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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울한 초이노믹스, 출구가 안보인다

  • 2014.11.25(화) 18:54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빚 급증..1060조원 돌파
역대 최저금리는 서민 전세난만 가중

▲ '이 때만 해도…'.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7월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임 장관급 임명장 수여식에서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결국 가계빚에 전세 부담만 잔뜩 늘려놓은 채 불명예 퇴진하는 것일까? 출발 당시 여론의 지지를 받으며 시장을 들뜨게 했던 초이노믹스가 우려했던 부작용만 양산한 채 코너로 몰리고 있다. 집을 담보로 은행돈을 더 빌릴 수 있도록 규제를 풀고 금리를 내려 부동산 시장부터 온기를 불어넣으려 했지만 기대했던 효과 대신 가계빚만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한때 반짝했던 부동산 거래와 주택가격은 다시 횡보 내지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도 오히려 역효과가 컸다. 금리 인하로 이자수익에 기댈 수 없게 된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보증부 월세)로 돌리는 바람에 전세난이 가중됐다. 가계빚에 짓눌려 있는 서민들은 월세까지 부담하느라 쓸 돈이 없다.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내수회복도 요원한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상황이 개선될 기미가 안보인다는 데 있다.

탈출구도 찾지 못하고 있다. 초이노믹스는 기업이 쌓아둔 돈에 패널티를 매겨 유보금을 배당과 임금으로 돌리려 했지만 관련 법안들은 국회에서 표류중이다. 국민과 정치권의 관심은 담뱃값 인상에 따른 서민증세 논란에 집중됐고, 이는 여야간 법인세 공방으로 이어졌다. 초이노믹스의 핵심인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는 관심권에서 멀어졌고, 국회 통과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 1060조원..계속 늘어나는 가계빚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14년 3분기 가계신용'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말 현재 가계신용 잔액은 1060조 3천억원으로 집계됐다. 3개월전인 6월말(1038조 3천억원)보다는 22조원(2.1%), 1년전인 지난해 3분기말과 견주면 66조 7천억원(6.7%)이 늘어났다. 가계신용은 은행 등 예금취급기관, 보험사·연기금 등 기타 금융기관의 대출에다 카드사·할부금융사 등의 외상판매금액을 모두 포함한 개념이다.

가계빚이 늘어난 배경은 초이노믹스가 작동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은행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라며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주택 관련 대출 규제를 풀어준 결과 주택대출이 지난 3분기중 13조원 이상 늘어났다.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9월말 현재 350조 2000억원으로 3개월 전과 비교하면 11조 9000억원 늘어났다. 비은행 금융회사의 주택담보대출도 같은 기간 1조 3000억원 증가했다.

올들어 3분기까지 가계빚은 39조원 가량 늘었다. 가계신용은 통상 4분기에 더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올해 연간 가계빚 증가 규모는 2012년(47조 6천억원), 2013년(57조6천억원)을 웃도는 60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가계신용 추이(출처=한국은행)



◇ 5천만원 더 얹어줘도..가중되는 전세난

한은은 지난 8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금리를 0.25%p씩 인하해 역대 최저수준인 연 2.0%로 기준금리를 낮췄다. 기준금리 인하는 대내외 여건을 모두 감안한 판단이지만 이 과정에서 정부의 압박이 간단찮았다.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봉은 이주열 한은 총재가 두드렸지만 초이노믹스를 들고 나온 최경환 부총리의 입김이 거셌다.

저금리는 가계의 이자부담을 줄여 빚을 늘리는데 우호적 여건을 제공한다.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고, 이를 통해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되고 집값이 오르면 빚은 문제가 안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선순환 논리였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금리가 낮아지면서 이자소득을 기대할 수 없게 된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 내지 반전세로 대거 돌리며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을 대폭 늘려놨기 때문이다.

25일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전셋값 상승이 지속되면서 서울 지역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2년 전에 비해 5500만원 넘게 올랐다. 2012년 2억 7115만원이던 서울의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2년후인 현재 3억 2619만원으로 올라 주거비 부담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11월 서울지역의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 비율)은 69.6%다. 국민은행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98년말 이후 최고치로 아파트 매매가는 그대로인데, 전셋값이 계속 오르면서 생긴 현상이다.

◇ 초이노믹스 앞길은 '첩첩산중'

문제는 이같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대내외 여건을 감안할 때 금리인상 보다는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는 데 있다. 일본과 유럽에 이어 중국까지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는 대열에 합류했다. 양적완화는 돈가치를 떨어뜨리고, 통화 약세는 수출경쟁력의 강화로 이어진다. 글로벌 수출 시장에서 일본, 중국과 경합하는 제품이 많은 상황에서 경쟁국들의 통화약세를 손놓고 방치하기는 어렵다.

 

국내적으로는 인플레이션 보다 훨씬 무섭다는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은이 금리를 내려서라도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한은이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해 기준금리가 1%대로 떨어진다면 가계빚과 전세난은 가중될 공산이 크다. 

국민들 호주머니를 불려주겠다며 최경환 경제팀이 내놓은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는 국회 심의 과정에서 난관에 부딪혔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회 기재위 조세소위는 배당소득 증대세제·근로소득 증대세제·기업소득 환류세제 등 초이노믹스의 핵심 세법개정안을 재논의 대상으로 분류했다. 정부가 내놓은 세제개편의 효과가 의문시되거나 설명이 부족해 추가 자료를 받은 뒤에 다시 심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화려하게 출발했던 초이노믹스, 뒤로 갈수록 힘이 떨어지고 역풍이 거세지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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