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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표 정비사업]①굴뚝·달동네·노포…"보존해라"

  • 2020.03.10(화) 10:14

전면철거 대신 '보존‧재생' 강조하는 박원순 시장
'용산참사' 반성·전면철거 거부감…8년간 뚝심 발휘
모호한 보존가치 논란·주민과 지역사회 공감 못얻어

박원순 서울시장의 재임 10년차, 서울시 내 정비사업 곳곳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09년 '용산 참사' 의 가슴아픈 기억은 전면 철거보다는 '보존‧재생'에 방점을 찍은 박 시장의 정비사업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공감을 얻지 못하는 보존과 재생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지나친 속도조절에 사업이 표류하기 일쑤다. '박원순표 정비사업'의 취지와 논란은 무엇인지, 이로 인해 예상되는 미래 서울의 모습이 어떤지 등을 그려본다.[편집자]

박원순표 정비사업의 핵심은 '보존'이다.

밀어붙이기 식의 전면적인 철거보다는 보존할 것은 보존해 기존 골목이나 동네만의 분위기를 살리면서 개발하자는 취지다. 역사‧문화유산을 지켜 지역 일대의 가치를 높이겠다는 의도도 있다.

다만 최근 들어서는 보존의 기준이 모호하고 시민과 지역사회의 공감을 얻지 못하면서 눈총을 받고 있다. 최근들어 서울시가 허물지 않고 남겨두려는 구치소 담벼락, 오래된 식당, 다 쓰러져가는 아파트 등이 보존할 가치가 있느냐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 '전면철거 안돼!' 8년째 뚝심

박원순 시장은 지난 2011년 서울시장 자리에 오르면서 철거식 재개발을 '보존형 도시재생'으로 전환했다.

2009년 용산 참사 여파로 대규모 정비사업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면서 오세훈 전임 서울시장도 '보존방식 재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박 시장은 한발 더 나아가 오 전 시장이 계획했던 한강변 르네상스나 뉴타운·재개발 공약을 뒤엎었다.

2011년엔 기존 주거지를 보존하면서 개발하는 '주거지재생사업'을 강조, 취임 후 첫 재개발 사업이자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백사마을'(노원구 중계본동)에 이를 적용했다. 저층주거지를 보존‧관리하는 동시에 아파트 건립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박 시장은 2014년 서울시장 재선 때도 이같은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공약했고, 당시 전혀 반대되는 공약(▲도심개발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초고층 건물 개발 등)을 내건 정몽준 전 국회의원을 제치고 재선에 성공했다.

이후 박 시장은 찬반 갈등이 심하고 사업 속도가 느린 뉴타운‧재개발 지역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또 노후 단독주택 등을 개‧보수하고 옛길이나 역사적 건물, 한옥 등을 보존하는 방식으로 주거여건을 개선하기로 했다. 아울러 고층 빌딩 개발보다는 소형 주택과 임대주택 공급을 중시했다.

그는 같은 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획일적인 아파트 중심이었지만 (그 속에서) 역사, 문화, 스토리를 보존해 나가겠다"며 "서울의 브랜드 중 하나가 '리사이클(재생‧재활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2월 세운3구역 영세토지주들이 서울시의 재정비사업 보류 추진에 항의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골목·공동체 재생→'역사·문화' 보존

박원순표 정비사업의 흐름을 보면 초기엔 '마을 공동체', '골목 재생'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최근 들어서는 '역사·문화 보존'으로 무게추를 옮겼다.

대표적인 곳이 ▲세운상가 일대 재개발 ▲옛 성동구치소 개발 ▲개포주공4단지 재건축 ▲잠실주공 5단지 재건축 등이다. 서울시는 이들 모두 역사적·문화적 보존 가치가 있다며 일부 구조물을 철거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서울시는 2013년부터 등록문화재로 등재되지 않은 유·무형 자산을 '서울미래유산'으로 등록해 보존해 오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보존 요구가 정비사업에 제동을 걸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운지구 재개발의 경우 1년 넘게 사업이 진전되지 못했다. 세운 3-2구역은 노포(老鋪‧오래된 가게)인 을지면옥 등이 포함돼 있는데 박원순 시장이 지난해 1월 "소중한 생활유산(을지면옥, 조선옥, 양미옥 등)은 보존을 원칙으로 지켜나가겠다"며 돌연 일대 정비사업을 전면 중단시켰다. ☞관련기사힘빠진 '박원순표 재개발'…을지면옥은 철거 수순

1년2개월 뒤 서울시가 다시 '세운상가 일대 도심산업 보전 및 활성화 대책'을 내놨지만 결국엔 '소중한 생활유산'이라던 을지면옥은 철거수순을 밟게 됐다. 서울시가 이해 관계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면서 사업 속도만 더뎌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보존할 가치가 있느냐'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을지로'가 산업근대화 시대의 명암이 남아있는 거리라는 점에서 근대건축물의 보존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작 을지면옥은 1985년부터 을지로에서 영업을 해왔는데 이를 산업근대화 시대의 '역사'로 봐야 하느냐에 대한 시각 차이도 분명하다.

지난 2018년 10월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에 따라 신규택지로 지정된 옛 성동구치소 부지에 개발에 반대하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채신화 기자

◇ 구치소도 굴뚝도…"남겨둬라!"

옛 성동구치소 개발도 마찬가지다.

이 부지는 2018년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에 따라 1300가구의 주거단지와 복합 비즈니스 공간, 문화 시설 등으로 탈바꿈하게 됐다. 일대 주민들은 40여년간 기피 시설이었던 구치소가 사라지는 만큼 '랜드마크급' 문화·상업시설 조성을 원했다.

하지만 토지이용계획을 보면 이 부지의 66%를 주택 단지(임대주택 포함)로 이용하는 데다 '공공시설1 주민소통거점'은 기존 수감동, 담장, 수용동을 리모델링해 주민 공유공간을 만든다는 방침이다.

주민들 사이에선 "서대문형무소 등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건축물이 아닌데 왜 존치하느냐" 등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사업이 지연됐다. 결국 박원순 시장 등이 주민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었지만 결국 기존에 계획한 대로 구치소 일부를 보존한 채 리모델링해서 새로운 공간을 조성하기로 했다.

잠실주공5단지도 서울시의 기존 건축물 존치 요구로 1개 동을 남겨둬야할 상황이다. 서울시는 이 단지가 최초의 중앙난방 도입 단지라며 굴뚝과 아파트 1개 동을 남기도록 요구했다.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굴뚝은 철거하고 아파트 1개 동만 존치시키기로 했다.

개포주공4단지 아파트는 58개 동 중 2개 동을 미래유산으로 지정해 남겨뒀다. 이 아파트는 2개 동을 허물지 못한 채 공사를 진행 중이고 지난해 말 일반분양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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