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에서 명예퇴직한 세무서장들이 연이어 관내 세무사로 개업해 납세자의 편에 서고 있다. 최근 2년 사이 퇴직 세무서장 17명이 자신이 근무하던 지역에 사무소를 낸 데 이어 올해도 7명이 관내 개업 릴레이에 동참하고 있다.
22일 택스워치가 퇴직 세무서장 개업 현황을 조사한 결과, 올해 세무사로 개업한 전직 세무서장은 8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는 세무서장 12명이 개업했는데 올해는 한 달 만에 지난해의 절반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이들 외에도 지난해 말 퇴직한 세무사 3~4명이 개업을 준비중이며, 오는 6월말 명예퇴직 예정자까지 감안하면 세무서장 출신 개업 세무사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개업한 세무서장 출신 세무사는 서울과 경기, 광주 지역에 집중돼 있다. 지난해 12월 퇴직한 박성훈 전 역삼세무서장은 세무서 인근에 역삼세무회계사무소를 개업했고, 김종환 전 강서세무서장은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의 세무회계장선에서 대표세무사로 새출발했다.
경기 지역에서도 김광규 기흥세무서장(세무법인 다솔 기흥지점), 신규명 전 수원세무서장(광교세무법인 영통지점), 이경희 전 경기광주세무서장(한얼세무법인), 최승일 전 포천세무서장(최승일 세무회계사무소)이 각각 관내에서 개업했다. 김정호 전 서광주세무서장은 세무법인 우일 광주중앙지점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신우현 전 금천세무서장은 관내에서 개업하지 않고 예일세무법인 본점 대표세무사로 새 명함을 장식했다. 세무대학 2기 출신인 신 전 세무서장은 대학 1기 선배인 임승환·이인기 대표세무사와 함께 예일에서 한솥밥을 먹게 됐다.
2017년에는 세무사로 개업한 세무사 11명 중 9명이 관내에서 개업했고, 2018년에는 12명 중 8명이 관내 개업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는 서울에서 2년 사이 10명 중 5명이 관내 개업했고, 경기와 광주 지역에서는 각각 3명중 3명이 모두 관내에 사무소를 냈다.
특히 서울 강남지역에서 퇴직한 세무서장들은 관내 세무사로 개업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2014년 이후 강남세무서장 출신 권도근(올림)·박영태(태강)·류덕환(티앤티)·이동태(디엘) 전 서장을 비롯해 서초세무서장 출신 황희곤(다솔)·류득현(예일)·한덕기(대성)·주기섭(현대) 전 서장이 강남에서 나란히 개업했다.
역삼세무서장 출신 김광삼(가현택스)·우영철(세경)·박성훈(역삼) 전 서장, 삼성세무서장 출신 백순길(호연)·박병수(지음) 전 서장, 잠실세무서장 출신 이해현(명인)·임채수(가현택스)·이인기(예일) 전 서장도 강남에서 세무사로 활동하고 있다.
세무법인 중에는 예일이 세무서장 영입에 꾸준히 공을 들이고 있다. 2015년 퇴직한 장경상 전 동수원세무서장을 비롯해 김성수(익산)·류득현(서초)·김남영(화성)·이인기·신우현 전 서장이 예일세무법인에 둥지를 틀었다.
강남의 한 세무법인 대표는 "세무서장 출신 세무사는 풍부한 국세행정 경험과 인맥, 리더십까지 갖추고 있어 고객에게 인기가 높다"며 "다만 최근에는 전관예우 관행이 사라지고 있는 까닭에 관내에 개업해도 오로지 실력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