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서울시가 집값이 지금보다 더 떨어져야 한다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 집값이 17주 연속 하락(한국감정원)하며 안정화되고 있지만 만족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는 지난해 초부터 단기간에 집값이 워낙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집값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은 여전히 부담스런 수준이라는 게 정부와 여러 전문가들의 평가다. 다만 실제 집값이 정부가 원하는 수준까지 떨어질지는 미지수다.
◇ 떨어지기는 했지만…아직 부담스런 집값
진선희 서울시 제2부시장은 지난 12일 '도시‧건축 혁신방안' 설명회 자리에서 "9.13 대책 이후 집값이 내리막을 걷고 있다"며 "이는 최고점에 비해 하락한 것이어서 더 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시장은 계속 주시할 것이고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와 긴밀히 협의 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선호 국토부 1차관도 국토부 업무보고가 있었던 지난 8일 "최근 주택거래량이 급감한 것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둔화된 가운데 매도자와 매수자가 원하는 가격 차이가 크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시장이 안정화되면 정상적 주택거래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주택시장 하락 추세나 낙폭이 시장이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보기는 힘들다"며 "가격 하락은 서민 실수요자를 위한 주택시장을 조성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집값이 하락하고는 있지만 실수요자들이 매수하기에는 아직 부담스럽고, 가격이 더 떨어지면 거래가 이뤄지기 시작할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 서울 집값은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와 비교해도 높은 상황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문대통령 취임 직전인 2017년 4월말 서울 집값과 최근인 지난 8일 집값을 비교하면 31.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이 급등하기 시작한 지난해 초(2017년 12월29일)와 비교해도 현재 집값은 18.3% 상승했다. 정부가 집값이 더 떨어져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에 대한 부담도 여전히 크다. 주택금융연구원 분석 결과, 작년 4분기 서울 주택구입부담지수는 133.3으로 전 분기보다 3포인트 상승했다. 2016년 3분기 이후 10분기 연속 오른 것이다.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숫자가 클수록 집값 부담이 커진다는 것을 뜻한다.
◇ 출범 초기로 집값 회귀, 가능할까
전문가들도 지난해 집값이 급등한 것에 비교하면 최근 낙폭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서민들의 내 집 마련 부담도 여전히 높은게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가 목표로 하거나 혹은 기대하는 수준까지 떨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최근 집값이 하락세지만 지난해 오른 것에 비하면 속도가 더디다"면서도 "정부가 세운 집값 안정화 기준이 출범 초기 수준이라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집값은 경제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 등과 견주어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야 하지만 너무 많이 상승했다"며 "이로 인해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아직 가격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고준석 교수는 "지금의 시장 상황에서 집값이 정부가 원하는 수준까지 가기는 힘들 것"이라며 "수요가 많은 지역은 상대적으로 공급이 적고, 새 아파트 선호 현상 등으로 낙폭이 제한적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