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 특히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의 금고은행 역할을 하는 금융회사들이 환경을 고려하는 책임투자에 무관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민감하고 파리기후협정으로 석탄발전기업의 쇠락이 명확해지는 상황에서 금융회사들이 석탄기업 투자를 지속하는 것은 재무적 위험을 안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그린피스, 기후솔루션, 환경운동연합은 19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전국 지자체 탈석탄 금고 지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는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미세먼지로 조기사망한 사람(880만명)이 담배로 인해 조기사망한 사람(730만명)보다 더 많다"며 "탈석탄 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는 너무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발제자로 나온 이소영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지자체나 교육청 금고은행으로 지정되는 금융기관들은 국민의 재산인 공공금고를 안전하게 관리해야 하고 국민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공적 책무를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특히 석탄발전투자를 지속하는 것은 은행들의 재무적 위험과 연결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재생에너지 가격이 급격히 나빠지고 파리기후협정으로 2040년까지 모든 석탄발전을 폐쇄해야 하는 상황에서 석탄 기업에 투자를 지속하는 것은 투자자보호를 외면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은행들의 탈석탄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앞으로 전국 지자체·교육청의 공공금고 선정때 탈석탄 투자을 선언하거나 이행하는 곳에 가산점을 주는 내용의 '금고지정 평가항목 개선안'을 제안했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신한은행, 우리은행, KB국민은행 등 대부분의 은행들이 지자체 금고은행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며 "그 중에서도 특히 NH농협은행은 경기도, 울산시, 강원도 등 주요 지역에서 금고점유율이 59%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 사무국장은 "그러나 지자체금고를 맡는 은행들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형식으로 석탄기업에 투자를 하거나 할 예정이며 투자를 하지 않는 금고은행은 제주은행과 전북은행 두 곳뿐"이라며 "금고은행들의 탈석탄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지자체와 교육청에서 금고은행을 지정할 때 평가항목과 배점기준에 탈석탄 투자를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는 지자체가 행정안전부의 금고지정 평가항목과 배점기준 중 기타사항(배점 11점)을 활용하고, 각 시도교육청도 교육부의 금고지정 평가항목과 배점기준의 기타사항(배점 9점)을 활용해 평가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에 따르면, 올해 광역·기초단체 금고 중 현재 금고를 맡고 있는 은행과 계약이 종료돼 새로운 금고지기를 선정해야하는 규모는 70조301억원이다.
이 가운데 탈석탄 투자를 반영해 금고은행을 선정하겠다고 밝힌 곳은 충청남도 한 곳이다. 그 밖에 경상남도(도지사 김경수)가 금고 선정 시 탈석탄 투자를 반영한 정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우리나라 석탄금융은 지난 10년 간 23조3856억원에 다할 정도로 세계적으로 큰 규모"라며 "충남도는 금고지정 및 운영규칙을 개정해 탈석탄 투자를 유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충남은 올해 말 탈석탄 투자를 고려해 차기 금고은행을 지정할 예정이다.
한편 해외에서는 금융기관들이 자발적으로 탈석탄 투자를 이행하는 추세다. 석탄발전 등 화석연료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파슬프리캠페인(Fossil Free Campaign)에 전 세계 1070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세계 최대 연기금인 노르웨이 국부펀드,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 등 150개 연기금과 HSBC, 알리안츠, 소프트뱅크 등 주요 금융기관이 참여 중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10월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이 탈석탄 투자를 선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