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의 지속가능성보고서(Sustainability Report) 발간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상장회사 수는 2111개고 유가증권시장만 따져도 788개에 달하지만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하는 기업 수는 98개에 불과해 기업들의 책임경영 인식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국회CSR정책연구포럼·국무총리 소속 시민사회발전위원회·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 공동 주최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지속가능보고 활성화를 위한 정책간담회'에서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지속가능보고에 대한 인식 확대와 제도 활성화를 위한 전문가들의 토론이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서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기업ESG보고 활성화 방향'를 주제로 발표한 정재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원은 "한국 자본시장의 주가이익비율(PER)은 미국·영국·독일·일본 등 주요국 증시보다 낮은 수준"이라며 "한국 증시 저평가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지배구조의 후진성, 회계투명성, ESG정보 등 경영투명성 미흡 등으로 꼽힌다"고 지적했다.
정재규 연구원은 "한국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주주 등 자본시장 참여자에게 상장기업의 경영관련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며 "특히 최근 기관투자자의 수탁자책임을 강조하는 스튜어드십코드(Stewardship Code) 참여 확대를 통해 재무정보뿐만 아니라 비재무정보(ESG)에 대한 정보를 충실히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상장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책임경영에 대한 인식은 미흡한 실정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상장기업 중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곳은 98개에 불과하다. 지속가능보고서는 기업의 재무적·비재무적 성과와 영향을 담은 보고서다.
그나마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하는 일부 기업들도 발간 주기가 제각각이다. 매년 발간하는 곳이 73개이지만 2년 주기로 내거나 비정기적으로 내는 곳도 각각 9개, 8개에 달한다.
한편 한국기업의 저평가를 뜻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기업 지배구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공시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는 초기에는 기업 자율에 맡긴 제도였다. 하지만 2017년 보고서를 공시한 기업은 70개사로 당시 전체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756개)의 9.3%에 불과했다. 공시내용의 품질도 미흡했다. 이러한 문제점이 나타나면서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공시규정을 개정, 올해부터는 자산총액 2조원 이상 대형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를 의무화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ESG정보공개 강화를 위해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처럼 지속가능보고서도 대형상장사를 중심으로 의무화해야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탁현우 한국행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전 세계적으로 지속가능보고의 5분의3은 정부 규제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천 한국소비자원 전문위원은 "기업사회책임 이행을 정착시키기 위해 지속가능성 또는 기업사회책임 보고를 법제화해야 한다"며 "투자자들의 알권리를 위해서라고 비재무적 요소에 대한 정보공개가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재규 연구원은 "법적으로 규제하면 기업 자율성이 경직될 수 있다"며 "다만 자산총액 2조원 이상 대형기업들은 보고서를 의무적으로 발간할 충분한 여력이 있고, 우리나라 시장을 이끌어가는 책임성 측면에서도 보고서 발간 의무의 당위성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