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특히 강남 부동산 시장이 고강도 부동산 대책 영향으로 사실상 마비상태에 빠졌다.
특히 부동산 과열 핵심지역으로 지목되던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는 투기과열지구에 투기지역까지 지정되며 이 지역 재건축 단지 거래는 사실상 끝났다는 분위기다. 매도 시기를 묻는 문의만 이어지고 매수자들은 관망세로 돌아섰다. 매수자들이 이번 대책의 파장을 지켜보자는 입장이어서 당분간 관망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대책 이후 재건축단지는 매수문의와 거래가 사라졌다. 강동구 중개업소 대표는 "대책 전까지만 해도 계속 사겠다는 사람이 있었는데 8.2 대책 발표 이후 매수문의가 아예 끊겼다"고 말했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서초동 중개업소 대표는 "집주인들은 매도 타이밍을 놓쳐 가격을 얼마나 낮춰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는 분위기"라며 "매수자들은 일단 지켜보며 가격이 더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부분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며 당분간은 거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파구도 상황은 비슷했다. 잠실 중개업소 관계자는 "호가가 떨어지면 연락달라고 하는 매수 대기자들도 있지만 대책 이후 분위기를 지켜볼 것으로 보여 당분간 거래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개포동 중개업소 대표도 "얼마나 가격이 내려갈 것인가를 물어보는 전화가 많이 왔으나 거래는 없다"면서 "2주택자가 된 수요자들은 집을 팔아야 할지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2~4일 강남재건축 단지 거래량은 1건도 없었다. 지난 2일 방배동 서리풀e편한세상 전용면적 164.46㎡가 20억8000만원에 거래되고 청담현대3차 전용면적 85㎡가 11억7000만원에 거래된 정도였다. 3일부터는 거래량이 1건도 나오지 않았다.
대책 전까지만 해도 실거래가보다 수천만원 높은 가격에 거래가 됐다. 대책 발표 하루 전날인 지난 1일, 개포주공4단지 전용면적 42.55㎡이 매매가격 1억5000만원이 뛴 11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둔촌주공4단지 전용면적 99.61㎡는 최고 12억6000만원에 거래되는 등 거래가 활발했다.
하지만 대책 발표이후 호가를 낮춘 급매물들이 나타나고 있다. 반포동 한 중개업소 대표는 "정책 발표 이전에는 반포주공 1단지의 168㎡의 경우 28억원대 이하 매물은 없었는데 투기지역 효력이 생기긴 전인 지난 2일에는 26억원대에 나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개포동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매도자들이 거래가 안될까봐 가격을 2000만~5000만원 정도 내려 팔겠다는 문의 전화도 온다"고 말했다.
▲ 반포주공 1단지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강남권 중개업소들은 재건축관련 규제 강화와 대출한도 축소, 자금조달계획 신고 의무화 등으로 부동산 거래가 한동안 중단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치동 중개업소 대표는 "앞으로 재건축조합원 지위의 양도가 금지돼 사고파는 게 불가능해지고 투기지역 대출도 세대당 1건으로 묶이면서 부동산 거래가 뚝 끊길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에서 재건축을 진행하는 아파트 단지는 총 10만8000가구다. 이중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5만5655가구는 지난 3일부터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조항을 적용받는다. 조합원 지위를 매도할 수 있어도 이를 산 사람은 조합원 분양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압구정동 중개업소 관계자는 "조합원 지위 양도가 힘들어지면서 거래 자체가 사라질 것"이라면서 "당분간 문을 닫아야 하나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