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수도권 전셋값이 심상치않다. 지난해 10월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고, 수도권 일부 지역에선 매매값 상승이 전셋값 상승으로 옮겨붙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불과 몇달새 수천만원에서 1억원 이상 오른 단지들도 속출했다.
청약 대기수요가 늘고 거주요건 강화나 보유세 인상 등의 규제에 대한 반작용으로 서울 등에선 전셋값 인상과 반전세 전환 등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도권 지역에 당분간 입주 물량도 많지 않아 이같은 오름세는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 수원에서 인천으로 옮겨붙은 전셋값 상승세
28일 한국감정원 주간 아파트 전셋값을 보면 경기·인천지역의 전셋값 상승이 두드러지고 있다. 수원과 용인은 최근 4주간 전셋값이 각각 1.62%, 1.91% 상승했다. 인천 역시 0.67% 상승하면서 지난해 12월 이후 오름세를 키우고 있다.
특히 이들 지역은 풍선효과로 인해 매매값이 큰폭으로 오르면서 전셋값도 덩달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수원 권선구 금곡동에 있는 호반베르디움더센트럴은 두달새 전셋값이 1억원 안팎 올랐다. 이 단지 전용 84㎡의 경우 지난해 12월 24일 2억9000만원, 27일 3억1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올해 1월 3억5000만원까지 올랐다. 2월엔 4억원에 거래됐다.
인천 연수구 송도더샵퍼스트파크(F14BL) 전용 59㎡는 지난해 12월 2억7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올해 1월 3억원, 2월엔 3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두달새 5000만원 올랐다.
서울도 크게 다르지 않은 분위기다. 오름폭은 줄어들었지만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고 개별 단지별로 수천만원씩 뛴 매물이 나와 있는 상황이다.
강남구 래미안대치팰리스 1단지 전용 84㎡는 지난해 11월 14억원에 거래되다 12월 15억원으로 1억원 뛴 이후 현재까지 거래가 없다. 다만 같은 면적이 16억5000만~17억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작년 12월 실거래가 대비1억5000만~2억원이나 높여 호가되고 있다.
성북구 길음동 래미안길음센터피스의 경우 지난해 전용84㎡가 5억~6억원에 거래됐지만 현재 나와 있는 매물은 모두 7억원이다.
◇ 정책 및 규제 영향 전세 수요는 늘고, 공급은 부족
이처럼 전셋값이 오르는 데는 분양가상한제 시행과 대출규제 등으로 매매시장으로 유입됐던 실수요가 전세시장으로 몰리고 있는 영향이 크다.
게다가 입주물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2년 거주요건 등으로 서울과 수도권에 거주수요가 늘어나면서 전셋값이 불안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실제 직방에 따르면 3월 수도권 아파트 입주물량은 총 9386가구로 전년 동월의 절반 수준(47%감소)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기지역 입주물량은 총 5236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나 줄어든다.
직방 측은 "청약 대기수요자들의 전세시장 유입, 대입 정시확대 등으로 수도권 전세수요가 꾸준한 가운데 올해 상반기까지 새 아파트 입주 소식이 많지 않다"며 "4~6월 월별 입주물량은 모두 1만 세대 미만이어서 당분간 수도권 전세시장은 지금과 같은 가격 오름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규제에 따른 반작용'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변수가 되고 있다. 강남 등을 중심으로 다주택자들이 보유세 등 세금 인상분을 전셋값 인상 혹은 반전세 전환 등으로 보전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도 최근 '매매가격이 잠잠할때 전세가격이 왜 오르는가'라는 보고서를 통해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매매가 상승이 둔화하면 매각수익률이 감소하기 때문에 임대인은 전세금을 높여 자기자본을 줄여 매각수익률을 유지하거나 전세 대신 보증부월세로 전환(전세매물 감소)해 운영수익률을 높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서울 아파트의 전세가 상승과 매매가격 상승은 비례하는데 매매가 상승이 둔화된 시기에도 전세가격이 상승해 결과적으로 매매가보다 전세가격 상승이 더 크게 나타났다.
다만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지난해보다 불안한 상태로 움직이긴 할 것"이라면서도 "코로나19로 인해 이사나 결혼(신혼집 마련)을 연기하면서 봄 이사철 성수기에 상승률이 일시적으로 축소할 수는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