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에 전세 물량이 없어요. 평형 별로 한개 정도 있을까 말까에요."(과천지역 한 공인중개사무소)
과천 전세시장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전세매물이 없을뿐 아니라 전셋값도 최근 몇주간 전국 최고 수준의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과천 지식정보타운과 재건축 단지 분양을 앞두고 청약 대기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지만 분양 일정이 밀리면서 자칫 전세난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전세금 한달만에 2% 상승…1000만원 오른 셈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경기도 과천은 최근 4주간(9월29일~8월19일)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이 1.93%로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서초와 강남은 각각 0.75%, 0.24% 올랐고, 서울과 수도권도 각각 0.16%, 0.02%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가파른 상승세다.
과천은 최근 4주 연속 0.49%씩 상승해 누적 기준으로 2% 가까이 전셋값이 뛰었다. 가령 전세보증금이 6억원이라고 하면 한달만에 1200만원, 7억원인 경우 1400만원이나 뛴 것이다.
이는 지식정보타운(공공택지) 분양과 3기 신도시 조성, 재건축사업 진척 등에 따른 청약 대기수요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 이후 분양가가 낮아지는데 대한 기대심리로 주택 매수를 미루면서 청약 대기수요가 늘어났다"면서 "과천은 특히 재건축 추진에 따른 멸실로 아파트 재고량이 많지 않다보니 이사철 수요 등과 맞물려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과천의 경우 청약 1순위 통장 갯수가 많지 않고 무주택으로 과천에서 1년만 거주하면 1순위 자격이 부여된다. 이 때문에 서울과 과천 인근지역에서 이주하는 수요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1순위 자격을 노린 청약족들이 과천지역으로 몰리면서 전셋값이 국지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천주공 5단지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과천주공1단지(푸르지오써밋)도 과천 시민(1순위)은 다 당첨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지식정보타운 청약을 위해 이곳으로 이사를 오기도 하고, 재건축 단지 주민도 멀리 안가고 과천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매물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들어갈 수 있는 아파트는 과천주공5단지와 8단지, 래미안슈르 정도인데 과천주공 5단지와 8단지는 매물이 아예 없고 래미안슈르도 매물이 1개(전용 84㎡) 남아 있다"고 말했다.
◇ 분양은 기약없이 밀려…청약대기자 전세난 우려도
이처럼 청약 대기수요는 늘어나는데 애초 계획된 청약 일정은 뒤로 밀리면서 기약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대우건설 컨소시엄(대우·태영·금호)에서 지식정보타운 S6블록에 공급하는 푸르지오벨라르테는 애초 3.3㎡당 2600만원의 분양가를 제시했지만 과천시 분양가심사위원회 심사 결과 3.3㎡당 2205만원으로 결정됐다.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이 분양가로는 손실이 나는 구조여서 분양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컨소시엄 내부에선 8년 임대후 분양도 거론되지만 이 역시 과천시 승인을 거쳐야 해 쉽사리 결론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 5월 분양할 예정이었던 과천제이드자이(지식정보타운 S9블록)는 푸르지오벨라르테의 분양가 결정 이후 일정을 미뤘다. 사업주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GS건설도 현재 손을 놓고 있는 분위기다.
분양 관계자들은 "이들 건설사들이 연말까지도 결론을 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청약 대기자들 입장에선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는 데다 지자체에서 더욱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분양가는 더욱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식정보타운 인근의 부동산 중개업소 한 관계자는 "지정타 내 분양 아파트는 3.3㎡당 2200만원대 이하로 분양을 하게 될 것"이라며 이같은 분양가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다만 일정이 기약없이 밀리고 전세값까지 큰폭으로 오르면서 전세 만기가 돌아오는 청약 대기자들은 초조할 수밖에 없다.
실제 과천 래미안 슈르(2008년 8월 준공)는 최근 전용 84㎡의 전세보증금이 8억5000만원에 나와있다. 2년 전인 2017년 8월에 이 아파트 같은 평형의 전세보증금은 5억9000만~7억1000만원(국토부 실거래공개시스템)이었다. 최근 계약만기가 돌아온다면 많게는 2억6000만원에서 1억4000만원의 보증금이 더 필요한 셈이다.
또 다른 분양 관계자는 "과천 내 분양을 염두에 두고 전세계약을 맞춰온 대기자들은 계약만기가 되면서 전셋값이 크게 올라 난감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