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 아파트를 짓고 다리를 놓고 공장을 건설한다. 이런 피조물에는 건설인의 피와 땀이 녹아 있다. 올해도 건설사들은 국내외 현장에서 의미 있는 결과물을 풍성하게 수확했다. 올해 가장 관심을 끈 분양 현장, 지도를 바꾼 해외 사업장, 주목할 만한 건축 및 토목 구조물 등을 소개한다.[편집자]
2012년 10월, 석유 부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전력청(SEC, Saudi Electricity Company)은 2곳의 컨소시엄으로부터 복합화력발전소 입찰서류를 받았다. 한 곳은 1kw당 2.349달러를, 다른 한 곳은 이보다 훨씬 낮은 1.979달러를 써냈다. 낮은 금액을 써낸 업체가 사업을 낙찰받는 최저가 입찰이었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 저가를 제시한 쪽이 고효율의 주기기를 쓰지 못해 발전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 발전소에서 나오는 전기로 사우디 산업의 핵심인 정유시설을 돌려야 하는데 차후 전력공급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였다.
1년여의 논란 끝에 결국 결과가 뒤집혔다. 오히려 높은 가격을 써낸 쪽으로 사업자가 결정된 것. 주인공은 삼성물산과 아크와(ACWA)파워 컨소시엄이었다. 이 프로젝트(라빅2 민자발전)는 총 사업비 25억달러(2조7000억원), 2050MW 규모의 민자 발전소를 짓는 초대형 사업이다.
◇ '흑역사'의 도시에서 민자발전 역량 과시
사우디아라비아 제2의 도시 제다 북쪽 약 160km에 위치한 라빅(Rabigh)은 홍해 해안가에 있는 인구 18만명의 소도시다. 삼성물산은 작년 11월부터 바로 이 곳에서 '라빅2 민자발전 프로젝트'를 한창 수행하고 있다.
현재 공정률은 13%로 주요 토목공사가 진행 중이다. 발전플랜트의 주기기인 터빈과 배열회수보일러(HRSG) 등이 위치할 장소의 기초 작업은 마무리 단계다. 삼성물산은 조만간 주기기 설치 등 본 공정을 시작할 예정이다. 공사는 2017년 5월 마무리된다.
라빅은 국내 유수 건설사들이 석유화학 플랜트를 건설하면서 큰 손실을 입은 '흑역사'의 도시이기도 하다. 삼성물산은 공기에 맞춰 사업을 차질없이 수행하기 위해 지금까지 쌓아온 중동 현장에서의 노하우를 현장에 쏟아붓고 있다.
친환경적인 현장관리도 현지의 호감을 사고 있다. 공사과정에서 나오는 흙탕물 지하수를 그대로 흘려보내지 않고 대형 풀장 같은 간이 연못을 조성해 한 차례 걸러 인근 홍해로 내보내는 방식이다. 발주처가 이 현장을 모범 견학지로 활용할 만큼 현지의 호평을 받고 있다는 전언이다.
박은철 라빅2 민자발전 현장소장은 "석회암 지질인 현지 지반특성을 고려해 특수장비 등 총 30여대의 자체 장비를 확보해 토목공사는 예정 공기보다 앞당긴 상태"라며 "향후 본공사 역시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 삼성물산은 지난 10월23일 총 6억달러규모의 터키 키리칼레 복합화력 발전플랜트 EPC 계약을 체결했다.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오른쪽)과 펏매너썬(Padmanathan) 아크와파워 사장이 두바이 아크와 본사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 삼성물산) |
◇ 중동 이어 터키 진출..국내서도 결실 앞둬
삼성물산은 이 사업의 EPC(설계·구매·시공)뿐 아니라 12.5%의 투자지분을 들고 준공 후 20년간 발전소 운영에도 참여한다. 이 사업은 세계 최대 가스복합화력발전이자 삼성물산의 최초 해외 민자발전 프로젝트인 설비용량 3927MW의 쿠라야 발전플랜트에 이은 2번째 민자발전 프로젝트다.
민자발전(IPP. Independent Power Plant)은 민간업체가 투자자를 모집해 발전소를 건설한 후 직접 발전소를 소유·운영하며 전력을 판매해 투자비를 회수하는 형태의 사업이다. 삼성물산은 '밸류 체인(Value Chain, 가치 사슬) 확장' 전략의 일환으로 EPC와 이후 운영을 포괄적으로 수행하는 민자발전을 차세대 주력으로 키우고 있다.
지난달 23일에는 쿠라야, 라빅2 민자발전 사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는 아크와와 5억9700만달러 규모의 터키 키리칼레(Kirikkale) 복합화력 발전플랜트를 따냈다. 삼성물산은 950MW 복합화력발전의 설계 및 구매, 시공(EPC)을 단독으로 일괄 수행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내년 3월이면 운영을 시작하게되는 민자발전 현장도 나온다. 운영법인 동두천드림파워에 31.2%의 지분을 투자한 발전용량 1716MW, 총 사업비 1조6000억원 규모의 동두천 액화천연가스(LNG)복합발전 프로젝트다. 이달 초 가스터빈을 시험가동하는 점화 단계를 거쳐 공정률 95%를 넘어서고 있다.
동두천에 이어서는 무려 사업비 4조800억원을 들여 강릉시 강동면 안인리 일대 75만9000㎡부지에 2GW의 초대형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특수목적법인(SPC) 강릉에코파워를 설립하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민자발전 사업의 성패는 자본과 건설, 운영 등의 핵심요소들을 얼마나 경쟁력 있게 구성하느냐에 달렸다"며 "삼성물산은 국내외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토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글로벌 역량을 갖췄다"고 말했다.
▲ 작년 10월 동두천복합화력발전소 공사 현장(사진: 삼성물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