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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첩산중' 구룡마을 임대주택화 가능할까

  • 2020.06.11(목) 16:30

서울시, 분양+임대에서 '임대 4000가구'로 계획 변경
복잡한 이해관계·임대주거촌 낙인·사업비조달 등 난관

'판자촌→분양+임대주택→임대주거촌?'

강남 속 비(非)강남으로 꼽히던 구룡마을이 임대주택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곳은 지난해만 해도 분양과 임대를 섞은 '소셜 믹스'로 추진됐으나 거주민들을 100% 재정착시키고 '로또 분양'을 막겠다는 서울시의 결단 아래 '임대 4000가구'로 계획이 바뀌었다. 

하지만 사유지 90%로 이뤄진 구룡마을 토지 소유자들의 반대가 심한데다 대규모 임대주거촌 형성에 따른 여러 부작용이 예상돼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지난 2015년 구룡마을에서 마을주민들의 모임 장소인 회관이 철거되는 모습./이명근 기자 qwe123@

◇ 강남 마지막 판자촌, 30년만에 개발 탄력

구룡마을은 1980년대 아시안게임, 올림픽 등에 따른 개발로 여러 지역 철거민들이 몰려들면서 형성한 주거지다.

판자촌인 만큼 각종 위험에 노출돼 있어 서울시가 2012년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했지만 사업 방식을 두고 논란을 빚다가 2014년 8월 도시개발구역에서 해제됐다. 하지만 그 해 11월 화재가 일어나 안전 문제가 대두되면서 12월에 서울시가 사업 재추진을 발표했다. 

이후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사업 시행을 맡기로 하고 2016년 12월 도시개발구역으로 재지정됐다. 당시 시는 이곳에 1731가구를 분양하고 1107가구를 임대하는 소셜 믹스를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토지 소유자들이 요구하는 분양 조건, 토지보상 등에서 의견이 좁혀지지 않아 지지부진하던 차에 최근 계획 자체가 뒤집혔다. 

서울시가 지난 7일 구룡마을을 전면 임대단지로 전환하겠다고 계획을 바꾼 것.

원주민을 재정착시키고 로또분양 등 분양차익 발생에 의한 불로소득을 차단하기 위해 주택 분양이 아닌 100% 임대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는 11일 애초 계획했던 2838가구(임대 1107가구·분양 1731가구) 공급안으로 실시계획 인가 고시를 내고, 향후 4000가구의 임대주택 조성으로 방향을 바꿔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뿔난 토지주들…"뒤통수 맞은격"

서울시는 "협의해 나간다"는 원칙은 분명히 밝히면서도 임대주택 전환에 대해선 확고한 모습이다. 하지만 곳곳에서 난관이 예상된다. 

우선 구룡마을의 토지소유 구조가 복잡하고 사유지가 90%에 달하는 만큼 소유주들의 반발을 잠재우려면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구룡마을 전체 면적은 26만6502평방미터(㎡), 471필지로 구성돼 있는데 토지소유자만 585명에 달한다.

국토부, 기재부, 서울시, 강남구 등이 보유한 2만6564㎡(국·공유지)를 제외하면 나머지 23만9938㎡(사유지)를 581명이 나눠갖고 있다. 

이들 중 다수가 분양 주택 또는 분양 전환 주택을 원하고 있는 만큼 '전면 임대주택' 조성에 대한 반발이 높다. 

김규철 구룡마을 주민협의회 위원(구룡마을희망본부 본부장)은 "지난해 시민 감사에서 구룡마을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공청회를 거쳐서 실시계획을 발표하라는 결과가 나왔었다"며 "올해 1월에도 주민협의회에서 구청 및 서울시 담당자들이 주민공청회를 거쳐서 실시계획 고시를 하겠다고 했는데 일방적으로 계획을 바꿔 발표해버렸다"고 억울함을 표했다.

이어 "서울시의 약속을 믿고 기다리고 있다가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다"며 향후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단호한 모습이다. 

구룡마을이 무허가 판자촌인 만큼 토지보상, 주택 분양 권한 등에 대해선 법적 근거가 없어서다. 토지보상법에 따르면 무허가건축물 소유자는 이주대책 대상자가 아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구룡마을 거주자들은 땅 주인과 관계없이 점유한 것"이라며 "토지보상법에 따라 분양주택을 주려면 정상적인 건물이어야 하는데 그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 부작용들은 어쩌나

임대주택 거주자들을 기피하고 따돌리는 님비 현상, 낙인 현상 등도 우려된다. 

구룡마을이 서울에서 부촌으로 꼽히는 강남 개포동에 위치한 만큼 해당지역 거주자들이 임대주택 조성을 꺼리는 분위기다.

애초에 서울시가 소셜 믹스로 임대를 공급하기로 한 배경도 '차별' 때문인데, 4000가구를 전부 임대 조성해버리면 임대주택 거주자로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구룡마을 거주민들은 중,고등학교를 개포 재건축 단지 주민들과 공유해야 하는데 벌써부터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학습의 질이 낮아지는 거 아니냐"며 기피하는 모습이 포착된다. 

이런 우려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낙인 등에 대해선) 그렇게까지 생각 안 한다"며 "분양자에게 이득이 다 가고 거주민한테 혜택이 안 오니까 그걸 최대한 돌리기 위한 방법이 임대 조성이고, 강남 임대료에 비해 파격적으로 할인해 구룡마을 주민들이 거주할 수 있는 수준으로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비 조달도 쉽지 않아 보인다.

구룡마을 개발 예정 사업비는 약 1조4000억원으로 SH공사가 분양없이 임대만으로 조달하긴 어려운 금액이다. 그중에서도 토지 보상비가 난관으로 보인다. 

지존에서 예상한 구룡마을 토지 보상비는 약 4000억원인데 이를 가구수 등으로 나눠보면 평당 1000만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최근 강남 아파트 분양가가 5000만원에 가까운 만큼 해당 가격으로 보상하면 토지주들의 반발이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룡마을 한 주민은 "토지주의 땅을 뺏고 주민들을 내쫓는건 애초 구룡마을이 생겨난 배경과 똑같은 전철을 밟게되는 것"이라며 "어떤 불상사가 일어나도 서울시의 책임"이라며 강한 반발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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