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건설사들의 예비성적표라 할 수 있는 3분기까지의 실적에서 가장 눈여겨 볼 부분은 수주다. '건설 한국'이란 말이 무색하게, 특히 해외에서의 수주 가뭄이 심각하다. 주택 경기 호조로 사업을 늘렸던 국내에서도 점차 일감이 줄어 위기감을 더 키우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경영전략 담당 임원은 "저유가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줄어든 중동 등 주요 고객들의 발주 물량이 언제 다시 회복될지 감을 잡을 수 없는 상태"라며 "사업장이 줄면 당장은 해외 인력을 국내 현장으로 돌릴 수야 있겠지만 이것도 곧 한계에 다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
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대림산업·GS건설·현대산업개발·삼성엔지니어링 등 7대 상장 건설사의 올 1~3분기 수주는 46조8550억원으로 집계됐다. 60조원을 넘었던 작년 같은 기간보다 22% 줄었다. 3분기까지의 수주를 이 기간 매출(54조1795억원)과 비교하면 13.5% 적은 수준이다.
2~3년 뒤면 현재의 매출 규모나 고용 인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일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라는 게 건설업계 설명이다.
특히 해외 수주는 절벽 수준이다. 7개 건설사가 올들어 3분기까지 수주한 해외 일감은 12조9686억원에 그친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35.7% 급감했다. 전체 수주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작년 같은 기간 35.8%에서 29.5%로 6.3%포인트 낮아졌다.
현대건설(연결종속법인 현대엔지니어링 포함)은 1~3분기 건설업계에서 가장 많은 11조8777억원어치 수주물량을 따냈다. 하지만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9% 줄어든 것이다. 해외 물량만 따지면 5조1408억원이다. 감소폭은 41.1%에 이른다.
현대건설은 올 들어 3분기까지 13조4386억원의 매출에서 750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추세대로라면 올해 건설업계 최초 영업이익 1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하지만 급격한 수주 감소는 현대건설이 '1조 클럽'에 지속적으로 머물 수 있을지 장담을 어렵게하는 대목이다.
GS건설은 이 기간 8조7350억원어치 일감을 따냈다. 건설업계 2위로 작년보다 수주 규모를 6.2% 늘렸다. 해외 수주는 2조490억원을 따내면서 작년보다 66.3% 늘렸다. 올해 잘했다기보단 작년 해외수주가 워낙 적었던 때문이다. 전체 수주에서의 비중은 23.4%에 그친다. 3분기까지 수주 목표 대비 달성률은 국내의 경우 93%에 이르지만 해외는 40%다.
대우건설의 1~3분기 신규수주는 7조7578억원, 이 중 해외 물량은 1조4937억원이었다. 각각 작년 같은 기간보다 31.9%, 51.4% 급감한 수준이다. 지난 8월말 있었던 외부 사장 영입 건과 맞물려 수주 적극성도 다소 떨어졌던 게 아니는 추측을 낳는다.
3분기만 봤을 때 영업이익은 979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9%, 직전 분기보다는 7.3% 감소했다. 이 역시 기업 CEO(최고경영자) 교체 시기 나타나는 보수적 회계기조 반영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3분기 영업이익은 2662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 감소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3분기 실적발표와 함께 올해 올해 신규수주 목표치를 대폭 낮췄다. 기존 16조3600억원에서 10조8000억원으로 내렸는데 해외 목표 하향 조정폭이 4조3300억원(9조8800억원→5조5500억원)이나 됐다. 부문별로는 플랜트 수주목표가 4조7700억원에서 1조5200억원으로(3조2500억원) 가장 감소폭이 컸다.
삼성물산의 1~3분기 신규 수주는 6조63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2.7% 줄었다. 해외 물량만 따져보면 4조20억원으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는데, 이는 그룹 물량 덕이다. 이 회사 건설부문은 3분기 영업이익을 1530억원 거두면서 직전 분기 턴어라운드에 이어 흑자 규모를 확대했다.
3분기말까지 대림산업의 해외 수주는 2831억원에 그쳤다. 1~3분기 수주는 6조884억원인데 이중 4.6%뿐이다. 전체 수주는 전년동기 대비 35.7% 감소했는데 해외 감소폭은 82.5%다. 올 들어 3분기까지 대림산업 건설부문과 건설 관련 계열사 영업이익은 2050억원, 매출은 7조1630억원이었다.
1~3분기 삼성엔지니어링 수주는 3조8101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1% 늘었다. 작년 1조원 넘는 적자를 내면서 수주가 끊어졌던 때문에 회복세가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해외 일감은 그 와중에도 줄었다. 작년 3분기 누계로 1조8504억원이었지만 올해는 8638억원에 그쳤다.
해외 사업이 거의 없는 현대산업개발에서 수주가 크게 줄어든 것도 주목할 만하다. 올 3분기까지 수주는 1조956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4% 감소했다. 주택경기 호조로 올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이 3888억원, 영업이익률이 11.6%에 달할 정도지만 향후 사업 수주에는 신중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산업의 이런 행보를 두고 주택경기도 끝물이라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