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2015년부터 책임투자를 진행하고 지난해 스튜어드십코드(Stewardship Code)까지 도입했지만 여전히 미진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비즈니스워치 주최로 10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스튜어드십코드 읽기'세미나가 열렸다. 이 날 세미나에는 원종현 국민연금연구원 부원장, 임대웅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 한국대표,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이 주제발표자로 참석했다.
이날 주제발표에 이은 토론에서 이종오 사무국장은 "국민연금을 비판할 수밖에 없는데 700조원 규모의 자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신들의 지위와 역할을 망각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7%규모를 갖고 있다면 좋은 방향으로 긍정적인 역할을 할수도 있는데 국민연금은 수익만 내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사무국장은 또 "국민연금이 지금까지 투자를 하면서 얼마나 책임투자를 고민해왔는지 되묻고 싶다"며 "단순히 연기금으로서 수익만 고려하지 말고 세계적으로 대세인 책임투자를 주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대웅 대표는 기후관련 재무정보를 기업들이 사업보고서에 공개하도록하는 TCFD(기후관련 재무공시에 관한 태스크포스)의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 결과를 국민연금이 투자 시 고려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원종현 부원장은 "아직까지 TCFD를 반영해 투자를 하는 것이 과연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느냐는 의문점이 있다"고 말했다.
임대웅 대표는 "우리나라는 EU(유럽연합) 다음으로 탄소배출권제도를 도입한 두 번째 국가인데 탄소배출권 유무에 따라 기업 이익이 상당히 달라진다"며 "이런 부분을 국민연금이 미리 시뮬레이션 하고 투자하는 방향으로 나간다면 좋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스튜어드십코드를 이행하는 기구인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 대한 문제제기도 나왔다.
이종오 사무국장은 "현재 14명의 위원들이 주주권분과와 책임투자분과로 나뉘어져 있는데 사실상 책임투자분과는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두 조직을 합쳐 책임투자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원종현 부원장은 "과거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가 스튜어드십코드 도입하면서 수탁위로 바뀌고 의결위 위원 9명이 수탁위로 넘어간 것"이라며 "두 분과를 합치는 것도 좋지만 문제는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책임투자 영향력은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원 부원장은 또 "여전히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가 의결권 행사에 집중되어 있는 상황에서 책임투자 분과를 활성화한다고 해서 이것이 시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임대웅 대표는 기업차원에서 책임투자를 강화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임 대표는 "이사들이 참여하는 이사회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관련된 위원회를 두고 논의를 하거나 기업의 IR팀과 CSR팀을 합쳐 조직을 꾸려나가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