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시장이 180° 바뀌었다. 지난 1년 동안 '억' 하며 올랐던 집값은 한 순 간에 '억' 하며 떨어지기 시작했다. 여기서 얼마나 더 떨어질지 예측불허다.
특히 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호가만 존재한다는 점에서 긴장감이 팽배하다. 집을 사려는 사람들도, 집을 팔아야 하는 사람들도 적당한 가격이나 타이밍을 잡기가 어렵다. 그 만큼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 6년 만의 침체 터널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대비 0.07% 하락했다. 설 연휴 등이 포함돼 관망세가 짙어져 하락 폭은 다소 줄었다.
낙폭은 줄었지만 집값이 지난해 11월 둘째 주(-0.01%) 이후 14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점은 우려스럽다. 이렇게 오랜 시간 서울 집값이 떨어진 것은 지난 2013년(5월 4주~8월4주) 이후 6년여 만에 처음이다.
작년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주요 단지들은 상승분을 반납하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전용 84㎡ 실거래가가 작년 9월 20억5000만원을 찍기도 했지만 연말에는 17억2500만원으로 3억원 이상 떨어지며 연초(17억원) 수준으로 돌아갔다.
올 들어서는 시세보다 2억원 이상 저렴하게 나온 급매물 외에는 거래된 게 없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소 설명이다. 현재 시세는 16억9000만원 선에 형성돼있다. 최고가 대비 17.5%나 떨어졌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전용 84㎡)와 마포구 신공덕동 신공덕1차 삼성래미안(전용 84㎡)은 정점을 찍었을 때와 비교해 연말 실거래가가 1억원 이상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포자이 시세는 현재 21억5000만원 선, 신공덕1차 삼성래미안은 8억5000만~10억6000만원 선에 형성돼 있어 작년 초 실거래가와 격차가 크게 줄었다.
단지별로 가격 하락폭이 커지는 가운데 매매거래도 실종되고 있어 매도자나 매수자 모두에게 고민을 안기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건수는 3544건을 기록한 작년 11월을 기점으로 계속 줄고 있다. 올 들어서는 현재 신고 된 거래가 2382건에 불과하다.
◇ 얼마나 더 떨어질까
실거래 없이 가격지표와 호가만 떨어지고 있어 집값을 예측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급매물을 중심으로 이뤄진 1~2건의 실거래와 호가를 기반으로 한 시세는 정확한 시장 상황을 반영했다고 보기 어려운 탓이다.
따라서 주택거래가 언제쯤 재개될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부동산투자솔루션부 수석전문위원은 "3월 들어 가격이 크게 떨어진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질지 여부가 관건"이라며 "4월 아파트 공시가격이 공개되면 불확실성 해소에 따른 반짝 거래재개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전체적으로 집값 약세가 예상되지만 거래가 재개되면 추가적인 가격 하락은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원갑 수석전문위원은 "올해는 대출규제, 공시가격 상승과 9.13 대책에 따른 세금 부담 등의 영향으로 집값 약세가 계속될 것"이라며 "다만 하락 단지를 중심으로 거래가 재개된다면 낙폭이 확대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올 하반기부터는 집값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최근 집값 하락은 수요 공급에 의한 가격 결정보다는 시장 규제에 의해 거래가 얼어붙은 영향이 크다"며 "상반기까지는 규제 영향에 의해 하락세가 지속되겠지만 하반기에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재산세 등 세금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되면 하반기에는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시장에서 주택 거래가 다시 늘어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집값이 반등해 올 해 전체적으로는 강보합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