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퇴직한 박성훈 전 역삼세무서장은 세무서 인근에 역삼세무회계사무소를 개업했다. 김종환 전 강서세무서장은 강서구 마곡지구의 세무회계장선 대표세무사로 새출발했다. 이밖에 김광규 전 기흥세무서장(이하 퇴직 후 직장명, 세무법인 다솔 기흥지점), 신규명 전 수원세무서장(광교세무법인 영통지점), 이경희 전 경기광주세무서장(경기 광주 한얼세무법인), 최승일 전 포천세무서장(경기 포천 최승일 세무회계사무소), 김정호 전 서광주세무서장(세무법인 우일 광주중앙지점)에서 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관련기사 어제는 세무서장 오늘은 세무사)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들이 공직자로 퇴직하기 직전 마지막으로 근무하던 세무서 관할구역에서 민간 세무사로 새출발한 것입니다. 말 그대로 어제까지 세무서장이었던 사람이 오늘부터는 자신의 전 직장을 상대로 법인·고액자산가의 세무대리 업무를 맡는 세무사로 활동하는 것이죠.
현행법상 세무공무원이 자신이 근무하던 관할지역에 사무실을 차려 활동하더라도 아무런 법률적 제약이 없습니다. 반면 법조계에서는 변호사법에 따라 이러한 전관예우 성격의 사건수임을 일부 금지하고 있는데요.
2011년 개정된 변호사법 제31조3항에 따라 법관이나 검사, 군법무관, 그 밖에 공무원으로 일한 사람이 퇴직 후 변호사(공직퇴임변호사)로 활동할 경우 퇴직 전 1년부터 퇴직때까지 근무한 국가기관(법원, 검찰청, 군사법원,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경찰관서 등)이 처리하는 사건을 퇴직한 날부터 1년 동안 수임할 수 없습니다.
국회에선 이러한 법조계 전관예우 금지법안과 보조를 맞춰 세무업계에도 전관예우를 금지해야한다는 법안이 제출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유성엽 민주평화당 의원이 지난달 28일 대표발의한 세무사법 개정안은 5급 이상 세무공무원으로 퇴직해 세무사 개업을 한 사람(공직퇴임세무사)은 퇴직 직전 1년간 근무한 세무서의 관할구역에서 발생하는 세무대리업무를 퇴직 후 1년간 수임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엄용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달 12일 대표발의한 세무사법 개정안도 5급 이상 세무공무원으로 퇴직한 사람에게 1년간 관할지역에서 발생하는 세무업무를 퇴직 후 1년간 수임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20대 국회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세무공무원의 전관예우를 금지하는 이 법안들이 통과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입니다. 그러나 고위 세무공무원들은 자신이 근무하던 세무서(또는 국세청·지방국세청)에서 기업과 고액자산가들의 납세 정보를 잘 알고 있고, 현직 세무공무원과의 유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 법안은 남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법안을 발의한 엄용수 의원은 “현행법은 공직퇴임세무사 여부를 신고하고 세무사가 세무조사 업무 등에 종사하는 공무원과의 연고관계 등을 선전할 수 없도록 하는 등 일부 예방조치를 두고 있다”며 “하지만 비위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퇴직 전 근무한 세무관서와 관련된 세무 대리의 수임을 제한하는 등 보다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최근 국회에선 변호사 전관예우 금지를 지금보다 더 강화해야한다는 법안도 제출돼 있는데요.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변호사법 개정안은 공직퇴임변호사의 수임제한 기간을 현행 1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변호사 전관예우를 더 강하게 금지해야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여전히 법률적 제약을 받지 않고 있는 세무사 전관예우는 지금처럼 유지될 수 있을까요. 국회의 움직임에 주목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