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지자체 금고를 관리할 은행을 선정하는 경쟁에서 예상을 깨고 지방은행과 농협은행이 선전했다.
대구시는 내년 초부터 4년간 예산을 운영할 금고로 DGB대구은행(1금고), NH농협은행(2금고)을 지정했다. 두 은행이 대구 시금고 재계약에 성공한 것이다.
전라북도 군산시는 지난달 4일 농협은행(1금고)과 JB전북은행(2금고)을 시금고로 선정했고 내년부터 3년간 시 자금을 관리하게 됐다. 두 은행도 재계약이다.
경남 울산시는 차기 시금고로 BNK경남은행(1금고)과 농협은행(2금고)을 선정했다. 2020년부터 4년간 울산시 금고를 맡는다.
이외에도 부산 동래구, 경북도, 제주도 등 금고 선정을 마친 30여 자치단체 시금고 대부분은 NH농협은행과 지방은행에게 돌아갔다. 시중은행과의 과열경쟁으로 금고지기 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지방은행들의 우려와는 달랐다.
지방은행들은 텃밭을 지켜내기 위해 올해 3월부터 금고지기 선정 기준을 바꿔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시중은행이 과다한 출연금을 무기로 지자체 금고 유치에 나서고 있다"며 "출연금의 많고 적음에 따라 결정되다시피 하는 현 자치단체 금고지정 기준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행정안전부와 금융위원회에 호소문을 전달했다.
이에 따라 행안부는 새 지자체 금고 지정 평가 기준안을 내놨다.
과당경쟁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협력사업비(자치단체와의 협력사업계획) 배점을 기존 4점에서 2점으로 축소했다. 또 협력사업비가 은행 순이자 마진을 초과하거나 전년 대비 출연 규모가 20% 이상 넘을 경우 행안부에 보고하도록 하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국외 평가기관 신용도 평가도 6점에서 4점으로 낮췄다. 지방은행들이 자산 규모가 작아 국외 평가에서 불리하다는 지적이 수용되면서다. 금리 배점은 기존 15점에서 18점으로 올렸다.
이런 과정을 거쳐 올해 금고 운영 은행을 선정하면서 경쟁이 치열하지 않았다.
금고 선정을 마친 30여개 자치단체 가운데 전남 광양시와 목포시만 운영사가 바뀌었다. 전남 광양시 2금고는 국민은행이 운영권을 따냈다. 전남 목포시는 IBK기업은행에서 광주은행으로 바뀌었다.
업계는 시중은행들이 정부 정책을 감안해 경쟁에 뛰어들지 않은 것이 이같은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무리한 경쟁을 막기 위해 정부에서 감시하고 있기 때문에 지방은행이 텃밭을 지킬 수 있도록 무리하게 경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지방은행들의 요청으로 시금고 선정 기준안이 조정도 됐는데 작년처럼 나설 수 없는 상황"이라며 "행안부와 금융위 눈치를 안볼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금고 시장이 작년에 비해 잠잠한 편"이라며 "행안부, 금융당국의 감시를 받기 때문에 조용히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방은행은 여전히 출혈경쟁에 대한 경계심을 갖고 있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올해는 잠잠했지만 언제 또 출혈경쟁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며 "금고지정 평가 기준 개선안 말고도 새로운 방법을 정부에서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