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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빠진 '박원순표 재개발'…을지면옥은 철거 수순

  • 2020.03.04(수) 17:21

서울시, 세운구역 종합대책 발표…도심 제조산업 허브 조성
전면 수정된 세운지구 재개발…'보전과 재생' 강조했지만
'을지면옥' 은 논란 끝에 철거…다른 노포는 미정

"생활유산(을지면옥 등)은 보존을 원칙으로 지켜나가겠다"(2019년 1월 박원순 서울시장)

"을지면옥은 철거된다"(2020년 3월 4일 서울시 '세운상가 일대 활성화 종합대책' 브리핑중)

서울시가 세운지구 재정비사업의 방향을 '재개발'에서 '도시재생'으로 틀었다.

세운상가 일대가 역사와 정체성을 담고 있는 만큼 기존 산업생태계를 보존하되 신산업 육성을 통한 혁신까지 더해 '도심 제조산업의 허브'로 조성한다는 게 목표다.

보존 여부 등을 놓고 논란이 일었던 을지로 세운상가의 유명 노포(老鋪‧오래된 가게) '을지면옥'은 사실상 철거 수순을 밟게 됐다. 지난해 초 노포 보전 등을 위해 세운지구 재정비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결정했던 서울시의 명분도 힘을 잃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도시 개발 시 ‘보존‧재생’을 강조하며 재개발구역 중 역사문화적 가치 보전이 필요한 곳은 정비구역을 직권해제해 왔다. 최근 종로구 사직2구역은 서울시와 종로구를 상대로 제기한 ‘정비구역해제고시 무효’ 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바 있다.

◇ '전면재검토' 발언 후 또 바뀐 개발방향

세운재정비촉진지구는 서울시 종로구 종로3가동 175-4번지 일대(44만㎡)를 1979년 정비구역으로 지정하고 2009년 대규모 통합개발을 추진하는 내용으로 재정비촉진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다 산업생태계 교란, 옛 도시조직 훼손, 생활터전 붕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생기면서 2014년 재정비촉진계획이 변경됐다. 171개 중‧소규모 구역으로 쪼개서 분할 개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생활유산으로 지정된 을지면옥 등 노포들이 철거, 토지보상 등으로 갈등을 겪자 서울시는 지난해 1월 '원점에서 재검토' 뜻을 밝혔다. 지역 내 도심산업 생태계에 대한 보존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이후 1년2개월만에 들고 나온 대책은 '보전과 재생'에 무게추가 실렸다.

서울시가 4일 발표한 '세운상가 일대 도심산업 보전 및 활성화 대책'은 ▲기존산업 보호·혁신과 신산업 육성을 통한 산업재생 ▲정비사업 미추진 구역 해제 후 재생사업 추진 ▲세입자 대책 마련 후 정비사업 추진 등 3가지로 나뉜다.

산업거점공간 8곳을 새롭게 조성해 공공임대복합시설, 스마트앵커시설 등을 마련한다. 정비사업 이주 소상공인들을 위해 시세보다 80% 저렴한 임대료로 공공임대상가 700호도 공급한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전체 171개 정비구역 중 일몰 시점이 지난 미추진 사업 152개 구역은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해제하기로 했다. 관련 행정절차는 내달 완료할 계획이다.

정비사업이 추진 중인 세운지구 11개 구역과 공구상가가 밀집한 인근의 수표 정비구역은 '단계적‧순환적' 정비사업을 통해 산업 생태계 보호에 나선다. 세입자 이주대책 마련 후 정비사업에 들어간다.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옛날엔 한 단계로 완전 밀어버리고 정리를 했다면 앞으론 경관녹지를 우선적으로 철거하고 그 지역에 점포가 들어갈 수 있는 시설을 만들 것"이라며 "이런 과정에서 기존 세입자 문제가 해결되면 한 지역에서도 순환적으로 시차를 갖고 개발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10월 중 세운재정비촉진계획 변경 절차를 마무리하고 이번 종합대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세운상가 일대 도시 재생활성화계획'을 연내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 보존한다던 을지면옥, 철거 수순

세운구역 개발사업 '전면 재검토'의 시발점이던 노포 (원형)보전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을지면옥(세운지구 3-2구역)은 1985년부터 36년째 이 곳에서 영업을 해 왔다. 이후 2017년 개발을 위한 토지보상금 등의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시행사인 한호건설과 갈등하다가 사업시행인가 무효소송까지 제기했다.

그러자 서울시가 '강제철거 금지' 원칙을 내세우며 소유자와 사업시행자와의 협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을지면옥은 새롭게 지은 단독 건물에서 영업하길 원하고, 한호건설은 을지면옥이 새 건물의 점포로 입점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좀처럼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서울시도 지난해 을지면옥을 '생활유산'으로 보존하겠다며 보존책을 찾는 모습이었으나, 결국 세운3구역의 토지주연합이 을지면옥에 대한 법원의 강제 매입을 승인받으면서 철거가 불가피해졌다.

강맹훈 도시재생실장은 "을지면옥 측은 완전 제자리에 있는건 반대한다"며 "갈등의 골이 깊은 상태라 세입자와 주변 지역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할 예정"이라고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그러자 취재진이 "을지면옥은 철거되고 조선옥 등 나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것 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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