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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지주사 상표권 정보, 감추지 말고 드러내자

  • 2018.01.16(화) 09:58

상표권, 중요자산 불구 정보공개 부실
소유자·수수료 근거 등 공개해야 지주회사 오해 불식
공정위 실태조사, 손보기 아닌 합리적 제도개선용 돼야

 

 

상표를 뜻하는 영어단어 브랜드(brand)는 옛날 노르웨이에서 소나 말 같은 가축에 불도장(火印)을 찍어 주인이 누구인지 표시를 하는 말 `brandr`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이건 내것, 저건 네것' 식으로 식별을 해주는 것이 상표이고, 그 권리를 가지고 있는게 상표권입니다. 상표권이 없는 이가 해당 상표를 쓰기 위해선 일정 비용을 지불해야하는데 이를 상표권수수료 또는 브랜드로열티(Royalty)라고 합니다.

비즈니스워치는 [지주회사워치]시리즈를 통해 자산총액 5조원이상 대기업집단의 상표권을 누가 가지고 있으며 상표권수수료를 어떻게 받고 있는지 분석했습니다.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중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20개 대기업 가운데 17개 그룹은 지주회사가 상표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주회사가 그룹의 상표권을 소유하고 다른 계열사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것입니다. (관련기사 [지주회사워치]①-2 상표권수수료, 한국타이어 가장 비싸)

또한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지 않은 그룹중에서도 삼성, 현대차, 한화, 두산, 금호, 미래에셋 등은 특정 계열사가 상표권을 가지고 다른 계열사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있습니다.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려는 효성, 현대산업개발은 아직 상표권 개념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지만 다른 그룹 사례를 감안하면 지주회사가 상표권을 보유하고 다른 계열사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구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관련기사 [지주회사워치]①-3 삼성·현대차 이름값은)

 



◇ 상표권 정보공개 확대돼야 할 이유

[지주회사워치] 취재팀이 국내 대기업 상표권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많이 접한 얘기는 '편의상 그렇게 정했다` 또는 `규정상 얘기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편의상 정했다는 것은 상표권을 지주회사가 가지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또 수수료율은 어떠한 근거로 정한 것인지에 대한 답변입니다. 규정상 얘기할 수 없다는 것은 상표권수수료율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돌아온 대답입니다.

20개 그룹 지주회사들이 한해 동안 벌어들이는 수익구조를 살펴보면, 상표권수수료수익이 28.2%를 차지합니다. 상표권외에도 각종 경영자문·용역수수료도 계열사로부터 받는데 이를 포함하면 36.5%에 달합니다.

한솔그룹 지주회사 한솔홀딩스는 전체 영업수익의 88%를 이러한 형태로 벌어들입니다. 한국타이어그룹과 CJ그룹의 지주회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와 CJ(주) 역시 60%가 넘는 수입이 계열사로부터 받는 수수료에서 나옵니다.

지주회사(持株會社)는 말 그대로 다른 회사의 주식을 소유하고 지배하는 것이 주된 사업이어서 배당·매각차익 등 주식을 통한 수입이 본업이지만 계열사로부터 받는 수수료가 본업을 뛰어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물론 이러한 수익구조가 지주회사의 능력이라면 능력일수 있지만 과정이 투명하지 않습니다.

 



◇ 지주사가 보유한 상표권...불투명한 정보공개가 논란 불러와

휴대폰이나 자동차, 과자 같은 상품이 비싸다고 생각하면 소비자는 사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상표는 다릅니다.

 

주회사가 가진 상표를 계열사가 쓰지 않을 방법은 단 한가지, 그룹이름을 떼고 독자적인 로고와 상호를 쓰는 방법뿐인데 그러한 결정을 할 계열사 전문경영인이 있을까요. 심지어 대한항공처럼 자신의 회사 이름도 지주회사에 돈을 내고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관련기사[지주회사워치]①-4 대한항공에 '대한항공' 없다)

계열사들이 안쓸래야 안쓸 수 없는 상표권→계열사로부터 상표권수수료를 받는 지주회사→지주회사의 최대주주인 총수일가. 이러한 연결 구조에서 지금처럼 불투명한 상표권 정보는 끊임없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곤 합니다.

