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분양시장에 아파트 봇물이 터졌다. 정부가 가계부채대책을 통해 공급과잉 우려 시그널을 내놨지만 건설사들은 대단지 아파트 밀어내기에 나서고 있다. 주택 공급 조절 방안은 오히려 불붙은 분양시장에 불쏘시개가 됐다. 부동산 온기가 연말까지는 이어진다는 전망이 퍼지고 있지만 그 이후에 대한 불안감 역시 커지고 있다. 지금의 호조가 역풍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물량이 쏟아지는 분양시장 안팎을 조명해 본다.[편집자]
정부가 지난달 내놓은 '8·25 가계부채대책'에는 주택시장 '하방 리스크'를 관리하겠다는 내용이 주로 담겼다. 집 때문에 늘어나는 가계의 대출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주택 신규분양이 넘쳐 나타날 수 있는 시장의 급랭을 막겠다는 게 골자였다.
대책의 전제는 '공급과잉에 대한 걱정'이었지만 이보다 더 부각된 것은 '공급조절로 인한 효과'였다. 정부는 부채 비중이 높은 상태에서 앞으로의 분양·입주 물량을 시장이 소화하지 못할 수 있고, 그러면 금융시장뿐 아니라 체력이 약화된 실물경기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를 던졌다. 이런 정부의 걱정은 오히려 '공급이 줄어들면 수요는 그대로라도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심리만 키웠다.
그렇지만 쏟아지는 신규주택 물량에 대한 우려 역시 유효하다. 불 붙은 일부 시장 밖에서는 냉기가 점점 확산되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분양시장 양극화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라며 "청약률이 높더라도 계약률이 따라오지 않는 경우도 많고 미분양이 쌓이는 지역이 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내달부터 공급관리 방안 본격 시행
주택시장 온도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는 최근 향후 주택경기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서울 강남권, 재건축 등에 수요가 쏠리던 상태였기 때문에 더 부풀었다. 하지만 정부는 시장 과열현상은 국지적으로 보면서 시장 전반의 급격한 경기 둔화를 관리하는 데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정부는 우선 주택 미분양 물량과 함께 인허가·청약경쟁률 등 다양한 시장상황을 반영한 미분양 관리지역을 다음달부터 매월 1일 공표할 계획이다. 미분양관리지역은 분양 단계에서 지역별(지점) 심사 외에 본점 심사를 거쳐야 분양보증 승인도 받을 수 있다.
미분양 관리지역에서 주택사업을 하려면 택지를 매입하기 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 예비심사를 받아야 한다. 예비심사를 받지 않은 경우 분양보증 본심사도 아예 거부된다. 예비심사에서는 ▲사업성 ▲사업수행 능력 ▲사업여건 등을 본다.
지난 7월 기준 미분양 관리 지역은 수도권 7곳(인천 중구, 경기 평택·고양·남양주·시흥·안성·광주)과 지방 13곳(광주 북구, 울산 북구, 충북 청주·제천, 충남 공주, 전북 군산, 전남 나주, 경북 포항·영천·예천, 경남 창원·김해·고성) 등이다.
지방자치단체와 주택 공급물량 조절을 협의하는 절차도 시작된다. 국토부는 우선 이달 중 서울시·경기도·인천시 등 수도권 지자체의 주택 담당 국장급 간부가 참석하는 주택정책협의회를 열 것으로 알려졌다.
◇ '밀어내기' 부추기는 과수요도 억제
주택 공급과잉을 야기하는 '과수요'를 누그러뜨리는 조치들도 10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중도금대출보증요건 강화, 상환능력 심사제도 강화 등이 주요 내용이다.
우선 내달 1일 입주자 모집공고분부터 아파트 중도금대출보증 건수가 1인당 총 2건으로 제한된다. 현재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주택금융공사에서 각각 2건씩 4건까지 가능하지만 내달부터는 1인당 받을 수 있는 중도금대출보증이 최대 2건이 된다. 보증 범위 역시 중도금의 100%에서 90%로 낮아진다.
집단대출을 받은 분양계약자의 소득 확인도 이뤄진다. 대출 심사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아니어서 대출을 줄이는 효과를 내기도 어렵다는 지적이 있지만 언제든지 한도 책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 수요자들에게는 민감한 부분이다. 금융당국이 신용대출에 대한 DSR(총체적상환능력심사제도) 시행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도 시장 환경이 변화될 수 있다는 신호다.
상호금융권에서 토지나 상가를 토대로 담보대출을 받기도 까다로워진다. 금융위는 토지·상가 등 비주택 담보대출에 대한 담보인정비율(LTV) 기준을 계획보다 앞당겨 다음달부터 강화하기로 했다. LTV 기준은 현행 50∼80%에서 40∼70%로 강화되고 가산항목 및 수준도 축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