 화가 났습니다.

진실이 가려지진 않았을까

어떻게 선장이 먼저 탈출할 수 있나

아이들에겐 왜 가만히 있으라고 했나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아

지금도 가슴이 아픕니다."

베아트리스 씨는 방명록에

세월호를 잊지 않으려는 마음들이

무척 아름답고 감동적이라고 적었다.

그리고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스페인에서도 잊지 않겠다고 했다.

'개나리가 피어나는

봄이 찾아올 때면

꽃의 아름다운 색을 보며

당신들을 추억합니다.

아름다운 당신을

곁에 두고 싶어 데려가셨나

당신 없이 찾아온 5번째

봄의 채도는 낮습니다.

그 어떤 꽃보다 곱고 향기로운

여러분을 잊지 않겠다

다시금 약조합니다.'

2019년 4.18

당신들과 같은 교복을 입은 여고생.

방명록에 남겨진

어느 여고생의 다짐처럼

우리는 잊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개나리 피는 그때

모두 함께 노란나비가 되어

마음껏 하늘을 날아다니는

화창한 봄날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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