 

모든 주주들이 공평하게 가진 주식수만큼 받는 배당이 '후불' 개념이라면, 지주회사가 계열사로부터 받는 수수료는 '선불' 개념이자 다른 주주들을 제치고 지주회사만 받는 독점수익입니다. 동시에  수수료가 받는쪽(지주회사)과 주는쪽(계열사)의 주주 모두에서 중요 정보입니다.

상표권수수료를 내는 계열사 주주의 시각에서 보면 자신이 투자한 기업이 많게는 연간 수백억원의 사용료를 내고 있는데 '어떤 근거에 의해서 내야하는 비용인지', 보다 근본적으로는 '왜 계열사는 상표권을 가지면 안되는 것인지' 궁금할 수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특정그룹의 상표가치는 지주회사 혼자서 만들어온 것이 아니라 여러 계열사가 땀흘려 좋은 제품을 만들며 소비자 신뢰를 함께 쌓아온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상표의 권리를 지주회사 몫으로 배분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상표의 가치를 만드는데 공동의 노력을 기울인 계열사에 어떠한 보상을 해줬는지 끊임없는 질문이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상표권수수료를 받는 지주회사 주주 시각에서도 상표권은 자신이 투자한 회사의 중요자산이고 핵심수입원인데 대체 어느 정도 가치가 매겨져있고 그것을 통해 얼마를 벌어들일 수 있는지 예측가능한 정보가 있어야합니다.

이런 부분들을 해소하기 위해선 △상표권 소유자 △상표권을 소유하게 된 의사결정 방식 △상표권수수료율 △수수료율 징수 근거와 같은 기본적인 정보를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지금보다 상표권 정보공개 범위가 확대된다면 지주회사를 둘러싼 각종 논란도 덜 불거질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후계승계에 유리한 흐름을 만들기 위해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일부러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논란입니다. 통상 인적분할방식으로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총수일가는 자회사 주식을 지주회사에 모두 넘기고  지주회사의 주식으로 교환합니다.

교환할 때는 자회사 주식가치가 비싸야 총수일가가 더 많은 지주회사 주식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총수일가에 유리한 구도를 만들기 위해 지주회사 주식을 의도적으로 저평가시킨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겁니다.

만약 이 과정에서 그룹의 상표권이 지주회사에 있음을 명확히 공개하고 상표권수수료 수취율 근거와 예상수익을 제시한다면 지주회사 주식 저평가 논란을 어느 정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지주회사를 둘러싼 규제강화의 핵심에는 자(손자)회사 의무보유지분율을 높이는 방안이 핵심인데 이 역시 상표권 논란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자회사 의무지분율을 높여야한다는 주장의 배경에는 지주회사가 적은 지분으로 상장자회사를 지배하다보니 모든 주주에게 돌아가는 배당에 앞서 지주회사가 자회사의 이익을 먼저 확보하고 싶은 욕구가 생길 수 있다는 시각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때 거론되는 방법이 상표권이나 경영자문수수료입니다.

지주회사가 20~30%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면서 다른 주주들을 제치고 독점적으로 획득하는 상표권수수료 수입비중이 높다면 소유와 지배 괴리 문제를 야기한다는 지적에 부딪힐 수 있습니다.

상표권을 둘러싼 정보공개가 확대되다보면 상표권 가치가 자연스레 재평가될 것입니다. 어떤 지주회사는 상표권 가치를 재평가 받아서 지금보다  자산가치가 더 커질 것이고, 어떠한 계열사는 그동안 과하게 지급했던 상표권수수료 부담이 줄면서 더 많은 사업투자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주회사 수익구조 실태조사에 나설 계획을 밝혔습니다. 공정위 역시 단순히 `재벌 손봐주기`를 위한 조사가 아닌 투명한 정보공개, 합리적 제도개선의 밑받침이 될 건설적인 시각으로 임해야 할 것입니다. 피아식별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상표인데 정작 상표에 대한 권리는 쉽게 식별할 수 없는 지금의 구조는 어떤식으로든 바뀌어야합니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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