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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형평성을 강화하는 몇가지 방법

  • 2019.03.11(월) 11:19

[전문가기고]⑥문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
‘후세대 갈취론’은 갈등만 조장..문제 해결 도움 안돼
보육·요양시설 등 사회투자하면 다음세대 부담 경감

문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

국민연금을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있다. 그 중에서도 국민연금의 세대 간, 세대 내 연대에 대한 불신을 불러일으키는 논란은 ‘형평성’ 문제이다. 주된 쟁점은 두 가지 정도로 요약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세대 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같은 세대 내에서 고소득자와 저소득자가 내는 보험료와 받는 급여를 단순 비교했을 때 고소득자의 순이전액이 더 크기 때문에 국민연금은 역진적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세대 간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현 세대는 보험료에 비해 급여를 많이 받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구조가 지속된다면 미래세대가 어마어마한 보험료 부담에 허덕이게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주장들은 일면 타당해 보인다. 그렇지만 국민연금이 형평성을 저해한다는 이러한 주장은 국민연금이 추구하는 본래의 목적을 중심에 두고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은 어떠한 사회적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일까.

두말할 것 없이 그 답은 ‘노령’ 위험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국민연금 급여 중 ‘노령연금’은 ‘나이 듦’이라는 생애주기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연금은 전 국민으로 하여금 일 하는 기간 동안에 발생하는 소득의 일부를 보험료로 납부하게 함으로써 노년기 소득 부족에 대비할 수 있게 한다.

문제는 누가 언제 아플지를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누가 언제 죽게 될지 또한 누구도 알 수 없다는 데에 있다. 60세까지 열심히 보험료를 납부하고 61세에 죽으면 이 사람은 국민연금을 단 한 번도 받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국민연금 제도가 불공평하게 설계되어 있다고 말할 이는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가입기간이 10년에 불과하지만 100세까지 장수한 사람이 낸 보험료에 비해 더 많은 급여를 받는다고 해서 제도가 잘못 설계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존엄한 노후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이다. 소득에 비례하여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 또한 노동을 한 시기의 삶을 노후에도 일정 부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인 것이다.

이렇듯 국민연금이 대비하는 위험이 장수위험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여전히 국민연금이 불공평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고소득자가 저소득자에 비해 국민연금을 통해 취하는 수익, 즉 낸 것에 비해 받아가는 급여의 절대적인 크기가 크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러나 이 문제 또한 국민연금 제도 자체의 설계상의 결함과는 구분되어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 이는 저소득자의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고소득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경향을 갖는 노동시장 구조의 문제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는 노동시장에서의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노동시장 정책과 국민연금의 사각지대 해소, 저소득층의 보험료 부담 완화 정책 등 다양한 노력을 통해 개선해야 할 과제이다. 단순히 고소득자가 받는 급여액이 많다고 해서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제도 자체의 목적과 취지가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연금이 ‘세대 내 형평에 어긋난다’ 내지는 ‘역진적이다’는 주장과 달리 사실 한국의 국민연금은 세대 내 재분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는 국민연금 급여산식에 들어가는 ‘A값’을 통해 이루어진다. A값은 전 계층의 평균 소득을 반영해서 국민연금 급여액을 보정한다.

이로써 국민연금 급여의 일부는 납부한 보험료에 비례해서 증가하지만 소득비례분을 제외한 부분은 소득재분배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저소득자는 노동 생애동안 소득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측면을 감안하여, 전체 가입자의 평균소득만큼을 반영해 급여를 산정한다. 저소득자의 급여를 높여줌으로써 세대 내 재분배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어서 세대 간 형평성에 관한 논란을 살펴보자. 지금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는 보험료율 논쟁은 다소 극단적인 전제에 입각해있다. 2057년이 되면 기금이 완전히 소진되고, 그 때 보험료율을 올리면 당대 노동자들은 약 30%의 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는 설정이다. 그리고 이 시나리오에 근거한 어마어마한 보험료율은 ‘후세대 갈취’라는 말로 일컬어진다.

하지만 후세대가 짊어질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는 주장은 보험료의 수준에 있어서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 2057년 기금 고갈 시 30%를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독일, 일본과 같은 국가들은 70년에 걸쳐 2~3%의 보험료율을 10%대로 인상했다.

한국의 경우 국민연금 제도의 역사가 31년에 불과하며, 그 사이 3%의 보험료율을 9%까지 올렸다. 한편 기금고갈이 예상되는 2057년까지는 아직 40년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 후세대에게 지나친 부담을 지우지 않도록 제도를 조정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다는 것을 뜻한다. 그 사이 보험료율이 전혀 오르지 않을 것이라 보기 또한 어렵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그 사이 보험료율에 대한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은 지나치게 극단적이다.

실제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연금개혁 과정에서 보험료율 인상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미래 세대의 지나친 부담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보험료율은 인상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인 효과를 신중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따라서 노동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불안정 노동자가 증가하는 작금의 상황에서 보험료 인상이 이들에게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쟁점이다.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비단 연금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막대한 재원이 소요가 예상되고 있다. 건강보험과 장기요양 등 노인의 부양과 돌봄에 투여되는 비용이 늘어날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이러한 판국에서 ‘형평’의 논리만을 앞세워 ‘후세대 갈취’를 논하는 것은 생산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후세대 갈취론’은 현 세대를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 세대를 배려하지 않는 몰지각하고 양심 없는 사람들로 몰아세우고, 현 세대와 미래 세대의 갈등만을 조장한다. 당장 시급한 것은 어떻게 늘어나는 노인부양 부담을 사회적으로 나눠 가질지에 대한 고민을 세대와 계층을 불문하고 전 사회구성원이 함께 나누는 것이다. 분쟁과 갈등만으로는 현재의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현재 조성된 국민연금의 거대 기금을 기여기반 확충을 위한 용도로 사용하자는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국민연금은 미래 사회가 직면한 노인부양 부담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막강한 자원을 가지고 있다.

그 자원이라 함은 바로 최대적립 시 1778조원(제4차 국민연금재정계산)에 달하는 국민연금 기금을 의미한다. 국민연금 기금을 활용한다면, 다음세대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경감시킬 수 있는 방안, 그리고 기꺼이 부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낼 수 있다.

국민연금 기금의 사회투자를 통해 사회주택을 건설하고 보육 시설과 장기요양시설을 확충함으로써 주거비, 양육에 대한 부담, 그리고 노인 돌봄 비용을 경감시킬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여기반을 확충할 수 있으며, 각종 사회적 비용이 드는 부분에 대한 부담을 완화시켜줄 수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급여 시점에서 누가 더 많이 받느냐에 초점을 받기보다, 보험료 부담 시점에 누가 부담을 하느냐로 초점을 바꿔볼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어떤 세대가 더 부담할 것이냐가 아니라 어떤 계층이 더 부담할 것인가의 문제로 바꾸어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제4차 재정계산 결과에 따르면 2070년이 되면 인구 대비 수급자 수 비율이 90.8%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1인 1연금 시대 도래를 눈앞에 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 현 세대가 해야 할 일은 국민연금 흔들기가 아니라 국민연금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여 미래세대에게 좋은 국민연금 제도를 물려주는 것이다. (문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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