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워치는 올해 1월 지주회사워치 시리즈를 통해 대기업 상표권 수수료(브랜드로열티)를 살펴보면서 관련 정보의 확대 공개가 필요하다는 점을 제안했다. (☞관련기사 상표권 정보, 감추지 말고 드러내자)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의 상표권 수취·지급 내역을 의무적으로 밝히도록 하는 공시 규정 개정안을 발표했다. 규정 개정 이후 첫 번째 공시가 지난달 말 나왔다.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있던 대기업 상표권이 처음으로 공식 발표된 것이다.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 60곳 가운데 상표권 소유기업과 수수료율·수취금액을 모두 공개한 곳은 38개 그룹이다. 나머지 22곳은 상표권수수료 개념이 없거나 아직 수수료율을 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공시를 통해 처음으로 상표권 소유자와 수수료율이 명확하게 공개된 곳이 많다.
우선 삼성그룹은 삼성물산·전자·디스플레이·SDI·생명·화재·증권 등 13개 계열사가 '삼성'이란 상표권을 공동 소유하고 있으며, 호텔신라·에스원·삼성웰스토리·삼성자산운용 등 상표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8개 계열사로부터 매출액의 0.5%를 수수료로 받는다고 밝혔다. 다만 상표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회사 중 삼성바이오로직스·바이오에피스 등 16개사는 상표권을 무상사용한다고 밝혔다.
상표권을 공동 소유한 13개사의 연간 수수료 수입 총액은 90억원인데 이중 58억원을 삼성물산이 가져간다. 호텔신라 등 다른 계열사가 내는 수수료는 공동 소유자끼리 분배하는데 반해 삼성웰스토리가 내는 연간 56억원의 수수료는 오롯이 삼성물산의 몫이기 때문이다. 삼성웰스토리는 2014년 삼성물산(당시 삼성에버랜드)에서 분사한 단체급식·식자재회사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수수료체계도 명확히 드러났다.
현대차·현대모비스·현대건설 3개사가 상표권을 공동 소유하고 현대글로비스·엔지니어링·제철 등 21개 계열사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상표권 수수료율은 계열내 업종별로 다르게 책정했다. 글로비스 등 자동차계열이 0.2%, 철강·건설 계열사는 0.14%이다. 현대차그룹 전체 연간 수수료 수입은 366억8100만원이며 이중 224억원을 현대차가 받았다.
신세계그룹은 신세계와 이마트가 '신세계', '이마트' 상표권을 가지고 있다. 이중 이마트는 자회사 이마트에브리데이로부터 0.15%를 수수료로 받는다. 다른 계열사들과는 각각 경영제휴계약을 통해 매출액의 2%를 제휴수수료로 포괄해서 받는다고 밝혔다.
IT기업의 상표권 수수료도 새롭게 공개됐다. 넥슨은 지주회사 엔엑스씨가 상표권을 갖고 계열사로부터 0.35%씩 수수료를 받는다. 카카오는 0.3%의 상표권 수수료율을 책정했다. 이밖에 하이트진로(이하 상표권 수수료율 0.3%), 메리츠(0.245%), 이랜드(0.21%), 유진(0.2%), 아모레퍼시픽(0.18%) 등도 이번 공시로 수수료율이 명확히 드러난 곳이다.
한편 상표권 내역을 공시한 대기업집단 38개의 평균 수수료율은 0.24%이며 수수료율이 가장 높은 곳은 한국타이어그룹이다. (☞관련기사 [지주회사워치]상표권수수료, 한국타이어 가장 비싸)
지주회사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가 자회사 한국타이어로부터 매출액에서 광고선전비를 뺀 금액의 0.75%를 수수료로 받는다. 이러한 계약에 따라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487억1500만원을 지주회사에 지급했다.
미래에셋그룹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상표권을 가지고 7개 계열사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수수료율은 계열사마다 다르게 적용하는데 미래에셋대우는 0.542%로 가장 비싼 값을 지불하고 있다. 이는 한국타이어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수료율이다.
상표권 현황을 공시한 38개 그룹의 연간 수수료 총액의 1조1530억 원으로 집계됐다. 그룹별로는 LG의 수수료 총액이 2764억 원으로 가장 많았지만 수수료율은 전체 평균(0.24%)보다 낮았다. 이랜드는 0.21%의 수수료율을 책정하고 있지만 관련 매출은 공개하지 않았다. 태영·태광은 그룹 이름에 대한 상표권 수입은 없고 계열사 상표권(SBS·흥국) 수입만 일부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