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대형 건설사들 실적은 큰 편차를 보였다. 국내 주택사업 비중과 해외 손실반영 여부가 순위를 요동치게 했다. 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대림산업·GS건설·현대산업개발·삼성엔지니어링 등(작년 토건종합시공능력평가 순) 7대 상장 건설사들 실적을 항목별로 분석·비교해 본다.[편집자]
7대 상장 건설사가 작년에 국내외에서 따낸 일감은 71조8059억원어치로 집계됐다. 재작년 84조6752억원에 비해 15.2% 줄었다. 작년 수주를 같은 기간 매출(75조3134억원)과 비교하면 4.7% 적은 수준이다. 현재 수행하고 있는 사업보다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적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해외 수주 감소가 거듭 이어지는 게 아프다. 7개 건설사가 작년 수주한 해외 일감은 21조6358억원에 그친다. 건설업계 해외 수주가 전년대비 30% 가량 줄었던 재작년(28조9022억원)보다도 25.1% 더 줄어든 수준이다. 7개사 전체 수주에서 해외 일감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년 34.1%에서 30.1%로 더 낮아졌다. 한때 60~70%에 이르렀던 게 무색할 지경이다.
국내 수주 사업 가운데서도 작년 말부터 위축되고 있는 주택사업 수주만 많다는 것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건설사들은 해외 현장이 줄어 남는 인원을 당장은 국내 현장으로 돌리고 있다. 하지만 주택 경기가 꺾인 터라 이런 방식도 곧 한계에 다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작년 수주가 가장 많았던 건 현대건설(연결종속법인 현대엔지니어링 포함)이다. 총 21조2295억원어치 일감을 국내외에서 따냈다. 작년 신규수주보다도 7.1% 늘어난 것이다. 7개 건설사 중 전년보다 수주를 늘린 건 현대건설이 유일하다. 특히 4분기에 수주물량이 급증했다. 10월 이후 석달 동안 9조3518억원어치 일감을 확보했다.
연말 계약한 서울 강남 삼성동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신축공사 물량이 1조7923억원이다. 또 ▲사우디 우쓰마니아 가스처리공사(8400억원) ▲부산연산3구역(3000억원) ▲인천주안1구역(2744억원) ▲창원아티움시티(2933억원) 등이 4분기에 몰렸다.
현대건설의 작년 수주는 국내에서 60%, 해외에서 40%가 이뤄졌다. 올해는 해외 비율을 다시 높인다는 목표다. 해외에서 전체의 55%인 13조3724억원, 국내서는 45%인 10조9276억원 등 작년보다 14.5% 많은 총 24조3000억원어치 일감을 따낸다는 계획이다.
그 다음은 GS건설이 많은 일감을 가져왔다. 신규수주 실적이 11조5300억원으로 2위다. 다만 전년보다는 13.9% 줄어든 수준이다. 분야별로 주택이 6조61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주택을 제외한 건축이 2조2150억원, 토목(인프라)이 1조955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플랜트는 5620억원으로 부진했다.
GS건설의 신규수주는 국내가 9조4420억원으로 전체의 81.9%를 차지했다. 해외 수주는 전년보다 30% 줄어든 2조880억원에 그쳤다. 올해 수주목표는 국내 7조490억원, 해외 3조8510억원이다. 전체적으로 수주를 늘리면서 해외 수주 비중도 높인다는 각오다.
대림산업은 10조4380억원 어치 일감을 거둬 3위에 올랐다. 그래도 전년보다는 19.5% 감소한 수준이다. 국내에서 7조7671억원, 해외에서 2조6709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국내 수주 비중이 74.4%다. 대림산업은 7개사 중 유일하게 해외 수주 실적이 개선됐다. 전년에 비해 51% 늘었다. 재작년 해외 수주에 워낙 신중했기 때문이다.
공종별로는 주택을 포함한 건축이 7조750억원으로 전년보다 약 1조원 줄었고, 토목은 6081억원으로 1조6000억원가량 감소했다. 플랜트는 2조7549억원으로 전년과 비슷했다. 올해는 해외에서 4조원, 국내에서 5조9500억원 등 총 9조9500억원어치 일감을 딴다는 계획이다. 수주 감소를 감내하더라도 해외 비중을 다시 늘린다는 포석이다.
삼성물산은 7개사 가운데 전년대비 수주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작년 실적은 재작년보다 32.1% 급감한 9조8650억원이다. 애초에 작년 목표를 10조650억원으로 낮게 잡아두기도 했다. 수주 실적은 국내에서 4조6990억원, 해외에서 5조1660억원 등으로 유일하게 해외 비중(52.4%)이 국내보다 높았다.
분야별로 빌딩(건축) 5조6250억원, 주택 8280억원, 토목(Civil) 1조8170억원, 플랜트 1조5950억원씩이다. 그나마 삼성그룹의 일감 지원이 넉넉한 게 다행으로 여겨진다. 작년에도 평택 반도체공장 1조2690억원, 베트남 SDC 모듈3동 9860억원 등 대형 계약이 이뤄졌고, 화성 반도체(17라인)과 아산 디스플레이 물량도 각각 3500억원, 2400억원 있었다.
대우건설은 9조7972억원어치 일감을 수주했다. 전년보다는 25.1% 감소한 수준이다. 국내에서 8조2027억원, 해외에서 1조5945억원을 수주했다. 해외 수주는 작년보다 47.8%나 감소했다. 일감이 줄고 있지만 당장 수주 확대에 욕심을 부리진 않고 있다. 올해 목표는 국내 7조원, 해외 2조원 등 9조원으로 잡았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작년 수주는 4조9952억원이었다. 전년보다는 4.7% 감소한 것이다. 해외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건설사지만 작년에는 해외보다 국내 수주 비중이 높았다. 국내 3조3656억원, 해외 1조6296억원으로 국내가 전체의 3분의 2가량이다. 주력인 화공 수주가 13.8%에 그치는 것도 특징이다. 작년 말 수주잔고가 7조8163억원에 그치는데 이는 작년 매출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현대산업개발 수주는 3조9510억원이었다. 전년보다 30.3% 감소한 규모다. 국내 주택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현대산업개발의 수주 감소는 향후 주택경기가 어둡다는 뜻으로 읽히기도 한다. 회사 측은 "저금리와 재건축 활성화로 올해까지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의 주택시장 호조세가 전망되지만, 앞으론 주택시장 사이클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중장기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신규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리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