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2시29분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으로 학교 등 각종 건물 및 시설물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짐에 따라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을 중심으로 긴급 시설물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지진 발생 직후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구성해 포항 지역의 지진 피해 현황을 파악하는 한편 도로와 철도, 항공, 수자원 등 분야별로 전문가를 현장에 파견해 긴급 안전점검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규모 5.0 이상 지진이 발생하면 장관이 본부장을 맡는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구성토록 돼 있다.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는 중앙대책본부가 꾸려저 각 부처간 대응 조율이 이뤄진다.
오후 9시 현재까지 파악된 가장 큰 SOC 분야 지진 피해는 포항 영일만항 컨테이너 부두 바닥에 4~6㎝ 균열이 발생하고 단차가 생긴 것이다. 컨테이너 부두 상부 하역작업이 이뤄지는 공간인 에이프런(Apron)에 단차가 발생해 하역작업을 중단하고 추가 변이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는 게 관할인 해양수산부 측 설명이다.
▲ 영일만항 컨테이너부두 에이프런에 생긴 약 6cm 너비의 균열(사진: 해양수산부) |
영일만항 일반부두 콘크리트 바닥 일부도 지진으로 10㎝ 벌어지는 피해가 발견됐다. 하역 재개 여부는 정밀안전진단 점검결과에 따라 결정되는데 언제가 될지는 미지수다. 김영춘 해수부 장관은 오는 16일 현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포항공항에서도 지진으로 청사 유리창 2장이 파손됐지만 활주로나 청사건물 구조 등에는 이상이 없는 것 조사됐다. 이날 오후 4시40분에는 김포발 항공기가 예정대로 이 공항에 착륙했다. 현재까지 한국항공공사와 지방항공청 소속 직원들이 전국 공항 터미널과 활주로, 관제탑 시설물 상태를 살피고 있다.
수자원 분야 댐과 보, 정수장 등 시설물은 일차적으로 안전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이날 지진 직후 "관리 중인 댐·보 및 정수장 등 총 290개 시설물에 대한 긴급 안전점검을 실시했다"며 "피해가 없었다"고 밝혔다. 수자원공사는 지방국토관리청 등과 함께 관할 시설을 추가 점검 중이다.
코레일과 한국철도시설공단 직원들도 철도 시설물과 철도 건설현장에서 선로와 전차선 등을 점검하고 있다. 이날 오후 한때 포항역이 폐쇄되고 열차운행이 중지됐다는 소식이 돌았지만 코레일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코레일은 "지진으로 인해 열차 사고 등은 전혀 발생하지 않았고, 경부고속선과 경부선 등 포항 인근 일부 구간만 안전을 위해 서행 운행 중"이라며 "여진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 단계적으로 속도를 높여 정상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도로공사도 현재까지 관할 재정 고속도로 피해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가 주요시설물 안전성능을 관리하는 국토부 산하 한국시설안전공단은 건축팀, 비탈면팀, 수리시설팀, 교량팀 등 6개팀을 포항 지진 현장으로 급파하는 한편 자체 긴급대책상황실을 꾸려 추가대응팀 및 지원팀 파견을 논의하고 있다.
▲ 1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 꾸려진 지진대응상황실에서 김현미 국토부장관(중앙사고수습본부장)이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사진: 국토교통부) |
교량, 댐, 터널과 같은 국가 주요 기간시설들은 국토부 산하 전문 기관인 한국시설안전공단 등이 정기적으로 안전 및 성능유지에 대하 점검하고 관리한다. 하지만 학교시설물이나 산업·복지시설 등 기타 중소 시설은 교육부, 산업통상자원부, 행정안전부, 지자체 등이 시설 진단업무까지 책임진다. 이 때문에 구조물 진단 신뢰성 담보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가 하루 뒤인 오는 16일 전국에서 예정된 대학수학능력평가 시험을 전격 연기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진 직후 수험장인 학교 시설에 대한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학교 시설 가운데는 지은 지 30~40년 가까운 노후 건물도 적지 않다.
국토부는 비상연락체계 유지와 함께 행정안전부, 소방청, 포항시 등 유관기관과도 긴밀한 협조체계를 유지하면서 이후 상황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도로, 철도, 공항, 댐 등 주요 SOC와 시설물 피해 상황을 각 반별로 철저히 파악해 즉각 조치할 수 있는 부분이나 추가 피해 우려가 있는 부분은 우선 조치하라"고 지시하는 한편 "작년 9월 경주 지진 경험에서 볼 때 더 큰 규모의 여진이 발생할 우려도 있는 만큼 모든 상황에 철저히 대처해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