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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1층 띄운 필로티.."우리집은 어쩌죠?"

  • 2017.11.16(목) 19:03

3층이상 건물 2005년부터 내진설계 의무화
우후죽순 다세대..구조보다 '부실시공' 문제

지난 15일 발생한 경북 포항 지진으로 이 일대 '필로티' 구조로 지은 다세대 건물의 1층부 기둥이 심각하게 손상되는 피해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 소식이 전해지면서 당장 지진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필로티 구조 다세대나 아파트 등에 거주하는 이들 사이에서 건물 안전에 대한 공포감도 번지고 있다.

 

필로티는 일반적인 건물 전체를 지탱하는 벽체보다 부피가 작은 내력 기둥(pilotis, 각주)을 말한다. 건물을 지상에서 분리시킨 외부 공간을 만들어내는 기능을 한다. 전통 건축학에서는 필로티가 연약층을 형성해 지진 발생시 붕괴 우려가 크다고 본다. 이번 포항지진에서의 붕괴도 그래서 발생했다는 시각이다.

 

다만 필로티 구조라 해서 무조건 다 위험하다고 보는 건 불필요한 오해일 수 있다는 게 건설업계 목소리다. 현대건축에서 필로티 형태의 구조는 이미 고층 건물까지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고, 설계와 시공 기술로 충분히 내진성능을 확보 할 수 있는만큼 구조의 문제로만 보긴 어렵다는 얘기다.

 

 

▲ 15일 지진으로 기둥이 파손된 포항 지역 필로티 주택(사진: 독자제공)

 

◇ 도시형생활주택 88%가 필로티

 

필로티는 1층 전체 혹은 일부를 벽 없이 기둥만 세우고 그 위에 건물을 얹는 건축 형식이다. 서울이나 부산 등 대도시 주택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다세대·다가구(원룸) 형태다. 윤영일 국민의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국 도시형 생활주택 1만3933단지 중 1만2321단지(88.4%)가 이 필로티 구조로 지어졌다.

 

도시형생활주택은 전세난을 풀려는 목적으로 정부가 도심에 소형 주택을 많이 공급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면서 2009년께부터 도입된 주택유형이다. 필로티 구조를 활용하면 주차공간을 추가로 확보하지 않고 1층부 공간에 둘 수 있다는 게 도시형생활주택 대부분이 이렇게 지어진 배경이다.

 

이처럼 필로티가 보편적인 상황이지만 서울시는 '건축물내진성능 자가점검 홈페이지'를 통해 지진에 취약한 건축 형태중 하나로 필로티 구조를 꼽고 있다. 시 측은 "건축물 전체에서 인접한 층보다 유연하거나 약한 부재로 구성된 층을 '연약층'이라 하는데, 지진이 발생하면 필로티가 연약층이 되면서 손상이 집중돼 붕괴가 발생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건축물의 하중은 1층이 가장 크게 받는데 중량이 분산될 벽이 없이 기둥에만 하중이 몰리는 게 일반적으로 인식되는 필로티의 구조적 약점이다. 특히 지진이 발생하면 수평방향으로 흔들림이 생긴다. 이때 지진의 흔들림을 수직으로 버티는 벽이 없으면 역학적으로 구조체가 버티기 어렵다는 것이다.

 

◇ "필로티는 무조건 위험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1988년부터 6층이상, 2005년 7월부터는부터는 3층이상 건물(주택 포함)에 내진설계를 의무화하고 있다. 2015년부터는 지상 3층 이하라도 연면적이 500㎡ 이상인 경우, 경주 지진이 발생한 뒤인 올해 2월부터는 지상 2층이상 건물은 무조건 내진설계를 하게 돼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내진설계 기준은 2400년에 한번꼴로 발 생할 수 있는 지진의 강도를 감안해 설정돼 있다. 건물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규모 6~7 수준의 지진을 견딜 수 있는 수준이다.

 

이 정도 지진이 나도 구조체에는 문제가 없도록 설계해야만 건축 허가를 받아 공사를 시작할 수 있는게 국토부 관계자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필로티 구조라고 하더라도 내진설계 기준에 따라 설계가 이뤄지고, 또 시방서에 맞게 시공이 됐다면 이번 지진 정도 수준에는 문제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최근 20~30층 높이의 고층 아파트도 주동(住棟) 일부 또는 전체를 필로티로 띄우는 형태를 쉽게 볼 수 있다. 이렇게 하면 1층에 위치한 주택이 2층으로 올라가 사생활이 보호될 수 있고, 주민 다수도 단지 안에서 탁 트인 느낌으로 외부 활동을 할 수 있다.

 

한 주택건설사 소속 건축기술사는 "외관상 필로티가 아니더라도 최근 지어지는 철근콘트리트, 철골철근콘트리트 구조의 아파트나 고층건물 대부분은 필로티처럼 같은 기둥이 수직하중을 받치는 구조"라며 "필로티 방식이기 때문에 무조건 위험하다는 생각은 오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건설사가 현재 시공하고 있는 22층 아파트 주동 설계도면을 보면 1층 필로티로 쓰이는 내력 기둥은 건물의 받침처럼 별도로 끼워넣어진 형태가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필로티는 상층부부터 지하 주차장, 지반까지 건물 전체를 연결하는 내력기둥의 일부로 연결돼 있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설마 철근 덜 쓰였나?" 알아보려면

 

문제는 구조적 한계보다 부실시공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이번 포항 붕괴 주택 필로티 손상부위에서도 수직철근과 함께 배근 돼야 하는 밴드 형태의 철근이 적게 쓰인 것이 관측된다고 전했다. 이 일대에 비슷한 필로티 주택이 많은데 붕괴한 것은 일부라는 점도 이 부실시공 해석에 힘을 싣는다.

 

아파트 등 규모가 있는 대형 현장의 경우 건축법상 감리 등이 더 엄격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실시공의 우려가 적다는 평가다. 하지만 소규모 사업에서는 공사 관리감독이 더더욱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 문제다.

 

특히 6층 이하 건물의 경우 구조전문가인 '건축기술사'가 아닌 디자인 측면의 설계 전문가인 '건축사'가 맡는다. 이 점이 최근 지어진 주택이라도 내진성능을 신뢰할 수 없게 하는 부분이다.

 

▲ 그래픽/유상연기자 prtsy201@

 

내진성능이 떨어져 안전을 담보하지 못하는 필로티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면 보강이 반드시 필요하다. 기둥 사이에 벽을 채우거나 철골 구조물을 끼워넣는 등의 방식이다. 다만 애초 주차장 등 사용하던 목적대로 사용하기 불편해지고 비용도 든다는 게 문제다.

 

서울시 관계자는 "건물 허가시기, 층수, 연면적 등을 보면 일단 자신이 살고 있는 필로티 주택이 내진설계가 적용 됐는지 파악할 수 있다"며 "그래도 부실시공 등이 불안하다면 관련 업체를 통해 비파괴 검사 등으로 점검한 뒤 구조체 보강을 하는게 가장 확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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