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2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지 두 달이 지났다. 투기과열지구 지정, LTV(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축소 등 온갖 규제를 담은 대책답게 과열됐던 주택시장은 숨을 죽였다. 하지만 관망이 얼마나 갈지는 알 수 없다. 강남권 재건축은 다시 들썩이기 시작했다. 가을 이사 성수기를 맞으면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정부는 가계부채대책과 주거복지로드맵 발표를 준비중이다. 추석 연휴 전후 주택시장 분위기와 향후 전망을 짚어본다.[편집자]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가 8.2 대책을 발표한 지 보름만에 "더 강력한 대책도 주머니 속에 많이 넣어두고 있다"고 했다. '미친 전세, 미친 월세'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앞으론 주택 임대차시장 안정에 집중할 뜻도 내비쳤다. 추석 연휴를 보낸 주택시장에는 이런 정부 의지를 현실화하는 후속 조치들이 시행될 전망이다.
신DTI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도입을 중심으로 한 가계부채 대책과 다주택자들을 등록 임대사업자로 유도하는 주거복지로드맵, 민간 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 등이 이달 말께 잇달아 발표 예정이다. 또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에 양도소득세를 더 물리는 법안도 국회에서 논의가 본격화된다.
◇ 가계부채대책 - 돈줄 더 조인다
금융위원회가 조만간 발표할 가계부채 종합대책은 '신DTI + DSR'로 요약된다. 신DTI는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산정할 때 이자만이 아니라 원리금을 동시에 갚는 상환능력을 보겠다는 것이다. 또 대출자(차주)의 장래소득 변화, 소득 안정성, 자산의 장래 소득창출 가능성 등을 반영한다. DSR은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뿐 아니라 신용대출, 카드론, 자동차할부금 등 모든 금융권 대출의 원리금을 합산해 대출 한도 등을 산정하는 기준이다.
지난달 초 금융연구원 세미나에서 제시된 이같은 내용은 정책 도입 전 '간 보기'라는 해석이 많았다. 여기서는 현재 수도권 등 일부 지역에만 적용하는 DTI 기준을 전국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나왔다. DTI가 부동산 규제 역할에 무게를 두고 있어 지역 차등을 적용을 하고 있지만 근본 목적이 상환 안정성 확보에 있는 만큼 굳이 지역 형편을 따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지난달 19일 주택담보대출이 가로막혀 신용대출, 사업자대출 등으로 우회하려는 금융 수요를 차단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금융서 나타날 수 있는 '풍선효과'를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추석 이후 이사 수요, 분양 집중, 연말 특수 등으로 지금도 과도한 가계부채가 실질적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을 막는 차원이다.
◇ 주거복지로드맵 - 다주택자 '압박'
가계부채 대책 직후 국토교통부는 주거복지로드맵 발표를 계획하고 있다. 경기도 과천처럼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를 지으려던 곳 일부에 '신혼희망타운' 등을 지어 분양·임대 하는 등의 공급방안도 담길 전망이지만 물 아래 잠겨 있는 민간임대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려는 작업에 더 이목이 집중된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간담회에서 "지금 집중하고 있는 것은 전월세 사는 국민들의 안정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등록 주택임대사업자가 등록 임대주택으로 전환해 사회적 책임을 갖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긴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다주택 미등록 임대사업자의 사업등록을 유도해 임대료나 임대 기간 등에 공적 규제를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이를 위해 '당근과 채찍' 모두를 준비하고 있다. '당근'은 세금 감면이나 건강보험료 측면 인센티브 강화 등이다. 이는 다주택자가 양도소득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매물을 내놓을지,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고 다주택을 유지할지를 가르는 기준이 전망이다.
'채찍'은 과세기반 확보다. 국토부는 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감정원, 행정안전부, 국세청 등에 흩어져 있는 임대사업자 등록 현황, 확정일자, 재산세 현황 등을 연계·통합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마무리 되면 민간임대 전체의 75% 가량까지 임대기간, 임대비용, 계약 성격 등을 투명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게 국토부 기대다. 이렇게 구축된 데이터는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상한제 도입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 분양가 상한제 부활..부산 전매제한
정부가 분양가상한제를 민간 택지에도 적용할 지역을 고르는 정량(定量)기준은 지난달 초 마련됐다. 시·군·구 별로 '최근 3개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2배를 초과한 곳' 중 ① 12개월 간 분양가격의 전년동기 대비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넘는 경우 ② 직전 2개월의 청약경쟁률이 각 5대 1(전용 85㎡ 이하 10대 1)을 초과한 경우 ③ 3개월간 주택 거래량이 전년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한 경우다.
이제는 어디가 적용지역으로 선정될지가 관심이다. 셋 중 하나에만 해당하면 적용지역 검토대상에 오른다. 투기지역(전국 11개지역)보다는 많고, 투기과열지구(29개지역)보다는 좁은 범위에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상한제가 적용되면 분양가는 주변 시세보다 10~15% 낮게 책정될 것이라는 게 건설업계 예상이다. 주변 집값이 높은 지역에 분양가를 낮춘 아파트가 나오면 오히려 청약은 더 몰릴 수 있다는 게 규제 부작용으로 꼽힌다.
부산 등 지방 민간택지 분양아파트도 일정기간 전매를 제한하는 조치는 내달 10일부터 시행된다. 관련 주택법령에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심사를 통해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은 입주때까지 또는 계약후 1년6개월, 비규제지역은 6개월 간 전매제한 기간을 둘 수 있도록 했다.
국회에서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위한 소득세법 개정작업이 본격화된다. 기획재정부가 정부 발의로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다만 야권 반대 강도가 관건이다. 연내 개정이 이뤄지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장기보유특별공제 배제는 내년 4월1일이후 양도분부터,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요건 강화는 8.2대책 후 취득분부터, 분양권 전매때 양도세 중과는 내년 1월1일 이후 양도분부터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