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아파트 분양시장은 여느 해보다 뜨겁습니다. 일단 분양물량이 예년보다 많습니다. 내달 분양계획이 잡힌 물량만 거의 10만가구나 된다네요. 같은 달 기준으로 2000년 이후 16년만에 가장 많은 규모입니다.
하지만 분양가는 점점 오르고 입주 이후 집값이 더 오르길 기대하는 것도 예전만 못 합니다. 물량은 쏟아지지만 돈 되는 아파트 찾기는 점점 어려워 진다는 얘기죠. 이런 때에 아파트 청약에 참여해도 될까요? 또 분양을 받는다면 어떤 아파트가 좋을까요?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
지난달 정부는 주택공급 물량 조절을 주 내용으로 하는 대책을 내놨습니다. 이 때문에 새 아파트 희소성이 높아진다는 예상도 나오죠. 그래서 분양 시장 '막차'를 타야 할 때가 아니냐는 얘기도 심심찮게 나옵니다.
시장 전문가 상당수는 적어도 올 연말까지 주택시장의 온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 목적으로 무리하게 빚을 내 아파트 청약에 뛰어드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우선 자신의 소득과 자산 상황을 살펴 여력이 있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본 뒤 대상 아파트를 결정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새 아파트는 분양대금의 60%에 해당하는 중도금을 대출 받을 수 있지만 이 만큼을 다 빚에 기대면 무리가 따를 수 있습니다.
▲ 전국 분양가격 추이(자료: HUG) |
여차하면 직접 입주까지 하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아파트 분양계약에 임해야 한다는 게 포인트입니다. 이미 집을 가진 사람이라면 기존 집을 팔지 않더라도 가계 지출에 무리없이 새 아파트로 입주할 수 있는 정도가 적당합니다.
지렛대(레버리지) 효과 기대를 줄이더라도 대출액은 집값을 기준으로 많아야 30%대가 적절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투자가치를 기대할 수 있는 아파트를 고른다면 대단지, 교통, 학군, 여가 활용 여건 등 기준은 여러가지입니다. 하지만 투자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입니다.
▲ 미분양 많은 지역(자료: 국토교통부, 부동산114) |
지역 선정에 가장 큰 관건은 분양 받으려는 지역에 향후 2~3년 간 새 입주아파트가 얼마나 될지 입니다. 입주가 몰릴 수록, 또 실수요자 비율이 낮을 수록 입주 때 가격이 분양가 밑까지 위협받을 리스크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입니다.
수도권에서는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지방에서는 도심 아파트 등 비교적 실수요가 확보될 수 있는 상품이 비교적 안전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편의시설 등 생활여건이 여건이 갖춰져 있고 꾸준히 거주 유입 수요가 있어야 향후 웃돈(프리미엄)이 붙을 기대도 가질 수 있다는 겁니다.
지방의 경우 지역 경기 영향에 따라 부동산 분위기가 갈릴 수 있도 있습니다. 이를 테면 조선업 경기가 좋지 않은 울산·거제 등이나 '고점'을 쳤다는 말이 나오는 대구 등은 분양계약 판단을 유보하는 게 낫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청약자가 몰리는 인기 지역이라고 해서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만 품고 '묻지마 청약'에 나서는 것은 단언코 금물입니다. 지역 내 입지 여건과 건설사 브랜드, 설계나 조망권 등에 따라 향후 시세는 천차만별이 될 수 있습니다.
'역세권'이라는 기준도 좀더 세밀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전철역이 가까울수록 월세나 전세가 비싸고 매매가도 높게 형성되지만 도시 내부와 비교적 한산한 외곽 및 지방은 그 기준에 차이가 있습니다.
서울은 도보 5~10분 거리 내, 수도권 택지지구나 지방의 경우 도보 15분, 연계 교통 5분 이내의 거리여야 역세권으로서 다른 지역과 의미있는 시세차이를 기대할 수 있다고 여겨집니다.
이런 점들을 꼼꼼히 감안하면 분양시장은 우량 단지만 청약이 몰리고 그렇지 않은 곳은 미분양이 나는 '양극화'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가계부채대책, 중도금대출 규제 등도 안전하고 실속있는 '똘똘한 한 채'에 집중하는 전략에 힘을 실을 걸로 보입니다.
▲ 지난 23일 문을 연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5차 재건축 '아크로리버뷰' 모델하우스 안에서 방문객들이 단지 모형을 둘러보고 있다.(사진: 대림산업) |
투자용으로, 또 직접 들어가 살기도 괜찮다 싶은 아파트를 고르셨다고요? 그러면 청약에 나서기전 전 모델하우스를 방문하고 주변 지역까지 살피는 것이 필수입니다.
견본주택은 대체로 현장과 가까운 곳에 마련돼 있고, 여기서 상담사를 통해 발코니 확장비·옵션 가격 등 추가비용을 파악하거나 중도금 대출 조건, 청약절차 등을 체크할 수 있죠.
모델하우스에 간 김에 인근 중개업소까지 방문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현장감 있는 시장 정보를 챙길 수 있으니까요.
기존 매물 중에 더 나은 집이 있는지, 새 분양 아파트의 향후 전망이 어떤지, 앞으로 분양할 아파트 가운데 더 유망한 물량이 있는지를 점검해 보고 청약을 결정하는 게 순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