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분양시장에 아파트 봇물이 터졌다. 정부가 가계부채대책을 통해 공급과잉 우려 시그널을 내놨지만 건설사들은 대단지 아파트 밀어내기에 나서고 있다. 주택 공급 조절 방안은 오히려 불붙은 분양시장에 불쏘시개가 됐다. 부동산 온기가 연말까지는 이어진다는 전망이 퍼지고 있지만 그 이후에 대한 불안감 역시 커지고 있다. 지금의 호조가 역풍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물량이 쏟아지는 분양시장 안팎을 조명해 본다.[편집자]
추석 연휴를 보낸 분양시장에는 연내 18만가구 넘는 아파트가 선보일 예정이다. 작년 같은 기간 약 23만가구가 분양된 것보다는 적지만 공급과잉 우려가 나오는 시장에 만만찮은 부담이 될 수 있는 많은 물량이다.
21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부터 연말까지 전국에서 분양될 아파트(이달 기분양분 포함)는 총 18만3138가구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 집계로 지난 1~7월 아파트 등 공동주택 분양물량은 24만2145가구였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계한 8월 분양보증 승인물량(일반분양분)이 2만3583가구였던 걸 감안하면 연내 분양물량은 45만가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
국토부 집계에서 작년 공동주택 분양물량은 52만5467가구였다. 올해 예상되는 분양물량은 작년보다는 14%가량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올해 물량은 지난 2012~2014년 3년 평균(31만3901가구)과 비교하면 40% 넘게 늘어난 수준이다. 작년 분양물량은 종전 3년 평균보다 67.4% 급증했었다. 예년 수준을 크게 넘어서는 공급물량이 2년 연속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9월 이후 분양물량은 수도권이 지방보다 많다. 서울은 3만645가구, 경기도는 7만2053가구, 인천 9801가구 등 수도권에서는 총 11만2499가구가 이달 분양을 했거나 연말까지 분양을 앞두고 있다. 수도권 외 지역에서는 7만639가구가 분양된다. 충북이 1만1410가구로 지방 중 가장 많고 이어 ▲경남 9270가구 ▲부산 8363가구 ▲세종 7984가구 ▲강원 7934가구 순으로 물량이 많다.
시기적으로는 통상 연중 분양시장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다음달 10월에 10만가구의 물량이 집중될 전망이다. 추석이 낀 9월은 2만3293가구이고, 11월과 12월은 각각 2만8288가구, 3만1117가구의 분양이 계획됐다.
건설사들은 올 가을 초대형 단지 분양도 야심차게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단지 규모가 1000가구 이상인 단지만 50곳이나 된다. 이중 2000가구 넘는 단지가 8곳이다.
가장 큰 단지는 신동아건설이 올 연말 경기도 김포 고촌에서 분양하는 '김포신곡신동아파밀리에'로 총 5000가구 규모다. 서울 강동구 고덕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고덕 그라시움'은 총 4932가구, 일반분양만 2100가구에 이른다. 대우건설과 GS건설이 각각 경기도 안산에 분양하는 '초지역 메이저타운 푸르지오'과 '그랑시티자이' 1차도 각각 4030가구, 3728가구 규모의 매머드급 단지다.
이처럼 새 아파트 물량이 쏟아져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다. 건설사들이 적어도 연말까지 올해 추석연휴 이전의 분양시장 열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8·25 가계부채 대책에서 공공택지 공급물량을 줄이고, 리스크에 따라 신규사업 공급을 조절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것이 오히려 시장에는 '새 아파트 희소성이 커질 수 있다'고 해석되고 있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하지만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는 점점 짙어진다. 마승렬 HUG 연구위원은 "그동안 청약시장의 호조로 분양물량 증가와 분양가 상승세가 이어졌지만 동시에 초기분양률도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미분양 증가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고 내년 이후 입주시기와 맞물려 공급과잉 현실화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방뿐 아니라 수도권 중에서도 기존 미분양 적체가 많은 곳이나 신규공급 물량이 몰리는 곳, 교통이나 주변 인프라 환경에 비해 분양가가 높은 단지 등은 청약 참여나 계약에 나설 때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신규분양 아파트 전매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꺼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입지적으로 인기 지역이나 가격 경쟁력 있는 단지 중심으로 청약 열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수요자들은 가계부채 후속대책 등의 정책 환경 변화나 금리 인상 가능성 등으로 향후 시장이 변곡점을 맞을 가능성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